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솔직히 충고해 주는 친구" 의미…러드, 올림픽 보이콧엔 반대입장
(선양=연합뉴스) 조계창 특파원 = 중국이 보아오포럼 참석을 위해 9일부터 4일 일정으로 자국을 방문하고 있는 케빈 러드 호주 총리에 대해 엇갈리는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러드 총리가 중국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는 서방의 유일한 국가원수로 하워드 전임 총리의 친미 정책에서 벗어나 서방과 아시아를 이어주는 가교로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일변도의 행보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기대해왔다.
하지만 그가 최근 중국 정부에 달라이 라마와 비공식적인 대화를 가지도록 제안한 것을 계기로 점차 기대가 우려로 바뀌는 분위기이다.
중국은 특히 러드 총리가 9일 베이징(北京)대 특별강연에서 향후 양국 관계를 규정하는 말로 '쟁우(諍友)'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쟁우는 중국의 오래된 처세서 '지전(智典)'에 등장하는 말로 '잘못을 솔직하게 충고해 주는 친구'를 의미한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 10일 보도에 따르면 러드 총리는 이날 강연에서도 어김없이 티베트 문제를 거론한 뒤 "중국이 소중하게 여기는 친구는 잘못도 충고할 수 있는 쟁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연에서 '중국이 티베트사태를 폭력으로 진압했다'는 표현까지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티베트에는 인권문제가 존재한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러드 총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저는 중국에 대해 이런 우정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고 공개적으로 표명, 앞으로 중국에 대해 쓴 말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점을 암시했다.
이 같은 발언은 그가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인물로 다른 서방 국가원수와는 달리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종 현안에 대해 자국에 친화적인 정책을 펼 것으로 은근히 기대했던 중국에는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러드 총리는 중국 고전을 인용한 '쟁우' 발언을 통해 중국과 에너지.자원협력,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자국의 국익이 걸린 문제에서 중국에 정통한 자신을 호락호락한 상대로 봐서는 안된다는 점을 미리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드 총리는 이날 강연에서 티베트 사태로 고조되고 있는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에 명확하게 반대 입장을 밝히는 '립서비스'도 잊지 않았지만 환구시보는 "그가 조용히 당의로 포장된 폭탄을 밀어넣었다"고 보도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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