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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에서 재외동포 선거가 처음으로 실시된다. 선거등록이 실시됐지만 현재 대상자의 5% 정도만이 선거등록 신청을 마쳤다고 한다. 이를 두고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 선거 홍보, 등록, 관리를 하는데 수백억 원에 이르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는데 5%의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니 회의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홍보와 편의성이 부족했다며 좀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의 투입을 주장한다. 그러나 투표의 편리성 이전 재외동포 선거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따져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해외거주의 경험이 있었기에 해외에 있을 때 투표를 하고 싶은데도 하지 못하는 간절함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재외동포 선거의 실효성과 대상자 선정에 신중한 검토가 있었는지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한국의 말과 역사를 모르는 사람에게 투표권을?

재일동포의 경우 2세, 3세가 될수록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한국의 정당, 인물에 투표를 할 수 있을까? A라는 정당이 있다면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해왔으며, 어떤 법을 만들고, 어떤 인물을 배출했는지를 알아야 의미 있는 한 표를 던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를 모른다면 그런 정보를 얻을 수가 없다. 더군다나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의 역사, 사회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역대 대통령이나 역대 정권의 공(功)과 죄(罪)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다. 이런 유권자에게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한 표를 맡기는 것은 과연 현명한 판단일까?

조총련이 운영하는 조선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한국어를 할 수 있다. 민족교육을 철저히 하는 조선학교에서는 조선어 교육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조총련에서 민단으로 국적을 바꾸는 재일동포가 늘어나면서, 과거에는 조선학교를 다녔지만 현재는 민단 소속이면서 한국의 여권과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조총련계 학교에서는 철저한 북한입장의 역사만을 배운다는 것이다. 그들의 교과서나 역사서적을 보면 한 물 간 코미디를 연상케 할 정도다. 북한과 대치해 온 한국의 역대정권은 무조건‘괴뢰’이자,‘앞잡이’이며 일본인 앞에서“대일본제국만세!”를 외치는‘매국노’다.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부터 최근 남북 간의 무력 충돌까지 무조건 남한 잘못이다. 이런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한국의 한 표를 맡기는 것은 과연 합리적인 것일까? 그들의 한 표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수 있을까?

아무도 책임지지 못하는‘한 표’

안타깝게도 재일동포들의 관심사는 그들의 터전인 일본에 대한 것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살고 있는 일본의 물가, 취업, 지진, 날씨, 방사능 문제가 중요하지 한국에서 벌어지는 무상급식, FTA 같은 문제는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들에게 있어 당장의 수입과 지출에 직결되는 문제는 한국의 FTA가 아니고, 일본의 TPP(환태평양경제협정)이며, 연평도 해병대의 자주포 부대보다는 자위대의 미사일 요격부대가 자신들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사병봉급 인상안과 관련된 법안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것은 수십만 표와 수천억의 예산이 왔다 갔다하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군인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편의와 이익을 대표해 주는 사람과 정당을 지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군인에게는 복무기간이나 처우개선만큼 간절한 문제도 없다. 하지만 재외동포의 경우 납세의 의무도, 병역의 의무도 없다. 그런 법안에 대해 한국 내 국민보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예산을 낭비하든, 빚더미에 올라앉건 그들에게는 절실하게 와 닿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만약 재외동포들이 빚 좋은 개살구인 포퓰리즘 정책을 절대적으로 지지해 법안을 통과시킨다고 생각해보자. 한국에 사는 유권자들은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해 정부나 지자체가 적자와 빚더미에 올라앉으면 세금은 늘어나고 공공요금은 올라가게 되므로 고통을 감내하는 것으로 책임을 진다. 그러므로 한 표의 선택에 좀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일조한 재외국민은 어떤 책임을 지는가?

‘한국’을 모르면 진영 싸움으로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고 한국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면 그들의‘표’는 당연히‘진영’으로 갈릴 수밖에 없다. 부모가 좋아하는 정당, 할아버지의 고향, 혹은 TV나 신문에 자주 나왔던 사람, 주변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정당을 찍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경향은 한국 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실제로 가족의 출신지나 가족의 성향에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는 아이들은 많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신만의 판단을 해 나갈 수 있다. 자신의 지갑, 병역, 취업과 직접 관련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반해 재외동포들의 경우는 특정채널(미디어)을 통해서 전달되는 정보와 한정된 커뮤니티 내부의 평판에 좌우될 위험이 훨씬 높다.‘카더라’와‘우리가 남이가’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미성년자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 아직 세상 경험이 적고, 책임 있는 한 표를 던지기에는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고교생과 일본·미국의 재외동포 3세, 4세를 비교해 생각해보자. 누가 더 한국의 상황과 역사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누가 더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을까?

물론 재외동포 중에는 한국 내 거주자보다 훨씬 많은 관심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투표의 기회를 주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문제다.

일부에서는 1%를 위해서라도 투표권을 보장해야 하며, 도입 첫 해이므로 인내를 가지고 지켜보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영주하고 있는 많은 재외동포의 경우 젊은 세대일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어를 못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홍보와 방법의 개선으로 참여율은 높일 수 있어도, 그것이 책임감 있는 한 표로 이어진다고만은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산간벽지 찾아다니며 투표용지를 받아오는 것도 좋고, 인터넷 투표도 좋지만, 방법의 개선만을 생각하지 말고 재외동포 선거제도 본래의 의미부터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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