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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마이니치신문에‘학교의 풍경’이란 제목으로 연재되고 있는 코너가 있다. 일본에 현대적 교육기관이 설립된 지 140년,‘학교’란 기관이 일본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학교’와 함께 일본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되돌아보는 내용이다. 이 코너에서 지난 10월22일엔‘운동회’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일본서 처음 운동회가 열린 것은 홋카이도에 자리 잡은 삿포로농학교(홋카이도대의 전신)에서 1878년에 열린 것이 학교연례행사로 정착한 사례라고 한다. 삿포로농학교에선 매년 여름이 되면 장·단거리 경주, 높이뛰기 등 육상종목과 함께 돼지몰기, 2인3각, 장애물경주 등이 펼쳐졌는데, 이것이 전국으로 점점 퍼져나가 두 편으로 나뉘어 경쟁을 하는 등 현재모습과 유사한 형태로 변화해갔다고 한다.

이‘운동회’란 것은 일본의 독특한 대중적인 행사로, 건강유지와 운동능력 배양뿐 아니라 학교에 대한 소속감, 규율의 준수, 전체이익에 공헌하는 자세 등을 육성하는 데에도 목적이 있었다고 한다. 외세에 문호를 개방하고 부국강병을 추구하던 일본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운동회’가 이에 긍정적 역할을 했으리란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일본 운동회의‘판박이’ , 한국 운동회

사실 한국의 운동회는 일본의 운동회를 그대로 들여온 것이나 다름없다. 공굴리기, 바구니에 공 넣기, 기마전, 줄다리기, 단체 체조, 응원전 등 일본에서 유래한 종목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에 들어와 그대로 남은 것들이다. 즉,‘일본의 잔재’인 것이다.

조선일보 10월24일자 기사‘사라지는‘초등학교 운동회’ ’ 에 따르면, 한국에서 운동회를 여는 초등학교가 점점 줄고 있으며, 지난해 서울에 위치한 초등학교의 38%는 운동회를 열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신문은 입시위주 교육 때문에 체육활동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유은혜 민주통합당 의원의“학생들의 신체 활동이 부족한 상황에서 운동회를 줄이면 학생들의 체력 저하를 부추길 수 있다”란 말을 전하며, 사라져가는 초등학교 운동회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일본의 잔재’는 항상 부정돼야 하는가?

마이니치신문과 조선일보, 그리고 지금까지 한국사회가 보여줬던 모습을 생각하면 모종의 모순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한국사회는 명칭과 외형만 일본의 그것과 비슷해도‘일본의 잔재’란 낙인을 찍어 철폐 운동을 벌이는데 앞장서왔다. 그런데‘일본의 잔재’가 분명한 운동회에 대해선 오히려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운동회뿐만이 아니다. 수학여행이나 소풍 같은 학교행사는 물론 가위바위보 같은 놀이들 역시 모두 일본에서 들어온 것들이다. 그러나‘수우미양가’로 성적을 매기는 것이 없어져야 할‘일본의 잔재’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이런 것들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일본의 잔재’란 표현을 쓰지 않을 뿐더러 철폐하잔 주장도 절대 하지 않는다. 향수로서든 무엇이든 자신들이 즐기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필자 개인적으론 개개인에 즐거움과 합리적 이익을 가져다준다면‘유래’나‘기원’은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비록 그것이 일본서 들어온 것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당당하게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도움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일본 것이라고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인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까?

어쩌면 단지 누군가를 비난하고 공격하기 위해, 혹은 뉴스에‘애국자’로 이름을 올리기 위해,‘일본의 잔재’를 소재로 삼아 편향된 주장을 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사회가 먼저 철폐해야 할 문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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