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사이언스워치 (과학/의학)


배너

근거중심의학의 전진기지 ‘코크란연합’

근거중심의학적 의학 연구방법론인' 체계적 문헌고찰'을 시행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는 곳


※ 본 콘텐츠는 '과학중심의학연구원(http://www.i-sbm.org)'이 제공하는 공익콘텐츠입니다. 이번 글은 로버트 토드 캐롤(Robert Todd Carrol) 박사의 ‘회의주의자 사전(skeptic's dictionary)’에서 'Cochrane Collaboration' 항목을 번역한 것입니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 황의원 원장이 번역했으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의역을 다소 취했습니다. (2012년 8월 기준 번역)




코크란연합(Cochrane Collaboration, http://www.cochrane.org)은 정통적, 또는 비정통적 치료법을 다루고 있는 다양한 의학 연구 논문들에 대해 근거중심의학의 최고 레벨 연구방법론으로 일컫어지는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review)’을 시행한 연구결과를 발간하는 대규모 학술연구 단체이다.

코크란연합은 이아인 차머스(Iain Chalmers)의 주도로 1993년에 설립됐다. 연구결과들은 코크란 라이브러리(Cochrane Library)를 통해 소개된다.

코크란연합에서는 전세계의 의학연구 전문가들이 어떤 치료법들이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 또는 어떤 치료법들이 플라시보에 비해 효과가 없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수많은 임상시험(clinical trial)과 비교관찰연구(observational study)의 결과들을 심사한다.

‘코크란연합’에 대한 위키피디아 항목에 따르면, 2010년 10월 기준으로 코크란연합에는 “90여개국 27,000명 이상의 의학연구 자원봉사자들”이 소속돼 있다고 한다. 에드짜르트 에른스트(Edzard Ernst)와 사이먼 싱(Simon Singh)이 공저로 써낸 대체의학 비판서인 ‘사기냐 치료냐(Trick or Treatment)’에 따르면, 코크란연합은 세계 12곳에 센터를 두고 있으며 “90여개국 10,000여명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에른스트와 싱도 언급했듯이, 일반 의사들이 특정 치료법에 대해 매년 수백개씩 쏟아져나오는 연구논문들을 다 읽는다는 건 “정말 무의미하며 비현실적”일 것이다. 이것은 정말 이만저만 벅찬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런 실험결과들은 종종 서로 모순점을 보이기까지 하는데 말이다.

물론, 일부 임상시험들은 매우 잘 고안되었고 꼼꼼하게 설계된 것들이다. 하지만 소규모이면서 무척 엉성한 임상시험들도 많이 있다. 그리고 잘 고안되었고 잘 설계된 임상시험들과, 잘못 고안되었고 잘못 설계된 임상시험들이 혼재되어있는 임상시험 결과들도 상당히 많다.
 




코크란연합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의학자인 아치 코크란(Archie Cochrane, 1909-1988)의 이름을 따서 만든 단체다.

아치 코크란은 당시 자신이 소속된 보건의료계가 “모든 관련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에 대한 평가에 있어, 각 전문분야 또는 하위 전문분야 쪽의 평가요약(critical summary)을 체계화하지도, 또 관련 주기적인 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그는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review)'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특정 치료법에 관한 검증을 시도할 때 그것은 실험설계가 어떻게 되었느냐 또 얼마나 많은 피험자들이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나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에 체계적 문헌고찰은 모든 연구들이 같은 가치가 있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체계적 문헌고찰의 목표는 특정 치료에 관한 최고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편향(bias)이 없는 방법으로 알아내는 것이다.

에른스트와 싱은 코크란연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개별 약품들의 효능을 검증하는 것과 동시에,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모든 종류의 치료법들에 대해서 심사를 한다. 예방조치, 선별검사의 가치, 생활방식의 영향, 건강 다이어트 등도 그 평가 대상이다.”


다행히도, 수많은 코크란연합의 논문들을 온라인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따라서 예컨대 만약 의사나 잠재적인 환자가 침술의 편두통(migraine) 치료 효과에 대한 가장 좋은 근거에 대해서 알기를 원할 경우, 코크란연합의 편향없고(unbiased), 독립적이며(independent), 엄밀하고(rigorous), 상대적으로 최신의(relatively up-to-date) 논문들로부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 경우 구글에서 검색어로 “cochrane collaboration acupuncture migraine”를 치면 원하는 결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허나 불행히도, 의사나 환자는 코크란연합의 논문들을 확인하고도 추가적인 고려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여기서 반드시 지적해두고자 한다. 침술의 편두통 치료에 대한 링크를 따라가서 관련 논문을 읽어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편두통 환자들이 침술로부터 통증 완화의 효과를 보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침을 놓는 위치가 어디냐 하는 것은, 한방사들이 보통 생각하는 것에 비교하면 드러나는 효과와 연관성이 적은 것으로 여겨진다.”


