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남역 살인 그리고 아가씨와 곡성

‘동성애와 페미니즘, 친일파’ 한국 언론을 관통하는 코드-우리 언론 제대로 가고 있습니까?

박주연 phjmy9757@gmail.com 2016.06.08 17:13:12

강남역 살인, 영화 아가씨와 곡성... 최근 사회문화적으로 논란과 화제를 낳은 이슈들이다. 이 세 가지를 관통하는 단어가 있다면 뭘까? 바로 언론이다. 언론이 이슈를 주도해 왜곡하고 장사를 한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을 수 있다.

강남역 살인은 사건의 본질을 언론이 주도해 왜곡시켰다. 지난 달 17일 서초동 한 주점 건물에 있는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피살됐다. 사건 피의자는 정신질환을 오랫동안 앓아온 인물로, 2003년부터 피해망상증을 겪었다. 그러다 어떤 일을 계기로 2년 전부터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으로 악화됐다.

피의자는 2009년부터 2016년 1월까지 6회에 걸쳐 19개월 간 정신병원에 입원 이력이 있는 중증환자였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3월부터 약 복용을 중단해 망상증세가 악화됐다. 대개 정신질환으로 약물을 복용하다 끊으면 증세가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원인은 이렇게 분명했다. 피의자는 1년 7개월을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퇴원해 약물을 끊은 사람이었다. 때문에 이 사건은 정신질환을 앓으면서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저소득층과 의료관리의 사각지대를 살피고 치료대책으로 모아졌어야 했다. 그런데 언론은 이 사건을 엉뚱하게 여성혐오로 왜곡시켜 남성혐오를 부추겼다.

언론은 피의자의 병력은 무시하고 피의자의 말을 받아쓰기 했다. 사실은 무시하고 믿고 싶은 대로 썼다. 피해망상으로 벌어진 일을 피의자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마치 궁예 관심법을 쓰듯 보도했다. 여론의 2차 분노를 키웠던 것이다.

언론은 정신질환자의 범죄 가능성을 언급하는 사람들은 무시하고 여성혐오를 주장하는 말도 안 되는 사회학자, 법전문가, 심지어 정신과의사들을 발굴해 앞 다퉈 보도했다. 이 사건을 다룬 4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본 일부 네티즌들은 여성혐오가 아니라는 전문가들 대신 제작진 입맛에 맞는 전문가만 골라 쓴 의혹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렇게, 언론의 장삿속에 강남역 사건은, 본질은 어디로 가버리고 여성혐오와 남성혐오의 싸움만 남았다.



19금 영화 아가씨의 흥행질주도 동성애로 장사하고, 결과적으로 조장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영국을 배경으로 한 레즈비언 스릴러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하녀 숙희(김태리)의 동성애 장면으로 화제를 뿌렸다.

하지만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그림 같은 장면이 인상에 남을 뿐, 영화의 스토리는 부실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변태성욕자, 속물, 찌질이 정도로 그려놓고 두 여성의 설득력 떨어지는 진한 동성애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미화했다. 실력파 배우 조진웅과 하정우를 캐스팅해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하찮은 캐릭터로 소모, 낭비하는데 그쳤다.

어설픈 페미니즘으로 범벅하고 섣부른 남성혐오를 조장한 혐의가 보이는 이 영화에 언론은 깐느에 혹하고 박찬욱이란 이름값에 무비판적으로 끌려다니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2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자신의 여성주의 가치관과 영화세계를 홍보했고, 8일에는 SBS 나이트라인에 출연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이 박 감독 흥행을 위해 마당을 깔아준 셈이다.

특히,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를 연출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조진웅이 서화 콜렉터로 나오는데 미술에서도 특히 서재, 그곳을 어떻게 꾸미느냐가 중요한 요소였다. 또 일제강점기인 만큼 그 시대의 한국, 그 시대의 친일파의 내면이 어떤 것인지 시각적으로 보여주려고 애를 썼다"고 말했다. 아가씨에 친일파 코드를 나름 넣었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정작 영화 속 친일코드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아가씨의 흥행은 요새 핫한 동성애를 주제로 했다는 점, 거기에 친일파를 양념으로 쳤다는 이야기가 된다. 감독의 이름값과 깐느라는 포장, 언론의 홍보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언론이 유독 박찬욱 감독에 호의적이라는 점은 강남역 살인사건을 여혐살인으로 몰아간 언론의 생리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극단적으로 비춰지는 한국형 여성주의와 페미니즘 문화에 언론이 복종하는 현실의 반영 아닐까? 동성애는 그런 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고 보인다. 서울시가 동성애 퀴어축제를 허락하면서 동성애를 조장하는 듯한 모습도 정치권마저 이런 문화적 분위기에 젖어들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 다른 영화,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한국 영화의 전형적인 흥행코드인 친일파 코드를 녹인 영화이다. 마을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둘러싼 연쇄 미스터리를 그린 이 영화는 인물과 스토리에 일본 제국주의와 친일파, 위안부 문제를 암시하는 장치를 넣고 상업주의로 활용했다.



스릴러 호러물 같기도, 좀비물 같기도, 종교영화 같기도 한 이 영화는 관객을 낚으려는 감독의 의도적인 설정, 장치에 의해 앞뒤가 맞지 않는 스토리에도 6백만 관객을 돌파했다. 곡성의 흥행에도 나홍진 감독을 열심히 밀어준 언론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의 언론은 동성애와 남혐여혐을 포함한 페미니즘, 친일파 이슈를 이렇게 상업주의로 이용하고 있다. 클릭수를 올리기에 안성맞춤인 이슈여서다. 그러다보니 미디어에 등장하는 동성애는 자연스럽고 어느 덧 유행이 돼 가고 있다.

평범한 우리 이웃의 여성과는 다른 극단적인 여성주의 주장들이 언론의 상업주의에 활용되고, 정치에 이용되면서 남혐여혐으로 싸우는 남녀대결의 사회가 돼 가고 있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런 언론이 만들어가는 한국 사회의 미래는 어떨까?



박주연 phjmy9757@gmail.com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








PC버전으로 보기

Copyrights 2006 All Rights Reserved | 대표전화 : 02-720-8828 | FAX : 02-720-8838 | 대표이메일 : mediasilkhj@gmail.com | 사업장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4길 36, 2층 | 등록·발행연월일 2013년 3월 27일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08208 , 영등포, 라00483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58 | 사업자등록번호((주)미디어실크에이치제이) : 101-86-45323 | 대표이사 : 변희재 | 발행인 : 변희재 | 편집인 : 황의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