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에 맞서는 동맹 구축에 합의했지만, 양국의 상호 신뢰를 하락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최근 러시아 언론은 러시아를 방문한 중국인들이 러시아군의 방탄조끼와 군복 등을 밀반출한 후 모조품을 러시아에 재판매하다 러시아 당국에 적발된 사실을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의 정책전문지인 ‘내셔널인터레스트(National Interest)’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선임 편집위원인 브랜든 J. 와이처트(Brandon J. Weichert)의 칼럼 “중국과 러시아의 ‘무제한’ 파트너십의 한계(The Limits of China’s “No Limits” Partnership with Russia)“를 게재했다.
칼럼은 서두에서 “러시아 정부는 중국인의 군사 장비 도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를 거부했지만 이것이 반가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The Russian Ministry of Internal Affairs has refused to publicly comment on the thefts of military equipment by Chinese citizens. But one can be certain that this is not a welcome development)”고 밝혔다.
칼럼은 러시아군이 전술 조끼 두 벌과 순찰용 배낭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중국인이 이를 절도한 것이라며 “이번에 잡힌 중국인은 전투용 배낭 및 기타 군사 장비와 함께 방탄복 2벌을 이미 중국으로 보낸 것으로 확인된다”고 언급했다.
또 칼럼은 이번 사건이 러시아 내에서 중국인들이 벌이는 산업 스파이 활동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규정하고 “일부 전문가에 따르면 중국 정보기관은 우크라이나 등 러시아와 교전 중인 국가에 정기적으로 인력을 파견해 러시아산 고급 군사 장비를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결국 중국 정부의 공식 정책은 ‘제한 없는 친구(friend without limits)’인 러시아로부터 민감한 고급 장비를 훔치는 것”이니, 정말로 제한 없는 친구가 맞는 모양”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어 칼럼은 “양국 정상이 우호 관계에 제한이 없다고 합의했을 때 중국 정부는 민감한 군사 장비를 포함하여 러시아의 모든 것에 대한 접근이 허용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칼럼은 러시아와 중국의 동맹이 생각보다 탄탄하지 않다며, 중국은 이를 계기로 러시아의 제트 엔진, 미사일 기술, 전술 장비 등 첨단 외국 기술에 대한 접근을 바라고 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또 칼럼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전방위적인 무역전쟁을 계기로 중국이 유럽연합(EU)과 공조를 모색하고 있는 현실도 러시아의 국익과 상충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유럽연합과 영토를 맞대고 있으며, 안보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여러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칼럼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의 분열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은 적지만, 나중에 역사가들은 이 시기를 돌아보면서 이것이 징후(sign)였다고 분석할 것”이라며 “미국은 러중 관계의 균열을 이용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