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는 27일, 국민의당 전략홍보본부 전체 기획회의에 참석해서 '2017년 대선의 시대정신과 국민의당 집권의 길'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호남과 친노의 분리론을 주장했다.
주대표는 발표문을 통해 "국민의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호남의 지지와 기타 지역 유권자의 지지가 반비례 관계라는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대표는 이어 "호남을 저개발과 소외, 고립 상태로 묶어두려는 친노 좌파의 영향력을 전면적으로 척결하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주대표는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선진화 정상화를 가로막는 박정희식 관치경제, 규제를 극복하는 주역으로 호남이 나서도록 국민의당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국민의당이 집권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는 주 대표의 발표문 전문(全文)이다.
- 2017년 대선의 시대정신과 국민의당 집권전략 -
호남과 좌파의 분리에 지금 당장 나서야 한다
대선 전략이 거론되면 주로 나오는 얘기가 누구랑 손잡을 것이냐, 타이밍은 어떠냐 하는 기술적인 측면입니다. 즉, 정치공학적인 측면에 관심이 쏠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비전과 메시지를 통해 유권자들을 변화시키고 움직이는 것이라고 봅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주로 정치공학적인 문제가 거론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정치에 메시지와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인이 그만큼 드물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이 자리는 내년 대선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국민의당 집권과 관련해서 자주 나오는 얘기가 ‘호남만으로는 안되지만 호남 없이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호남의 지지로 제3당이 될 수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호남의 지지는 영남과 여타 지역의 지지를 잃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고백입니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민의당과 안철수의 대선승리 및 집권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내년 대선은 후보가 몇 명 출마하느냐와 별개로 본질적으로는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 구도라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진영의 이런 고민과 문제점을 문재인 진영도 잘 알고 있습니다.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지난 총선 직후인 4월22일자 경향신문에 게재한 ‘문재인을 위한 변명’이란 칼럼에서 ‘오직 호남만이 지역주의 정치이며, 문재인은 호남을 버리고 수도권과 영남 위주로 정치를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 조대엽은 최근 출범한 문재인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부소장을 맡았습니다. 조대엽의 문제의식과 정치노선이 문재인 진영의 노선이라는 증거입니다.
문재인측의 전략은 근거가 있습니다. 호남에서 문재인에 대한 반감이 심하지만 대선이 다가오면 새누리당을 지지할 수 없는 호남이 울며 겨자 먹기로 문재인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것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비록 의석은 많이 뺏겼지만 더민당이 호남에서 얻은 표 자체는 국민의당과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도 이런 전망의 근거입니다.
다른 시사점도 있습니다. 호남을 때려야 영남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그것입니다. 총선 직후 친노 성향 인터넷 사이트에는 영남 출신 청년들의 경험담이 상당수 올라왔습니다. 평생 보수정당만 찍어오던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을 찍었다는 것입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호남이 문재인을 싫어하잖냐’라고 하더라는 것입니다. 문재인측은 당분간 호남과 거리를 두는 것이 영남을 포함한 수도권 등의 득표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대응하는 안철수와 국민의당의 전략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확실한 것은 호남의 지지가 전국민의 공감과 동의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호남의 지지가 전국민의 거부를 낳는 요소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호남의 고립과 소외, 왕따의 문제가 호남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민의 문제가 되어야 가능합니다. 즉, 호남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주도하는 비전과 가치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호남과 친노 좌파의 분리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좌파들이 사용하는 표현 가운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게 있습니다. 영남을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의 숫자가 훨씬 더 많아서 호남과 좌파가 이길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호남 정체성을 가진 유권자가 25%, 영남의 그것이 35% 정도라고 했을 때 합쳐서 60% 정도입니다. 나머지 40%는 어디로 갔을까요?
호남과 좌파가 다수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보수 영남에 비해 머릿수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영남도 호남도 아닌 나머지 40%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나머지 40%의 국민들은 호남 진보가 아닌 영남 보수를 지지했을까요?
