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욱 칼럼] 12.3 비상계엄과 공영방송 KBS의 선택

유용욱 주필 macgyveryoo@gmail.com 2026.01.27 19:26:55

인싸잇=유용욱 주필 2024123일 밤 1023, KBS는 지상파 방송사 중 유일하게 비상계엄 선포 담화를 정시에 송출했다




여러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최재현 KBS 보도국장은 퇴근 후 다시 회사로 복귀해 부조정실에서 특보를 준비했고, 정치부 기자들에게는 안보 관련 특이동향확인 지시까지 내려졌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국가 통수권자의 정당한 통치 행위로서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면, 공영방송이 이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불거진 의문들이다. 최근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사건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전 KBS 생방송 준비를 언급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돼 있다.


이는 공식 공지 전 특정 경로를 통해 KBS 경영진과 대통령실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에 충분한 정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무리 국가 비상사태에 대한 대응이라 할지라도, 방송 편성의 독립성을 규정한 방송법의 근본적 가치와 충돌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KBS의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법원이 지적한 ‘2인 체제의 태생적 한계

 

더욱이 박장범 사장 체제가 직면한 더 본질적인 위기는 법적 정당성의 붕괴다.


최근 법원은 방송통신위원회의 ‘2인 체제의결을 통한 KBS 이사 임명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단순한 여야 정치권의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사법부의 엄중한 법리적 해석이다.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위법하게 선임된 이사들이 의결한 박장범 사장 임명 제청안 역시 소급하여 법적 근거를 잃게 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여러 차례 천명한 기계적 항소 지양(止揚)’ 원칙을 고려하면,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최종 판결로 확정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 또한 현실이다.


결국 박 사장은 자신의 신념이나 경영 능력과 무관하게, 방송법이 정한 재적 이사 과반 찬성이라는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지위에 서게 된 셈이고, 이런 법률적인 하자는 점점 더 경영권 행사의 명분을 약화시키고 있다.

 

거듭되는 의혹과 다가오는 심판의 시간

 

박장범 체제는 현재 세 가지 축에서 압박받고 있다. 비상계엄 관련 특별 생방송의 편성 및 보도 과정의 투명성 논란, 감사 독립성 훼손 시비, 그리고 무엇보다 치명적인 이사 선임의 위법성이다.


이 세 축이 흔들리면서 이르면 다음 주 중 대통령의 해임 처분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박 사장과 함께 권한 없는 이사들로부터 임명 동의를 받은 김우성 부사장 등 경영진 전체의 거취 또한 불투명해진 상태다.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 KBS는 다른 그 어떤 조직보다 엄격한 도덕성과 법적 절차를 요구받는다. 특히 12.3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 행사였다고 믿는 이들조차, 그 수행 과정에서 공영방송이 특정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임명권자의 의도에 충실히 기능하는 수단으로 움직였다는 의구심을 받는 지금의 상황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공영방송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장면이다.


대통령실의 비상계엄 특별 생방송 편성 및 보도 과정에서의 의혹의 한복판에 선 공영방송 사장, 그리고 법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이사회가 낳은 경영진. 후일 역사는 20261월 말과 2월 초를 어떻게 기록할까.


공영방송이 자신을 임명해 준 인사권자에게 결초보은(結草報恩)으로 보답함으로써 권력에 포획된 순간으로 기록되고, 절차적 정당성이 무너진 경영진의 쓸쓸한 퇴장으로 남을지, 아니면 실체적 진실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게 함으로써 법과 제도가 뒤늦게나마 정상 작동하게 한 전환점으로 남을지는 당시 특별 생방송 편성 및 제작에 관여한 여러 관계자들의 용기선택에 달려 있다.

 

유용욱 주필

 

- 1993KBS 공채 19

- KBS 전략기획실 성과평가부장

- KBS 법무실장

- KBS N 경영본부장

-  현 인싸잇 경기 편집국장 및 공동발행인


유용욱 주필 macgyvery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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