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 국가들, "우리들만의 공간" 천명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 `440억 배럴의 석유, 230조㎥의 가스, 세계 최고의 캐비아 생산지'
이곳이 바로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 5개국이 감싸안고 있는 세계 최대의 내해(內海)인 카스피해다.
자원보고로 그동안 주변국과 열강의 관심을 받아 온 카스피해가 요즘 지정학(地政學)적인 국제관계가 얽히고 설키면서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이들 5개 연안국 정상은 16일 카스피해에 매장된 원유, 가스 등 에너지 자원과 역내 통행에 대한 권리를 확인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25개항의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성명에서 5개국만이 카스피해 항행권과 자원 이용권을 갖고 있으며 다른 나라가 군사 목적으로 카스피해 영역을 이용하는 것을 불허한다며 카스피해가 자신들만의 영역임을 주장했다.
또 이들은 별도의 경제협력 기구 창설에도 합의하고 내년에 러시아에서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자원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 중동에 이어 세계 3번째 유전지대인 카스피해를 남에게 넘겨 줄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의 카스피해 진출에 거의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카스피해 국가간 단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은 카스피해 석유를 지중해로 실어나르는 BTC 송유관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고 터키의 세이한항-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의 카라치카항까지 연결되는 송유관을 건설, 유럽에서 아시아로 연결되는 원유 공급선을 확보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다.
지난 8월 아제르를 방문한 매튜 브리자 미국 국무부 유럽.아시아 담당 차관보는 "미국은 에너지 자원을 정치적 지렛대로 사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러시아를 겨냥하기도 했다.
또 미국은 이란 등 적성(敵性)국가를 견제하기 위한 장소로 카스피해 연안국을 물색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월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카스피해 횡단 가스관 사업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카스피해 연안을 따라 투르크멘-카자흐-러시아를 잇는 CAC가스관의 개보수 및 추가 건설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국방동맹까지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옛 소련시절에는 소련과 이란간 조약으로 카스피해 이용에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카스피해 연안국이 5개국으로 늘면서 자원개발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했다.
현재 이란과 투르크멘은 카스피해를 호수로 보고 5개국에 균등 배분되길 원하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바다로 간주하면서 각국의 연안 길이에 비례해 배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스피해는 바다도, 호수도 아니기 때문에 1982년 채택된 유엔해양법협약이 적용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고민해오던 연안국들은 10여년전 카스피해의 모든 자원이 5개 연안국에 귀속되고, 카스피해의 법적 지위는 연안국간 합의에 의해서만 채택될 수 있다는 두 가지 중요 원칙에 합의한 뒤 1992년부터 실무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각국의 정치.경제적인 문제 및 카스피해 환경문제 등을 둘러싼 국가간 이견으로 협약 서명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고 이번 회담에서도 `카스피해 협약 서명'은 불발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송유관 건설을 비롯해 관광.레저 등 카스피해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카스피해 법적 지위문제의 조속한 해결이 역내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연안국들 사이에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이 협약도 조만간 체결될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최근 유럽과 아시아간 무역 증진을 위해 카스피해와 흑해를 잇는 길이 650km의 운하를 건설하자고 제안, 관심을 끌기도 했으며 투르크멘은 카스피해 연안 관광단지 건설에 이미 착수한 상태다.
hy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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