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의 대표적인 대중문화평론가 김성수씨와 보수진영의 대중문화평론가 출신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가 공동으로 뉴진스와 어도어의 계약 분쟁을 다루는 서울중앙지법 제41부(재판장 정회일)에 “뉴진스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솔로몬의 길을 찾아달라”는 12쪽 분량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똑같은 아이돌 음악 장르만을 다루는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시스템 자체가 레이블 간의 표절, 상호비방, 줄세기 우려가 있었고, 결국 어도어의 뉴진스, 쏘쓰뮤직의 르세라핌, 빌리프랩의 아일럿 간의 데뷔 순서, 표절 등의 갈등이 폭발해 소송전까지 확산되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미국의 경우 유니버셜뮤직, 쏘니뮤직 등에서의 멀티 레이블은 락, 힙합, 쏘울, 블루스, 클래식 등 각기 다른 장르를 각 레이블마다 담당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하이브식 멀티레이블의 피해자이자 희생양이 뉴진스가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국과 일본과 달리 유독 한국에서만 수시로 기획사와 연예인 간의 계약분쟁이 벌어지는 이유도, 연예인의 계약을 대리해주는 공인에이전시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고, 연예인의 모든 활동과 생계수단을 하나의 기획사와 계약하도록 만든 잘못된 표준계약서 때문”이라 분석했다.
실제 가수 표준계약서 4조에는 가수로서의 음악활동 이외에, 방송활동, 광고활동, 행사활동 전체를 한 기획사에 종속시키도록 하고 있다. 더구나 가수를 넘어선 배우활동, 심지어 인간으로 할 수 있는 문예, 미술 활동까지도 하나의 기획사와 협의 계약하라 권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뉴진스 멤버들은 자신들이 계약한 기획사 어도어로부터 하나의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이유로 위에 열거된 모든 가수, 연예인 활동, 모든 매체 활동이 금지되어, 가수로는 물론 어찌보면 인간으로서의 활동조차 원천 금지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두 사람은 “미국의 경우 공인에이전시가, 음반사, 공연기획사, 광고대행사, 방송사, 찾아다니며 모두 따로 계약한다. 그래서 혹시 어떤 음반사와 계약 분쟁이 터진다 해도, 음반 발매를 제외한 다른 활동은 정상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2010년 대법원은 그룹 유키스 멤버 케빈(20ㆍ본명 우성현)이 '장기 전속 및 일방적인 수익배분 규정 계약이 불공평하다'는 이유로 전 소속사 씽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에서 10년 계약은 그 자체로 가수로서의 전체에 해당된다며 원천 무효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장 7년 계약을 표준계약서에 제시했는데 그 당시 언론보도에서는 아이들그룹의 손익분기점이 5-7년인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2021년 160억원의 초기 투자 자본금으로 설립된 어도어는 뉴진스 하나만의 활동으로 2024년까지 매출 약 2400억원, 영업이익 약 650억원을 벌어들여, 손익분기점을 한참 넘어섰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권고에 따라 대다수 아이들그룹이 7년 계약을 하지만, 매출이 없는 아이돌그룹의 경우 1년차, 2년차에도 가차업이 버려진다. 매출을 올리는 아이돌그룹에 대해서만 기획사들은 계약기간을 지키는 셈이다.
미국의 프로선수, 연예인들이 7년 계약을 했다면, 성적이 좋을 경우 3년, 4년차에 프리FA로 나가던지 아니면 계약을 다시 하는 옵트아웃조항이 들어가는게 일반적이다. 만약 한국에도 미국식 공인에이전시 제도가 있어다면, 뉴진스와 같은 한국의 아이돌들도 옵트아웃조항이 계약에 포함되었을 것이다. 그럼 영업이익 기준으로도 손익분기점을 5배를 넘긴 뉴진스는 옵트아웃조항을 발동, 자유롭게 더 큰 도전의 기회를 잡았을 것이다.
뉴진스가 큰 기복 없이 7년간 활동했다면 연매출 2000억대가 넘어가며 총 1조 2천억원의 매출이 기록했을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렇다면 2023년 기준으로 하이브 측은 7년 간 수수료 수입과 어도어의 영업이익을 합쳐 약 7-8천억원을 벌어들인다. 초기 투자액 160억의 약 5000%, 즉 50배 수익률이다.
최근 투자 대비 가장 큰 수익률을 올린 영화는 2019년의 '극한직업'이다. 총 95억원을 투자하여 1380억원의 매출을 기록, 투자금 펀드 수익률은 약 370%로, 영화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뉴진스 등 아이돌에 대한 투자수익률과는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연예인들의 음악은 물론, 광고, 심지어 방송, 연예, 연기 활동까지 모든 수익창출 행위를 독점할 수 있는 기형적인 기획사의 존재와 표준계약서의 문제다. 실질적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제작 및 창작자가 가져갈 몫을, 초기 투자했다는 이유로 기획사가 폭리를 취하는 구도인 것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최근 주가사기, 역외탈세, 여직원들 탄압 등등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기존에 덮여있던 하이브 내부의 부도덕한 행위들이 조만간 모두 밝혀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한 흥과 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중음악 활동의 특성 상, 이미 감정의 골이 깊을 대로 깊어진 뉴진스 멤버들이 민희진 대표와 강제로 결별하고 다시 방시혁의 하이브 밑에 들어가서 활동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김성수와 변희재는 재판부에 “1996년, 야구단 LG와 지명 무효 소송을 진행하던 임선동에 대해 재판부에서 2년 뒤 트레이드라는 절충안을 제시한 점을 사례로 들며, 뉴진스에 대해서도 하이브 측에 1년 안에 어도를 제3자에 매각하는 방식의 조정안을 고려해달라” 요청했다.
김성수와 변희재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활동 생명력이 정해져있는 여성 아이들그룹의 특성 상, 하루라도 빨리 뉴진스가 활동 만큼은 할 수 있도록 재판부는 물론 국가와 사회 어른들이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 “분명한 것은 아직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불과한 뉴진스 멤버들을, 마음과 정이 모두 떠난 하이브에 묶어둔다면, 뉴진스의 존재와 가치는 그대로 공중분해된다는 것”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