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조 기자 = 1990년대 학생운동의 상징이었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출범 16년 만인 2008년 신임 의장 선출에 실패하자 이를 두고 '학생운동 자체의 몰락'이라거나 '새로운 학생운동으로의 전환점'이라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적극 동참했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를 확대 재편하는 가운데 탄생한 한총련은 1993년 5월 전국 180여 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한 가운데 1기 한총련을 출범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한총련은 학내문제 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농민, 빈민 등 사회적 약자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비판세력의 소임을 맡아왔지만 1996년 8월 연세대 점거농성과 이듬해 한총련 출범식에서 잇따라 전경과 시민 등이 숨지는 사태가 빚어지자 거센 사회적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5기 한총련이 이적단체로 규정된 이후 매년 한총련 의장은 물론 각 대학 총학생회장, 단과대학 학생회장들이 잇따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되고 주요 대학들의 한총련 탈퇴 러시가 이어지면서 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이에 따라 한때 전국 대부분 대학이 참여했던 '불패의 애국대오' 한총련은 이제 회원대학이 40여개 교에 불과한 군소단체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한총련을 탈퇴한 연세대의 성치훈 총학생회장은 31일 "학생운동 자체에 대한 학생의 관심이 줄어든 만큼 한총련의 쇠퇴도 역사의 흐름 중 하나"라고 평했다.
그는 "요즘 시위 문화도 한총련이 주도하던 시절처럼 학생들의 거부감을 일으키는 과격한 방식이 아니라 학생의 흥미를 끌고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지금은 학생운동이 변화하는 과도기"라고 말했다.
6기 한총련 의장을 역임했던 송준혁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비서실장도 "80~90년대에 비해 학생운동의 사회적 역할은 축소됐는데 한총련이 지금 시대에 맞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보수성향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정책실장은 "한총련의 이념 일변도적인 태도가 학생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 실장은 "현재 젊은층의 관심은 취업 등 개개인의 미래 설계에 맞춰져 있다"며 "한총련은 이념에 몰두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대학생의 실생활을 파고드는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의장 선출 무산'이 곧바로 학생운동의 퇴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안진걸 팀장은 "한총련이 쇠퇴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곧 학생운동의 퇴조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NGO활동이나 자원봉사는 물론 한총련을 대체할 새로운 학생단체를 통해 활발한 사회참여를 이어가고 있다"며 "한총련 쇠퇴가 곧바로 학생운동의 퇴조로 이어진다는 시각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학생운동의 투쟁방식이나 과도한 이념지향 등의 문제점은 단절해야겠지만 민중의 삶에 관심을 둔다는 학생운동의 정신은 계속 계승될 것"이라고 말했다.
10기 한총련 의장을 역임한 김형주씨도 "여전히 학생운동이 해야 할 몫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표조차 세우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며 "비록 의장은 없지만 학생운동의 긍정적 역할은 계속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b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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