이 문제는 우리 역사에서 나타나는 시대적 과제와 연결돼있다고 봅니다. 구한말과 일제시대를 거쳐 20세기를 관통하는 한국의 핵심적 과제는 바로 근대화의 달성 여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산업화, 사유재산 제도의 확립, 법치주의의 정착, 개인주의와 계약 정신의 확산 등이 근대화의 핵심 내용입니다. 영남보수가 더 폭넓은 지지를 받아온 것은 바로 이들이 그 작업을 주도해서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우리나라 국민들이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 명백한 사실을 부인하면 안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재 시대적 과제는 무엇이며, 그 과제는 호남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을까요? 저는 여전히 우리나라의 핵심 과제는 근대화의 완성이며 그 완성은 호남의 정상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봅니다. 몇 가지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경기도 지역에 땅을 꽤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외국 유학도 다녀왔고 나름 의식이 깨인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그 땅에 상가 건물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공사 현장 부근에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채소 좌판 등을 벌였습니다. 현장소장은 냉정하게 이 분들을 쫓아냈습니다. 건축주는 “너무 심한 것 아니냐? 공사할 때만이라도 장사할 수 있게 놔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현장소장이 “저 사람들 지금 아니면 나중에 절대 못 쫓아낸다”고 하더랍니다. 하지만 건축주는 설마 하며 방치했습니다.
공사가 끝나고 상가 입주가 시작됐지만 그 노점들은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더 몰려들어 건물 앞 도로는 완전히 시장이 되었습니다. 건물 입주 상인들이 손해를 보게 되자 건물주는 노점상들에게 비켜달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소방차도 들어올 수 없게 되어 건물주는 구청에 찾아가 사정을 말하고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대답은 “같이 살아야지 그렇게 쫓아내시면 됩니까? 그분들에게 수도랑 전기도 지원해주세요”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건물 주위에는 노점상들이 완전히 터를 잡고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노점상들끼리 권리금까지 붙여 자리를 매매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건물주나 건물 입주 상인에게 어떠한 금전적 보상도 하지 않으며 세금도 내지 않습니다.
가수 리쌍과 그 건물 세입자의 분란은 들어서 알고 계실 겁니다. 사람마다 판단이 엇갈리지만 확실한 것은 리쌍이 법적으로 승리했고 거기 근거해서 권리를 행사했지만 그게 결국 좌절됐다는 것입니다. 건물 세입자는 막무가내입니다. 여론에 호소하고 맘상모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대항합니다. 이런 게 전형적인 ‘떼법’ 아닌가요?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완전히 양극화됐습니다. 인터넷 등의 평범한 네티즌들은 대부분 리쌍의 입장을 옹호합니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언론사들은 하나같이 세입자의 입장을 옹호합니다. 어느 게 옳은 태도일까요? 어느 쪽을 옹호하는 게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조선 말엽에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외국인들의 견문록에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조선 사람들이 게으르고 열심히 일하지 않고 그래서 가난하지만 그 가장 큰 원인은 작은 재산만 생겨도 온갖 트집을 잡아 탈법적으로 그 재산을 뺏어가는 관료들의 횡포라는 것입니다. 즉, 사유재산을 전혀 보호해주지 못하는 국가적 후진성이 게으름과 가난의 원인이라는 지적입니다.
우리나라 좌파 진영은 마르크스주의의 영향 때문인지 사유재산을 죄악시하고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진보이고 정의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유재산을 보호해 국가나 권력자의 침탈에서 지키는 것은 인류 역사상 거대한 진보였습니다. 이를 통해서 사람들이 안심하고 재산을 모아 자본이 쌓이고 생산력이 발전해서 수많은 인류가 절대적인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입니다.
마르크스 본인도 아담 스미스나 리카르도, 헤겔의 정신적 유산 위에서 자신의 사상을 전개했기 때문에 사유재산의 중요성을 무척 강조했습니다.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자본주의의 위대한 생산력을 적극 긍정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좌파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인식조차도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진보 진영이 해결 못한 오랜 숙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기층민중 즉 하위 50% 국민들의 정치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진보 진영 스스로도 자신들이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걸 인정합니다. 진보 진영은 사회 경제적 약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에 자신들의 정치적 정체성이나 존재 근거를 두고 있는데 정작 그 기층민중들은 왜 진보 세력을 지지하지 않을까요? 운동장이 기울어져서? 기층 민중들이 어리석어서?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얼마 후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그때 새정치연합의 경기도 지역 의원이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지역구에서 사람들을 만나서 세월호 사건을 놓고 얘기해보면 반응이 확연히 갈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사나 약사, 변호사, 먹고살만한 자영업자 등은 “좀더 선명하게 열심히 싸워서 세월호의 문제를 파헤쳐달라”고 하는 반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처지의 사람들은 “제발 좀 그만해라. 세월호 때문에 다 죽을 지경이다”라고 하더라는 겁니다.
