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思] 4만 2000원의 국민연금 국가 대납, 청년 지원인가 연금 원칙의 훼손인가

  • 등록 2026.04.29 16: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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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잇=강인준 기자 | 국회가 만 18세 청년의 생애 첫 국민연금 보험료를 국가가 대신 내주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오는 2027년부터 국민연금 납부 이력이 없는 만 18세 청년에게 생애 최초 1개월분 보험료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상은 2027년 1월 1일 이후 만 18세가 되는 2009년생부터이며, 지원액은 기준소득월액 하한액에 해당하는 보험료 전액, 약 4만 2000원 수준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를 ‘청년의 노후 준비를 돕는 첫 단추’라고 설명한다.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연금액이 늘어나는 구조다. 국민연금의 노령연금은 가입기간 10년 이상일 때 받을 수 있고, 급여 수준은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 본인의 가입기간, 가입기간 중 평균소득 등을 바탕으로 산정된다.

 

문제는 이번 제도가 단순히 한 달 치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애 첫 납부 이력이 생기면 이후 학업, 군 복무, 취업 준비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에 대해 추후납부, 이른바 ‘추납’의 길이 열릴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추납을 현재 시점의 보험료로 과거 납부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 납부 기회를 부여하고, 그 개월 수만큼 가입기간으로 추가 인정하는 제도라고 설명한다.

 

정부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이미 정보력이 있는 일부 가정에서는 자녀가 만 18세가 되자마자 국민연금에 가입시키는 방식이 ‘연금 재테크’로 활용돼 왔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강남 3구의 만 18세 국민연금 가입률은 10.6%로, 전국 평균 3.7%의 약 3배에 달했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정보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명분이 곧바로 국가 대납의 정당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기여와 급여의 관계 위에 세워진 사회보험이다.

 

오래 낸 사람에게 더 많은 연금이 돌아가는 이유는 단순히 가입 기간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기간 동안 실제 보험료를 납부했고, 그 기여를 바탕으로 공동의 연금재정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가 모든 18세 청년에게 첫 1개월분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 주면, 국민연금의 ‘가입 이력’은 더 이상 개인의 노동, 소득, 기여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연금제도에서 중요한 출발선이 실제 경제활동의 결과가 아니라 국가가 만들어준 형식적 납부 이력으로 바뀌는 셈이다.

 

특히 추납제도의 성격을 고려하면 논란은 더 커진다. 추납은 원래 사업 중단, 실직, 경력단절 등으로 보험료를 내기 어려웠던 사람에게 사후적으로 가입기간을 회복할 기회를 주는 예외적 보완 장치다.

 

국민연금공단 역시 납부예외 기간은 원칙적으로 가입기간에 포함되지 않아 연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고 안내한다.

 

하지만 국가가 18세에게 일괄적으로 첫 납부 이력을 만들어주면, 추납은 예외적 구제수단에서 사실상 보편적 선택권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당장 보험료를 내지 않았던 기간도 훗날 경제적 여력이 생기면 가입기간으로 되살릴 수 있는 구조가 확대되는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 재정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연금제도는 수십 년 뒤 지급해야 할 급여를 현재의 가입자 수, 납부 기간, 소득 수준, 보험료율 등을 바탕으로 추계한다.

 

그런데 상당수 청년이 18세에 형식적 가입 이력을 확보한 뒤, 수년 또는 수십 년 뒤 대규모로 추납을 선택한다면 장래 급여 지출 추산은 더 복잡해진다. 현재는 납부하지 않은 기간이지만 미래에는 가입기간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 부채가 커지는 셈이다.

 

형평성 문제도 남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노동시장에 들어가 매달 보험료를 납부한 청년과, 대부분의 청년기를 오랫동안 보험료를 내지 않다가 훗날 추납으로 가입기간을 채운 청년 사이의 차이가 희미해질 수 있다.

 

전자는 실제 소득에서 보험료를 부담하며 제도를 지탱했지만, 후자는 국가가 만들어준 첫 납부 이력을 바탕으로 나중에 선택적으로 기간을 회복할 수 있다.

 

물론 추납 역시 공짜는 아니다. 신청 당시의 보험료를 기준으로 납부해야 하고, 최대 10년 미만이라는 한도도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비용 부담 여부만이 아니다. 사회보험에서 가입기간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실제 기여의 역사다. 이를 국가가 일괄적으로 열어주는 순간, 국민연금은 ‘오래 낸 사람이 더 받는 제도’에서 ‘나중에 여유가 생긴 사람이 과거 기간을 사는 제도’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이번 개정안은 분명 현실의 불평등을 겨냥하고 있다. 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이 자녀의 연금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를 방치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도 타당하다. 그러나 불평등한 활용을 막겠다는 이유로 제도의 기본 원칙을 흔드는 방식이 최선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국민연금에 필요한 것은 청년에게 4만 2000원을 대신 내주는 상징적 지원보다,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기여 원칙을 분명히 하는 개혁이다.

 

정보격차를 해소하려면 학교와 병무청, 고용센터 등을 통한 안내를 강화하고, 실제 저소득 청년이나 불안정 노동자에게 보험료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첫 보험료를 국가가 대신 내주는 제도는 작아 보이지만, 그 효과는 작지 않다. 한 달치 보험료가 수년 치 추납 가능성을 여는 열쇠가 되고, 그 열쇠가 국민연금의 형평성과 재정 예측 가능성을 흔든다면 이는 단순한 청년 지원책으로만 볼 수 없다.

 

국민연금은 선의만으로 굴러가는 제도가 아니다. 누가, 언제, 얼마나 기여했고, 그에 따라 어떤 급여를 받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신뢰 위에서 작동한다. 그 신뢰를 흔드는 개혁은 아무리 작은 금액에서 출발하더라도 신중해야 한다.

강인준 기자 kij72706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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