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의 강양구 기자가 7월 18일 시사인LIVE에 올린 칼럼 '언론, 네이버 개평에 중독되다'를 흥미롭게 읽었다. 이른바 포털 권력에 유착해온 친노종북 언론사 기자 중에서 사실 상 처음으로 이를 비판적 성찰한 칼럼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강양구 기자는 필자와 진중권의 한예종 학칙 관련 조작으로 언론중재위에서 맞붙어, 정정보도를 해야했을 정도로 악연이 있던 사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론과 결론에서 다음과 같이 필자의 포털 비판에 대해 그 가치를 인정해주었다.
“사족 하나. 앞서 언급했듯이 포털 권력의 문제점 대부분은 이미 변희재가 수년에 걸쳐서 언급했던 것들이다. 개인적으로 그때 그의 경고를 < 프레시안 > 을 비롯한 진보 언론이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늦었지만 그에게 미안함을 느낀다”.진영이 달라 첨예하게 대립해왔던 관계에서, 이 정도의 입장 표명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 만큼 포털에 뜯어먹힌 언론의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과 동시에, 8년 간 포털권력과 싸워온 입장에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늦었다 싶었을 때가 가장 빠른 법 아니겠는가.
“보수세력과 선이 닿은 것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언론계 최대 현안인 포털사 문제였다. 필자는 이념을 떠나 포털의 언론권력 남용이야말로 언론계를 죽이는 원흉이라 판단, 2005년부터 포털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거대 자본의 여론 장악을 비판해온 친노세력의 기준으로 보면, 당연히 친노세력이 포털을 제어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은 조중동 등 종이신문을 죽이기 위해, 그렇게 여론을 장악하여 영구집권 세력을 만들기 위해 포털의 독점과 언론장악을 두둔하고 찬양하고 보장해주었다. 이것이 정치에 이어서 언론에서의 친노세력과의 완전한 결별 이유였다"즉, 지금까지도 필자가 좌에서 우로 전향했다는 헛소문의 근거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기고 건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이유는 필자의 사상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언론에 위협이 될 게 너무나 명확해 보이는 포털 권력에 대해 친노종북언론세력들이 다짜고짜 찬양하는 것을 넘어, 이를 비판하는 필자를 음해하기 시작하면서, 필자는 언론진영을 넘게 된 것이다. 강양구 기자는 자신의 칼럼 서문을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변희재가 항상 틀린 것은 아니다. 2005년 그가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 사이트의 폐해를 지적할 때만 하더라도 귀를 기울이는 이가 극소수였다. 특히 < 프레시안 > 을 포함한 진보 언론은 은근히 포털 사이트의 승승장구에 기대는 형편이었다. 심지어 몇몇 기자는 포털 사이트에 헐값으로 공급한 자신의 기사에 댓글 수천 개가 붙을 때면 희열을 느끼기조차 했다”강양구 기자는 칼럼의 결론에서도 “그의 경고를 < 프레시안 > 을 비롯한 진보 언론이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상황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았다. 포털의 문제점을 짚기 시작한 강양구 등 프레시안 기자들, 또한 아직도 포털권력에 중독된 친노종북 언론사의 종사자들을 위해, 또한 동아일보 박정훈 차장 등 필자의 노선에 대해 의문점을 갖고 있는 여타 언론계 동료들을 위해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복기해주도록 하겠다. 그래야 좌우가 벽을 넘어 포털 권력을 무너뜨리고 최소한의 언론시장 정상화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털에 대한 문제의식은 좋으나, 변씨식의 ''포털 때리기''는 과도하며, 집착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포털의 순기능도 있다. 포털 뉴스에서는 ''1등 신문'' 조선일보부터 이름없는 마이너 인터넷 신문까지 동렬 선상에서 경쟁한다. 예를 들자. 과거 같은 경우 마이너 라디오 방송의 뉴스는 아무리 기찬 특종이라도 큰 매체에서 받아 실어주지 않으면 그대로 사장된다. 그러나 이제는 그 뉴스가 포털을 통해 전송되면서 수 시간 내에 국민적 화두로 배태한다. 매체간 평등 경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이런 김용민의 논리가 친노종북 진영의 포털 찬양의 가장 큰 이유이다. 신문사들 전체로 포털에 줄세워, 격차를 없애버리자는 정략이었던 것이다. 필자는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에 반론칼럼 '변희재의 조선일보 참여는 용서받을 수 없는 유죄인가'를 송고했지만, 미디어오늘 측에서는 자사를 비판하는 내용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게재를 거부했다. 이 원고는 훗날 대표적인 애국매체인 프리존에 원고망명 형식으로 공개된 바 있다.
“첫째, 포털은 검색·블로그·부동산·보험·연예·게임·여행 등 수십 가지의 사업을 하는 재벌형 기업이다. 그리고 이를 정통부가 관리하고 있다. 정권홍보 라인에서는 이를 이용해 얼마든지 포털을 조종할 개연성이 있다.그뒤 필자는 조선일보에 이어 동아일보 고정필진으로 활동하면서, 인터넷신문 빅뉴스, 주간 미디어워치 등을 창간하여, 현재에 이르게 된다. 지난번 동아일보 박정훈 차장의 칼럼에서도 소개했듯이, 정치가 아닌 언론의 영역에서는 포털에 대한 입장 차이로 인해 진영을 넘어가게 된 것이다. 정치의 영역에서도 등장했던 김용민이 언론의 영역에서도 등장하여 필자를 비판하며, 자신의 공간을 창출, 필자가 떠난 친노종북 진영의 차세대 리더의 자리를 차지한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즉 친노종북 진영은 포털 관련, 변희재가 제시한 길을 버리고 김용민이 제시한 길을 따라갔던 셈이다.
둘째, 포털은 뉴스편집팀의 책임자와 인적 구성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전문지 등의 취재 결과, 대개 20~30대의 젊은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 스스로 어설픈 진보의식으로 편향된 편집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 클릭 수 중심의 포털뉴스 구조상, 민족주의 감성을 자극하는 등 이벤트에 능한 정치세력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지난해 3월과 올해 4월, 대일 강경발언을 쏟아냈고, 포털은 이를 충실히 반영하여 지지율이 폭등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노무현 정권 탄생 직후, 조선일보 기자와 술을 마신 사실이 공개되고, 이것이 미디어오늘에 기사화되면서, “나는 조선일보의 정보를 캐기 위해 그를 만났지만, 향후 다시는 조선일보 기자와 일체 만나지 않겠다”고 공개 서약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뒤 2년여가 지난 뒤, 우연히 대학시절 알고 지낸 후배를 거리에서 만났다. 그는 조선일보 명함을 꺼내주면서 “찢어버리지 마세요”란 말을 했다.
나는 이 두 기억이 모두 아프고 슬프다. 그리고 미안하다. 아무리 대의명분이 좋아도, 같은 영역에 있는 동료에게 공적인 문제가 아닌 사적인 상처까지 주면서 달성할 만한 절체절명의 개혁은 없다. 그리고,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공개적으로 미디어오늘의 기자들을 비판하지만, 그들 역시 상처를 받지는 않았으면 한다.
세상에서 여자와 가장 닮은 또 다른 존재는 남자라는 말이 있듯이, 이념적으로는 저 멀리 있어 보여도, 나와 가장 닮은 존재는 여야 정치인이 아니라 조선일보, 한겨레, 그리고 미디어오늘의 기자라는 말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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