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월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과 동시에 러시아와의 협상을 통해 러우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까지는 러시아의 푸틴도 실리주의자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그레이엄 연구원은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전쟁은 러시아와 서방의 첨예한 갈등의 일부”라고 규정하면서 “러시아는 냉전 직후 자신들이 약해졌던 시기에 서방과 했던 합의를 수정하려고 결심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레이엄 연구원은 “나토와 유럽연합이 확장하면서 러시아가 오랫동안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던 동유럽의 완충 지대가 사라졌다”며 “동시에 러시아는 유럽 문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던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푸틴을 비롯한 러시아 엘리트들이 냉전 이후 수십 년간 미국이 보여준 행동을 “러시아와의 파트너십 구축이 아니라 러시아를 강대국 지위에서 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고 언급했다.
그레이엄 연구원은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은 유럽 안보의 구조와 자신들의 강대국 지위에 관한 문제”라며 “내일 기적적으로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유럽에서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더 큰 문제가 남아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레이엄 연구원은 러우전쟁의 항구적인 해결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유럽 안보의 미래를 위한 광범위한 합의(broader agreement on a framework for the future of European security)”라고 규정하고 “미국은 러우전쟁 휴전 뿐 아니라 더 큰 지정학적 합의를 러시아와 이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러시아는 양자협상을 환영할 것”
그레이엄 연구원은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와 EU(유럽연합)가 관여하지 않는 미국과 러시아의 양자 협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그러면 러시아는 자신들의 강대국 지위가 인정받는 것이기에 이 협상을 환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유럽과 우크라이나에게 자국의 의지를 완전히 강요할 수는 없다”며 “러시아와의 협상을 진행하면서 동맹국 및 우크라이나와 별도로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러시아와의 협상 의제에 대해 그레이엄 연구원은 냉전 말기와 탈냉전 초기에 소련과 서방이 합의한 유럽 재래식 군사력 조약(CFE) 등 군비 통제 조치를 논의하라고 언급하면서 바렌츠해에서 발트해를 거쳐 흑해에 이르는 나토-러시아 전선을 안정화시키는 방안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라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연구원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임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소홀히 다뤘던 미국-러시아 관계의 모든 문제에 대해 러시아와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양국이 중동, 북극, 동북아시아, 에너지 시장 등 전략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미러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가능하지 않겠지만, 경쟁적 공존(competitive coexistence) 또는 건설적 경쟁(constructive rivalry) 관계로 전환하는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칼럼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