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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PC 항소심 5차공판] 홍성준 검사 “태블릿PC 감정하면 또 다르게 나올 것”

재판부 태블릿 감정여부 판단 보류...변호인단 감정 필요성 재강조하자, 홍 검사 ‘자백 같은 반발’

홍성준 검사가 변호인단의 끈질긴 태블릿PC 감정 요청에 반발하며 “태블릿PC를 감정하면 또 (포렌식 결과가) 다르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태블릿PC에 손을 댔다고 ‘자백’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이다. 

19일 오전 10시 2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태블릿PC 재판’ 항소심 제5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은 10시 10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홍성준 검사의 지각으로 10분가량 지연됐다. 예정된 시간이 지났는데도 검사 자리는 비어있고 법정 경위만 왔다갔다하며 관계자들에게 귓속말하기 바빴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이 묵묵히 서로를 돌아보는 가운데,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조용히 등장한 홍 검사가 재빨리 비어있던 검사석에 앉았다. 곧이어 기다리던 판사들이 입장하며 재판이 시작됐다. 


검찰, 증거물 태블릿PC를 만졌다고 자백하나

이날 재판은 우종창 거짓과진실 대표기자(전 월간조선 편집위원)에 대한 증인신문으로 시작됐다. 그런데 긴 증인신문이 끝난 후 향후 공판 절차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검사가 인상적인 발언을 했다. 

재판부는 그 동안 입장을 밝히지 않아오던 변호인단의 ‘태블릿PC 정밀감정 요청’에 대해 보류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아직 감정이 필요한지 판단을 내리지 못 하겠다”며 “검토를 더 해야 할 것 같아 재판을 더 진행하면서 추후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즉각 태블릿PC 감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자 홍성준 검사는 “이번에 태블릿PC를 감정하면 또 다르게 나올 텐데, 그럼 또 다른 소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디지털 증거자료의 무결성을 확인, 보존할 의무가 있다. 정상이라면 2016년 10월 25일 검찰이 최초로 포렌식을 한 이후에는 몇 번을 더 포렌식을 하더라도 결과는 항상 같아야 한다. 따라서 홍 검사의 발언은 마치 검찰이 태블릿에 손을 댔다고 자백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실제 지난 2017년 11월 국과수 감정 결과, 2016년 10월 검찰 포렌식 때는 채팅방 수가 445개였는데 국과수가 다시 하니 35개로 줄어들었다. 또 검찰이 태블릿을 보관하던 2016년 10월 25일 이후에만 수 천 개의 파일이 수정, 삭제된 기록도 나왔다. 



심규선, 송지안 증인 채택...노승권 증인 채택은 “종합 고려할 것”

이날 재판부는 변호인단이 신청한 증인 가운데 2명을 다음 공판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심규선 연구사와 서울중앙지검 송지안 수사관에 대한 증인신청을 받아들인 것. 노승권 전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에 대한 증인신청은 일단 거부됐다. 다만 정장현 변호사가 강력하게 노승권의 증인 필요성을 역설하자 재판부는 한 발 물러서며, “말씀하신 내용, 종합적으로 다시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심규선 연구사는 검찰에 유리한 내용의 태블릿 감정 관련 회신서를 홍성준 검사 개인에게만 제출해 물의를 일으킨 주인공이다. 홍성준 검사는 이 회신서를 바탕으로 검사의견서를 냈으나, 변호인은 증거동의를 한 적 없는 괴문건을 바탕으로 의견서를 작성했다며 의견서와 첨부자료 일체를 재판기록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를 강제반환조치 했다. 심 연구사는 국과수 포렌식 당시, 나기현 연구관의 지휘를 받아 분석을 담당한 바 있다. 

송지안 수사관은 2016년 10월 25일자 검찰 포렌식 당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제2부 디지털포렌식센터(DFC) 수사관이었다. 송 수사관은 그 당시 검찰이 디지털 증거의 무결성을 보존하기 위한 대검찰청 예규를 준수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핵심 증인이다. 차기환 변호사는 “대검찰청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에 보면 증거물을 압수하면서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양식까지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검찰은 포렌식 결과지만 출력해서 냈을 뿐, 임의제출확인서나 압수물확인지, 분석보고서, 참관확인서 등을 하나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JTBC의 태블릿PC 보도를 그 당시 인용해 보도했던 타 언론사 기자 1명도 특정해서 신청하면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준길 변호사의 요청으로, JTBC의 태블릿PC 보도를 그 당시 기자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지 입증하기 위한 취지다. 



