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재칼럼] 뉴진스는 7년간 번 돈의 2배 이상 방시혁에 갖다 바쳐야

문광부 표준 계약서엔 옵트아웃 조항도, 원하는 사람과 일할 수 있는 조항도 없다

변희재 2025.10.14 10:57:13

2012년 MBC 노조 전체 파업 당시 한 남성 아나운서가 구찌 홍보 행사의 사회를 본 것이 논란이 된 바가 있다. 물론 행사 업체에선 “아는 지인 관계라, 행사 비용을 지급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MBC 아나운서들이 전면 파업을 한다고 해도, 행사 MC를 보며 일정 정도 수익을 올리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은 하다는 점이다.

뉴진스의 소속사라는 어도어는 지난 1월 13일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어도어는 "이번 가처분은 어도어가 지난해 12월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전속계약유효확인의소'의 1심 판결 선고 시까지 어도어가 전속계약에 따른 매니지먼트사(기획사)의 지위에 있음을 인정 받고, 어도어의 승인이나 동의 없이 뉴진스 멤버들이 독자적으로 광고 계약과 광고 활동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 설명했다.

 

법원은 이 가처분 소송에 대해 어도어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 뉴진스 멤버들은 그 어떤 공개 활동조차 못하고 있다. 대체 뉴진스 멤버들은 어도어와 어떤 계약을 맺었길래, 단 한번의 소송에서 어찌보면 생계를 위한 그 어떤 활동조차 못하게 금지되었는가. 비밀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대중문화예술인 관련 표준계약서에 있다.

2010년 대법원은 그룹 유키스 멤버 케빈(20ㆍ본명 우성현)이 '장기 전속 및 일방적인 수익배분 규정 계약이 불공평하다'는 이유로 전 소속사 씽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10년 계약기간은 가수로서 전부에 해당하며 연예산업의 위험성을 감안할 때 합리적인 정도를 초과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총 계약기간 7년짜리, 대중문화예술인 관련 표준계약서를 졸속으로 만들어 배포한다. 

 제4조 (대중문화예술용역의 범위 및 매체)

①‘가수'의 대중문화예술용역은 다음 각 호의 활동을 말한다.

  1. 작사․작곡․연주․가창 등 뮤지션으로서의 활동 및 그에 부수하는 방송출연, 광고출연, 행사진행 등의 활동
  2. 배우, 모델, 성우, TV탤런트 등 연기자로서의 활동(단,‘기획업자'의 독점적 매니지먼트의 대상이 되는 범위에 대하여는‘기획업자'와‘가수'가 별도로 합의하는 바에 따른다)
  3. 기타 위 제1호 또는 제2호의 활동과 밀접히 관련되거나 문예․미술 등의 창작활동 등으로서‘기획업자'와‘가수'가 별도로 합의한 활동

②‘가수'의 대중문화예술용역을 위한 매체 등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TV(지상파 방송, 위성방송, 케이블, CCTV, IPTV 기타 새로운 영상매체를 포함한다) 및 라디오, 모바일기기, 인터넷 등
  2. 레코드, CD, LDP, MP3, DVD 기타 음원 및 영상물의 고정을 위한 일체의 매체물과 비디오테이프, 비디오디스크 기타 디지털방식을 포함한 일체의 영상 녹음물
  3. 영화, 무대공연, 이벤트 및 행사, 옥외광고
  4. 포스터, 스틸 사진, 사진집, 신문, 잡지, 단행본 기타 인쇄물
  5. 저작권, 초상권 및 캐릭터를 이용한 각종 사업이나 뉴미디어 등으로‘기획업자'와‘가수'가 별도로 합의한 사업이나 매체

 “1. 작사․작곡․연주․가창 등 뮤지션으로서의 활동 및 그에 부수하는 방송출연, 광고출연, 행사진행 등의 활동” 전체를 포괄적으로 계약하도록 조항을 만들어, 사실 상 뉴진스 등 가수들은 이 계약 조항 하나에, 모든 생계활동이 묶이게 된다. 즉 분명히 가수로 계약했는데, 음반, 음원, 공연 활동 이외에 광고, 행사 활동조차 어도어에  묶어놓은 것이다.

추가로, 가수가 아닌 배우 활동, 문예, 미술 활동처럼 소속사와 협의를 하도록 권장해 놓았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가수가 소속사와 계약을 체결하는데, 문화체육관광부가 다른 활동 계약내용 조차 표준계약서에 적어놓으니, 포괄적 계약을 권장하는 셈이다.

이토록 철저하게 기획사가 원하는 내용의 표준계약서를 내놓았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을 경우 계약을 새롭게 갱신할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 같은 경우는 예시라도 적어놓지 않았다. 실제 미국의 프로선수와 연예인들이 상식적으로 체결하는 옵트아웃 조항을 넣어 계약한 아이돌그룹의 사례는 없다. 