저는 이 문제를 사회적 엔트로피의 증대라는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우리나라 좌파가 사회적 문제를 대하는 방식은 엔트로피의 증가 즉 무질서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특정한 혁명적 시기에 이런 접근은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극히 드문 예외적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런 예외적 상황을 일상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활동한다면? 그건 혁명의 대의가 아니라 폭동과 무질서를 추구하는 비적의 무리라고 봐야 합니다.
엔트로피의 증가는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힙니다. 많이 배우고, 가진 것 많고, 인맥과 배경, 네트워크가 빵빵한 사람들은 사회가 혼란스러워도 별 지장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혼란기는 이들에게 더 큰 기회가 됩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들 대부분에게 사회적 혼란은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일 뿐입니다.
이 모든 문제가 근대화의 완성이라는 과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유재산권의 확립, 법치를 통한 사회적 질서의 정착 등이 그것입니다. 좌파들이 법치를 부정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지만 법은 약자가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토해내는 가장 피맺힌 절규가 뭔지 아십니까? 바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좌파들은 법치를 무력화시켜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좌파를 우리나라 평범한 시민들이 지지할 것 같습니까? 국민들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습니다.
민중들이 어리석어서 정치적인 식견이 없어서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교만부터 버리지 않으면 좌파와 기층 민중은 영원히 평행선을 긋고 어느 지점에서도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호남의 처지는 바로 이 좌파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좌파는 이념이나 정책, 정치적 능력 등 어떤 점에서도 큰 영향력을 갖기 어려웠다고 봅니다. 그런 좌파가 실력 이상의 존재감을 갖고 한국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거의 전적으로 호남의 지원 때문이었습니다. 근대화 과정의 소외와 5.18 등 불행한 역사적 사건이 호남의 이런 선택을 만들어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선택은 결국 호남에게 심각한 굴레가 되고 있습니다. 좌파는 호남의 지지를 기반으로 국회의원이 되고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지만 호남은 그 대가로 가난과 소외, 왕따의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반기업, 반시장, 반자본주의의 이념을 내재화한 대가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한다고 한 것이 오히려 자본주의적 근대화 이전의 봉건적 가치관에 빠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반물질적 관념론적 세계관이 그것입니다.
호남이 지지한 제1야당은 좌파가 아니라고 하는 항변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친노가 제1야당을 장악한 이후에는 이런 항변이 성립할 수 없습니다. 친노는 우리나라 범좌파 진영의 제도권 agent라고 봐야 합니다. 친노의 주축인 486은 큰 정부와 정부 개입을 강조하고, 귀족노조를 옹호하며, 반미친중 성향이 강합니다. 기업과 시장에 대해서도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남에서 이런 반기업 반시장적 사례는 자주 나타납니다. 전주시의 숙원 사업으로 2012년 송하진 전주시장(현재 전북지사)이 롯데쇼핑과 협약을 맺고 추진한 전주종합경기장 재개발 사업이 후임 김승수 시장의 반대로 허공에 뜨고 말았습니다. 김승수 시장의 반대 명분은 결국 기업이 싫다는 것입니다. 이 사업이 표류하면서 국비 재정사업으로 함께 추진했던 전시 컨벤션센터 건립도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김승수 시장은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번 대기업에 내준 시민의 땅은 다시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 자본도 한국 부동산에 투자하는데 기업이 철천지원수 적군입니까? 시장 질서를 이해한다면 나올 수 없는 발언입니다.
김승수 시장 같은 좌파들 사고방식이라면 호남은 앞으로도 계속 근대화 이전 단계, 자연을 벗삼아 음풍농월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서울에서 자본주의의 꿀물을 빨며 살다가 어쩌다 한 번씩 호남에 내려와 민속촌 관광하고 올라가는 강남좌파들 입장에서는 호남이 저개발 상태로 남아있는 게 유쾌하겠지만 호남에게는 이게 고통일 뿐입니다.
호남의 고민 가운데 하나인 새만금의 스마트팜 사업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LG그룹의 IT서비스를 담당하는 LG CNS가 지난 7월 새만금에서 스마트팜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3800억원을 투자해 여의도 4분의 1 면적에 첨단 온실과 식물공장, R&D 센터 등 스마트팜 실증 연구단지를 세우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9월 LG CNS는 스마트팜 사업 철회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농민단체 및 좌파 성향 언론과 지식인의 반발이 컸다고 합니다. 전북 도의회마저 ‘LG의 농업진출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이들의 반대 논리는 김승수 시장의 전주종합경기장 반대 논리, 대기업의 골목 상권 진출을 반대하는 논리와 똑같습니다. 반기업, 반시장, 반자본주의입니다.
