1968년생. 이건희 회장의 장남. 삼성그룹 차기총수 내정자.
이재용 전무는 4년만에 승진했다. 그에게 '전무'라는 직위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부사장 승진 을 점친 일부의 추측과 달리 결국 보수적인 선택으로 결론을 내린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인사가 갖는 의미는 차기 총수로서 조용하게 한걸음을 더 내디뎠다는 정도. 다만 상무때에 비해 실무 참여 영역이 다소 넓어지고 대외 활동도 차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84년 서울 청운중학교를 졸업했다. 지금은 매제가 된 김재열 제일기획 상무(둘째 여동생 서현씨의 남편)와 서현씨가 모두 이 상무와 동창이다. 김이사와 서현씨의 만남을 주선한 것도 이 전무다. 고등학교는 청운중 인근의 경복고를 나왔다. 사촌형인 이재현 CJ회장이 경복고 8년 선배다. 중고교 시절 학교성적은 매우 우수한 편. 특히 수학을 잘했다고 한다. 학창시절 그는 삼성가의 자제라는 걸 티내지 않는 조심스러운 모범생이었다.
이 전무가 서울대 동양사학과로 진학한 건 할아버지 고 이병철(호암) 삼성 창업주의 영향이 컸다. 대학진학을 앞두고 전공선택을 고민할 때 호암은 이렇게 충고했다고 한다.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경영이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교양을 쌓는 학부과정에서는 사학이나 문학과 같은 인문학을 전공하고 경영학은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는 게 좋을 듯 하다"
이 전무는 동양사학을 전공한 것에 대해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취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지도(古地圖) 수집'이다. 인문학적 소양이 그의 삶 일부로 녹아있는 것이다.
이 전무의 할아버지에 대한 존경은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암은 이 상무에게 경영자로서의 좌표일 뿐 아니라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대스승이요,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이후 이 전무의 외국 유학은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과 비슷한 경로로 진행된다. 그는 1995년 '일본 제조업의 산업공동화에 대한 고찰'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MBA를 취득한 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로 떠난다. 케네디스쿨을 1년 다니다가 비즈니스스쿨로 옮겨 컴퓨터를 주로 공부하며 박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유학코스로 일본을 먼저 택한 것은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의 충고에 따른 것이다. 이회장은 "미국과 일본은 보고 배워야 할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그러나 미국을 먼저 보고 나중에 일본을 보면 일본 사회의 특성, 문화의 섬세함과 일본인의 인내심을 알지 못한다. 유학을 가려면 먼저 일본을 가라"고 했다. 이 회장 본인도 일본 와세다대학을 거쳐 미국의 조지워싱턴대에서 공부했다.
이전무는 유학시절 '성실하고 겸손한 청년'이었다. 당시 케네디스쿨에서 이상무와 함께 공부했던 한 전직 관료는 "이건희 회장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그저 평범한 유학생인줄로만 알았다"며 "다만 자신의 위치를 의식해서인지 한국유학생들보다는 외국인들을 더 편하게 대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나중에 이 상무가 귀국하고 삼성 경영에 참여할 무렵 한 국내 진보매체가 기자를 보스턴에 보내 그의 하버드 유학시절에 대해 취재한 적이 있다. '흥청망청 재벌2세'를 기대(?)하고 갔지만 이 상무의 유학시절에 대한 평판은 '통학거리를 줄이려고 기숙사 생활까지 하며 열심히 공부한 학생'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이 전무가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씨와 만난 것도 일본에서 MBA를 마치고 미국유학길에 오른 1997년초였다. 1년간 교제하고 1998년1월에 약혼, 그후 5개월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것은 이 상무의 어머니 홍라희 삼성미술관장과 장모 박현주씨가 불교도 모임인 '불이회'에서 친하게 지낸 게 계기가 됐다. 혼사는 홍라희 관장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임세령씨는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이었다. 당시 '미풍'과 '미원'으로 조미료 전쟁을 벌였던 삼성과 대상이 사돈을 맺었다는 점과 대학생이었던 세령씨의 빠른 결혼, 영호남 대표기업의 혼사 등으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세령씨는 결혼과 함께 휴학하고 하버드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남편을 따라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중이던 2000년 1월 장남 지호를 얻었고, 이듬해 3월 귀국한 이후 이건희 회장 부부를 모시며 함께 살고 있다. 이 회장이 1999년 미국에서 암치료를 받을 때 지극정성 간호를 해 각별한 시부모의 사랑이 각별하다고 한다.
세령씨는 대외활동이 거의 없다. 2004년 딸 원주를 미국에서 출산했을 때 잠깐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 외에는 이렇다할 얘기거리가 없을 정도. 이건희 회장은 지호와 원주를 끔찍하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다 손주들 손을 잡고 에버랜드를 산책할 때면 평범한 할아버지 모습 그대로라고 한다.
이 전무는 술을 잘 마시는 편이다. 폭탄주(맥주+양주) 예닐곱잔은 수월하게 소화한다. 직원들과의 저녁 식사를 주재할 때는 본인이 직접 폭탄주를 제조하기도 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기껏해야 포도주 한두잔 정도이니 이전무의 술실력이 뜻밖이다. 아무래도 '외탁'을 한 것 같다. 상가(喪家)에 가도 술자리에서 스스럼 없이 어울린다. 어머니 홍라희 관장이 이전무의 과음을 걱정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전무는 오전 8시 전에 출근한다. 퇴근 시간은 대중없지만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는 국내에서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만난다. 이전무의 스케줄은 어지간히 사적인 게 아니라면 대개 전략기획실 등 사내에 알려진다. 거꾸로 보면 사생활이 별로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이 은둔하는 이미지가 강한데 비해 이전무는 외향적이고 사교적이다.
사내에서의 처신은 매우 겸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하직원들에게도 말을 높인다. 비서진이 수행하는 것도 꺼리고 회사 중역들에게도 자신을 낮춘다.
이전무는 삼성전자 업무 전반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첨단기술과 미래전략 뿐 아니라 특정 제품 개발과 마케팅 방향 등에도 개입해 성과를 낸 경우가 있지만 외부에는 잘 공개되지 않는다.
성화용기자 s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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