전통 한의학 한방사는 이렇게 침을 어디에 놓든지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에 대해서 불안해 해야한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사실은 '기(氣)'를 운반하는 ‘경락(經絡)’들을 따라 있는 ‘경혈(經穴)’들에 침을 정확히 꽃아야 한다는, 전통 한의학의 가르침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분명 침술의 전통적인 이론적 기반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

다른 면에서는, 편두통 환자들이 진짜 침과 플라시보 침(가짜 침) 양쪽으로부터 모두 효과를 본다는 사실은, 여하튼 편두통 환자에게 바늘로 찌른다는 행위 자체가 효과가 있는 치료법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최신의 실제로는 환자의 몸에 바늘을 찔러 넣지 않는 플라시보 침을 통한 임상시험법이 개발됐다는 사실(속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바늘(retractable needle)과 같은 것이 사용됨)에 대해서 잘 모른다면, 이 경우 환자를 바늘로 찌르는 것으로 편두통을 막는 일부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는 결론으로 비약할 수도 있겠다. 예컨대, 침술의 효과가 실제로 통증의 ‘관문이론(gateway theory)’같은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추정해볼 수도 있는 것이다. 허나, 이런 설명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가장 최근 실시된 (실제로는 환자의 몸에 바늘을 찔러 넣지 않는 플라시보 침을 통한 임상시험법에 의한) 침술에 대한 연구의 결과들은, 그간 코크란연합의 침술에 대한 연구의 결과 나타난 일부 긍정적인 결과들과 모순된다. 만약 이러한 최신의 결과들이 앞으로 다른 임상시험에서 반복해서 재현된다면, 그간의 코크란연합의 결과들이 재검토될 것이고 (코크란연합도) 침술의 효과를 기존보다도 덜 긍정적인 것으로 결론내릴 가능성이 있다. (Ernst and Singh 2008)”


수많은 연구 결과 진짜 침술과 플라시보 침술이 그 효과에 있어 확연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러한 연구들은 통증에 대한 측정같은 것은 포함되지 않았기에, 예컨대 구역질 완화의 경우, 침술의 효능을 설명하는 메커니즘에 있어서 ‘관문이론’이 아닌 뭔가 다른 설명이 있어야 한다.



대체의학에 대한 수많은 전문가들은 침술의 효능이 플라시보 효과로 설명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들은 침술(그리고 동종요법(homeopathy)을 포함한 다른 대체의학들)을 ‘플라시보 의학(placebo medicine)‘이라고 규정한다.

전문가들은 침술이 보여주는 몇몇 효능도 피부에 바늘을 꽃는 행위 때문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환자의 기대감, 치료의식이 이뤄지는 분위기, 일련의 전문적으로 구성된 환경에서 또 관련 전문가에게 치료를 받음으로서 생기는 완화효과, 그리고 호손효과(Hawthorne effect) 등 다른 요인들의 복합작용이 일으키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침술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는 증상의 자연치유, 증상의 기복,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 시술자를 기쁘게 해주려는 막연한 욕구 등도 있다.

침술의 순수한 효과를 검증하는 문제에 있어서 추가적인 어려움은, 이 시술법이 ‘이중맹검실험(double blind test)’를 진행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는 데 있다. 물론, 최신의 (실제로는 환자 몸에 바늘을 찔러넣지 않는) 속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바늘(retractable needle)을 사용하여 환자가 진짜 침인지 플라시보 침인지 모르게 함으로써 맹검화(blinding)에 성공하긴 했다. 허나 침을 놓은 사람도 자신이 놓는 침이 진짜 침인지 플라시보 침인지 모르게 맹검화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한방사를 맹검화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한방사가 환자에게 현재 플라시보 치료 중에 있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알려줄 위험이 있다. 한방사가 바디랭귀지 또는 목소리의 톤을 통해서도 플라시보 침을 놓고 있다고 환자에게 전해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결국 침술이 현재 일부 통증 완화 및 구역질 완화에 대해서는 미미하게 긍정적인 근거가 나오고 있는 것도 단지 환자만을 맹검화할 수 밖에 없었기에 남아있는 편향(bias) 문제 때문일 수 있다. (Ernst and Singh 2008)”


코크란연합은 당신이 보건과 관계된 치료법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기에 최적의 공간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으로 확실한 가이드라고는 할 수 없다. 코크란연합을 이용하는데 있어 치료법과 관련된, 모든 가용한 근거들이 갖고 있는 맥락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글쓴이 소개 (번역자주) :

로버트 토드 캐롤(Robert Todd Carroll) 박사는 2007년까지 새크라멘토 시 대학(Sacramento City College)의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었다. 현재는 ’과학적 회의주의 탐구위원회(The Committee for Skeptical Inquiry(CSI))'의 펠로우로 활동하면서 여러 기사와 책을 쓰는 과학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회의주의자 사전(skeptic's dictionary, http://www.skepdic.com )’ 홈페이지는 '과학적 회의주의자(skeptic)'가 지녀야할 지식과 규범에 대한 가장 탁월한 데이터베이스로 유명하다. 특히 ‘침술(acupuncture)’ 항목은 주기적으로 개작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회의주의자 사전‘에서도 과학중심의학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교본 중 하나로서, 현재 구글에서도 acupuncture 를 치면 가장 첫번째로 위키백과 침술 항목 이후에 뜨는 것이 바로 회의주의자 사전의 침술 항목일 정도다. 로버트 토드 캐롤에 대한 상세한 프로필은 위키피디아의 인물 항목을 참조하길 바란다.



관련기사:

보완대체의학 검증의 1인자 '에드짜르트 에른스트(Edzard Ernst)'

사이비의료와 소송전을 벌인 '사이먼 싱(Simon Singh)'

사이비의료 제도화를 비판하는 '사이언스인메디슨 연구소'

과학중심의학의 전진기지 ‘사이언스베이스드메디슨 블로그’

한의학연구원과 ‘민족의학신문’의 착각

대부분의 의학 연구는 잘못된 것일까?

'과학중심의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중심의학과 근거중심의학

왜 “근거”중심의학이 아니라 “과학”중심의학인가?

중국산 '근거중심의학'의 문제점

현대의학은 얼마나 근거중심의학적인가?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