전주종합경기장 사업과 관련해서 “현대나 LG는 좋지만 롯데 같은 악덕기업에게는 절대 땅을 넘길 수 없다”는 분도 있더군요. 하지만 LG가 새만금에 투자하겠다고 나서도 결국 반대하잖습니까? 김승수 시장은 전주시의 에코시티 대형마트 입점과 관련해서도 “코스트코는 절대 안 된다”고 하더군요. 결국 기업이 싫고, 시장이 싫고, 자본주의가 싫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 분위기에서 호남이 가난과 소외, 저개발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저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런 호남에 기반을 둔 정치세력이 대한민국의 다른 지역, 영호남을 제외한 나머지 40%의 지지를 얻을 수 없습니다. 가난하고 낙후된 삶의 방식은 결코 정치적 리더십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건 곧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과 안철수의 집권도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한국의 산업화와 근대화, 경제개발을 주도해온 영남패권 세력이 계속 정권을 잡을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박정희가 주도한 산업화와 경제개발은 매우 불완전한 방식이었습니다. 제한된 자원을 소수의 재벌과 산업, 특정 지방에 집중해서 단기간에 최대의 효과를 내려고 했기 때문에 많은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87년 체제는 그 부작용을 정치 측면에서 극복해낸 민주화의 성과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여전히 박정희식 국가 주도형, 중앙집권형, 관치 경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1980년 이후 한국 경제에서 박정희 체제의 극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미완성입니다. 사실 박정희를 이어받은 전두환 정권의 경제 정책 측면에서 가장 큰 이슈는 중화학공업 구조조정이었습니다. 전두환 정권은 사실 박정희 정권의 뒷수습이라는 역사적 책무를 갖고 있었습니다.
전두환이 정치적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경제 및 사회적 영역에서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두드러진 개방화, 자유화, 공공 부문 축소를 해냈고 그것이 괄목할만한 경제적 성과를 올린 것은 사실입니다. 오히려 87년 체제 이후의 민주화 및 복지 강화가 경제 영역에서 공공 부문 및 관치금융의 확대라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는 바로 이런 부작용이 누적된 결과이기도 할 것입니다.
외환위기는 엄청난 고통이었지만 동시에 한국 경제가 스스로 해내기 어려운 구조조정의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대한민국의 내로라는 기업들도 이건희 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국제 기준으로 2류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전자 통신 자동차 조선 해양 등 분야의 경쟁력이 높아졌고 상당수 기업들이 글로벌 톱랭커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한두 기업의 사례라면 개별 기업의 노력이나 우연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당시 우리나라 기업들의 변화는 광범위하고 전면적인 것이었습니다. IMF가 강요한 프로그램의 결과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IMF의 개혁 프로그램을 수행한 국가 가운데 한국처럼 두드러진 효과를 본 나라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경쟁해 승리해야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시장 경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높여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입니다. 소비자의 선택을 놓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기술과 경영의 혁신을 추구하게 되고 이를 통해 사회 전반의 생활수준과 합리성이 높아집니다. 이것이 사회적 진보를 이룩하는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박정희 경제체제는 국가가 주도해서 해외에서 도입한 자금과 세제 및 금융 혜택, 제도적 지원 등 자원을 선택된 소수에게 배분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은 단기간에 효과를 냈지만 부작용도 많았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가 정상적인 시장 기능을 왜곡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정부가 주는 혜택을 얼마나 챙기느냐가 우리나라 기업 경영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였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기업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조건에서는 기업들이 결코 전면적인 혁신 경쟁에 나설 수 없습니다. 오히려 혁신에 힘을 쏟은 기업일수록 도태될 가능성이 큽니다. 혁신은 리스크를 감당하는 도전이고 성공하면 큰 대가를 얻지만 실패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한쪽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아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시장을 장악하는데 우직하게 혁신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업은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high risk, high return이 아니라 low risk, low return을 추구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승리하게 되고 이것은 대한민국 기업 생태계 전반의 저열화 퇴화로 이어집니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숙제가 박정희식 시스템의 탈피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은 과거와 같은 정부측의 특혜와 정경 유착을 기대할 수 없게 된 분위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없으니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혁신에 나서게 되고 이것은 한두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 전반의 진화로 이어졌습니다. 김대중의 집권과 외환위기가 지연 혈연 학연으로 얽힌 영남패권 이너서클이 국가 전체의 자원 배분을 독식하는 프로세스에 균열을 낸 것입니다.