그래서 돈을 벌지 못하는 아이돌의 경우, 7년이 다 되기 전에 기획사에선 가차없이 계약을 파기하고 잘라내는 반면, 뉴진스와 같이 초기 투자금의 10배 이상을 돈을 벌어주는 아이돌 그룹은 7년 간 그 어떤 정정 혹은 추가 요구도 할 수 없이, 방시혁에게 돈을 벌어다 바쳐야 되는 것이다.

그리고 법원이 어도어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이 모든 활동이 원천적으로 막힌 뉴진스 멤버들은 팬들이 참여하거나 볼 수 있는 그 어떤 활동도 막혀있다. 생계 활동 자체가 금지되어, 뉴진스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면 웬만한 가수들은 소속사와 법적 분쟁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이다.

2008년 당시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 방송문화진흥원의 하윤금 박사는 미국식 공인에이전시법을 발의했다. 미국의 경우 가수나 배우가 연예계에 데뷔하려면, 일단 무조건 자신의 편에서 계약을 대리해주는 공인에이전시를 선임해야 한다. 

만약 가수의 경우라면, 매니지먼트사, 레코드사, 공연기획사, 광고기획사 등등과 공인에이전시가 나서 따로 계약해준다. 공인에이전시는 그 대가로 5-10% 정도의 수수료만 받는다. 이 제도로 인해 미국에서는 가수의 모든 생계활동 권리를 확보하는 하이브 같은 기형적인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2023년 뉴진스는 데뷔 2년차에 무려 110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중 뉴진스 멤버들은 1인당 약 52억 , 5명 총 261억을 지급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반면 어도어는 수수료 명목으로 무려 150억원을 하이브에 지급했다.  남은 335억은 영업이익으로 잡았다. 

공인에이전시들이 연예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계약을 해주는 미국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계산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의 공인에이전시들은 연예인 수익의 5-10% 정도만 수수료로 받는다. 그러나 어도어 측은 수수료만으로도 뉴진스 멤버 3인의 수익보다 더 많이 챙겨갔다. 그리고 남은 335억 영업 이익 역시, 어도어, 근본적으로 방시혁의 하이브가 취하게 된다. 사실상 뉴진스 멤버들이 버는 돈의 2배 이상을 방시혁과 하이브에 갖다 바치는 격. 

방시혁이 뉴진스에 대해 한 일이라고는 어도어 초기 투자금 160억을 자본금으로 댄 것 뿐이다. 그 초기 투자금은 뉴진스 데뷔 첫해에 매출로 돌파해버렸다.  미국은 말할 것도 한국의 영화, 드라마계에서도 초기 투자했다는 이유로,  감독, 작가, 배우 등 창작자들보다 3, 4배를 더 벌어가는 펀드는 없다.  영화 펀드의 최고 수익룔은 대개 300, 투자한 액수의 3배 정도이다. 오직 아이돌 사업에서만 벌어지는 기형적인 수익 배분 구조이다. 

하이브 상장 당시 내놓을 수 있는 상품은 BTS 하나였다. 상장 당시 BTS 멤버 전원이 받아 현금화 한 액수는 1천억 정도로 추정된다.  이 사이 방시혁은 1900억원, 그의 측근펀드는 4100억원을 챙겼다. 그리고도 방시혁은 하이브의 30% 시가로 약 2-3조원의 주식을 더 보유하고 있다. 

이 역시 연예산업이 선진화된 미국에선 절대 불가능한 일이며, 애초에 미국의 공인에이전시들은 증시 상장 자체를 하지 않는다. 단순히 연예인의 게약을 대리만 해주기 때문에, 하이브처럼 연예인의 몫을 빼앗아 과도한 수익을 내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뉴진스가 가처분 소송 한번으로 모든 생계활동 권리를 빼앗기게 된 것, 방시혁과 그의 측근들이 뉴진스는 물론 BTS보다 더 한참 많은 돈을 벌어가는 것, 오직 BTS에 의존하던 하이브가 상장이 되어 방시혁과 측근들이 6천억원을 챙겨간 비밀,  바로 이런 대한민국만의 잘못된 문화산업 구조를 그대로 방치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직무유기가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법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약은 무조건 지키라고, 국가의 정책부재 및 실패, 그리고 방시혁 등 종합엔터사의 탐욕으로 벌어진 모든 책임을 뉴진스 멤버들에게 지울 것인가.  

물론 뉴진스 멤버들은 돈 문제로 계약을 파기한 것도 아니고, 자신들과 뜻이 맞는 사람과 일을 하고 싶다는 단 한 가지 요구만 했다. 뉴진스 멤버들은 7년간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과 일할 권리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면서, 딴 말 말고 돈이나 벌어 방시혁에게 갖다 바쳐야 한다는 게 문화체육관광부 '표준계약서'의 취지란 말인가.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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