재판부 넌지시 제안 “무엇이 피고인에 이익인지 생각해보길”

변호인들의 요구를 듣던 재판부는 “이 사건은 명예훼손 재판이다”며 “곧 법원 인사철이고 저희 재판부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지 않나. 계속해서 재판을 길게 하는 게 실질적으로 피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가. 그 점을 잘 한 번 생각해보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동환 변호사는 “재판장님, 저희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사실상 하나, 태블릿에 저장된 카톡 내용입니다. 445개나 되는 태블릿PC의 카톡방, 그걸 감정 허가 안 하고, 다른 사실조회나 증인신문을 백날 해봐야 그것이 피고인들의 이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저희들이야말로 의문입니다”고 되물었다. 재판부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부장판사 3인으로 구성된 경력대등재판부다. ‘피고인의 이익을 생각해 길게 끌지 말자’는 재판부의 이날 권유는 문재인 정권의 정통성과 직결된 정치적 재판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재판의 핵심 사실관계와 관련된 문제에 대한 직접증명을 요구하는 변호인들의 여러 요구를 계속해서 거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변호인 측은 재판부 발언의 행간에는 1심 형량을 낮추는 선에서 재판을 빨리 끝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재판을 통한 태블릿 진상규명은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구속을 불사하면서까지 ‘진실’을 요구 해온 피고인들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다. 

물론, 재판으로 인한 피고인들의 시간·비용의 낭비와 생활상의 불편이 상당히 큰 것은 사실이다. 경험상 이것을 능히 짐작하는 재판부가 이번에 넌지시 제안을 해 본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날 차기환 변호사는 “저희들은 이번이 마지막 사실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해 보겠다”고 재판부에 단호히 밝혔다. 



우종창 증인신문 “홍석현 측근의 녹음파일 있다”...잠겨있는 판도라의 상자

우종창 기자는 이날 변호인의 대동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우 기자는 “2018. 3. 31. ‘우종창의 거짓과 진실’제71편에서 “JTBC가 태블릿 조작보도를 했을 당시, 홍석현 회장이 중앙일보 간부들에게 ‘내가 태블릿을 손석희에 건네주었다’는 발언을 취재한 언론사가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일이 있느냐”는 변호인의 물음에 “네”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어느 사석에서 홍석현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임원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함께 있던 한 사람이, 그 내용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대화를 녹음한 파일”이라며 “이걸 월간조선 백승구 기자가 최초 입수해 당시 문갑식 편집국장, 최우석 기자 등이 함께 녹음 파일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우 기자는 “저는 녹음파일을 직접 들어보지는 못했다”며 “백승구 기자, 최우석 기자, 문갑식 편집국장을 통해 그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 내용이 ‘태블릿’을 줬다는 것인지 ‘자료’를 줬다는 것인지 분명히 말해줄 것을 요구했고 우 기자는 “태블릿PC를 포함한 정보와 자료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우 기자는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라고 전제하며 변호인이 질의하려 하자, 말을 끊으며 “JTBC의 태블릿PC 보도는 명백한 날조보도”라고 정정했다. 이에 방청석에선 박수가 나왔다.

또 선배 언론인으로서“미디어워치가 태블릿PC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은 아주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탄핵을 촉발시킨 태블릿PC에 대한 국민적인 의혹이 있었고 언론인이라면 그 의혹을 풀기 위해 취재·보도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우 기자는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방청석에서는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성호스님 호국불교승가회 대표, 홍수연 전 한국자유연합 사무총장 등이 앉아서 끝까지 공판을 지켜봤다. 

이날 출석한 변호인만 4명(정장현, 차기환, 정준길, 이동환)이나 돼 변희재 본지 대표고문을 비롯한 피고인 4인은 모두 대기석에 앉아서 재판을 받았다. 방청석은 항소심 첫 공판 이후 항상 사람들이 좌석과 입석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변호인은 “더 큰 법정에서 재판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그건 저희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지만 말은 해보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이번에도 다음 공판 날짜를 두 달 뒤로 잡았다. 제6차 공판은 11월 28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피고인의 이익을 생각해 길게 끌지 말자’던 재판부가 정작 공판 날짜를 두 달 이상 뒤로 정했다. 재판은 한 없이 늘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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