이 경험은 호남에게 주어진 역할과 사명을 잘 보여줍니다. 김대중 정권 이후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권 등 국가 권력에서 영남 색채가 강해질수록 기업들이 자유시장 경쟁보다는 정경유착에 의존해 안정적인 경영을 하는 과거회귀적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봅니다. 박정희식 경제체제, 영남패권이 사회 전반에 구축해놓은 벽이 강고하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반의 활력이 사라지고 기업들은 혁신보다는 특혜에 더 예민해집니다. 끼리끼리 나눠먹고 네트워크를 통해 밀어주고 땅겨주는 보수정권의 인사 난맥상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부채질합니다.
지난해 단순 유통마진을 노리는 면세점 면허를 놓고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머리 싸매고 경쟁했던 사례가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국내 기업들이 그만큼 경영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지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침체나 삼성전자 노트7의 충격도 큰 관점에서 보자면 국내 기업 생태계의 퇴화에서 유발된 현상이라는 심증을 갖고 있습니다.
해법은 규제 개혁을 통해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시장 기능을 회복하고 기업들이 전면적인 혁신에 나서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과제를 누가 수행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박근혜 정권이 규제개혁을 강조하지만 과연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영남패권이 작동하는 가장 큰 무기가 고급 관료들의 중앙집권형 권력이기 때문입니다. 영남패권이 규제개혁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 손발을 자른다는 의미입니다. 역사상 기득권 세력이 자신의 손발을 먼저 자른 경우는 없습니다.
영남패권의 반대편에서 대안 세력의 역할을 해왔던 호남이 이 일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호남 내부 오피니언리더와 운동권, 친노 정치인들이 조장하는 반기업 반시장 반자본주의 정서를 호남의 민중들이 벗어던져야 합니다. 이것은 만만찮은 싸움입니다. 친노 좌파가 대한민국 전체의 거대한 기득권 집단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싸움을 호남 내부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에서 진행중인 이념적 내전이라고 부릅니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추진하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지지부진하다고 합니다. 최근 이런 내용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에 엄청난 댓글이 달렸습니다. 기업들이 호남에 투자하면 나중에 후회한다, 절대 가지 말라는 내용들입니다. 저는 그 댓글들에 깔린 두려움을 읽었습니다. 영남패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호남이 좌파와 절연하고 기업과 시장, 자본주의 질서를 내면화하여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정상적인 대한민국의 일원이 되는 것입니다. 영남패권이 지닌 인종주의적인 퇴행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왜 그걸 두려워할까요? 영남패권의 절대 권력을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호남을 고립시키고 낙후된 저개발 상태로 남겨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대립 갈등 구도를 영남 대 호남으로 왜곡하고 그 구도에서 호남을 악마로 만들어 고립시키면 영남패권이 선거에서 백전백승, 마르고 닳도록 대한민국을 주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호남을 좌파의 영향력에 묶어두고자 하는 친노가 사실상 영남패권의 동맹군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국민의당과 안철수는 호남의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앞장서야 합니다. 이것이 호남과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자 국민의당과 안철수가 내년 대선에서 집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호남을 정상화시키고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일원이 되게 하는 것, 이것이 ‘호남만으로도 안되지만, 호남 없이도 안된다’는 국민의당 집권 플랜의 딜레마를 푸는 유일한 경로입니다. 호남이 앞장서서 부국강병과 경제발전의 길과 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국민의당 내부도 여전히 친노 좌파의 사상적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입니다. 지난 총선을 전후한 국민의당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는 그러한 우려를 더욱 강화시킵니다. 무엇보다 친노 좌파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표를 일부라도 얻어서 집권에 보태겠다는 꿈에서 빨리 깨시라는 점을 강력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표는 결코 국민의당과 안철수에게 오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진지하고 고민하시는 국민의당 관계자 여러분의 지혜와 노력과 승리를 기대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식으로 3줄로 요약하겠습니다.
1. 국민의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호남의 지지와 기타 지역 유권자의 지지가 반비례 관계라는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
2. 호남을 저개발과 소외, 고립 상태로 묶어두려는 친노 좌파의 영향력을 전면적으로 척결하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
3. 대한민국 경제의 선진화 정상화를 가로막는 박정희식 관치경제, 규제를 극복하는 주역으로 호남이 나서도록 국민의당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집권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