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7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군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한 데 대해 "사죄 대상이 미국이냐" "위안부에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본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9일자 '사죄 대상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제목의 사설에서 "총리가 '인간으로서, 총리로서, 마음으로부터 동정하고 있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사과 방법은 정말로 기묘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총리가 사죄해야 마땅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서는 (사죄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총리는 종전에 고노(河野)담화에 반발했었다. 피해자를 배려하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서 비판받아도 신경을 쓰지 않더니 미국에서 문제가 되니까 당장 사죄하는 것은 어찌된 일이냐"고 비판했다.

신문은 이어 "위안부 문제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는 여성의 존엄성을 둘러싼 인권문제"라며 "일본으로서는 그 과거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라는 현재의 문제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총리의 사죄로 미국 내 비판을 잠재우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본이 자국의 역사와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 라는 큰 문제는 사실상 마무리되지 않은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도쿄(東京)신문도 사설에서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동정한다고 사죄하고 부시 대통령이 사죄를 수용한다고 말했다"며 "이번 교훈은 역사문제가 대(對) 중국, 한국 뿐 아니라 미-일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총리는 '전후체제에서의 탈피'를 말하고 있지만 역사 인식이 애매하고 분명하지 않아 불씨는 남아있는 셈"이라며 "더욱이 왜 미국에만 (위안부 문제를) 사죄했는지 총리의 설명을 듣고 싶다"고 요구했다.

한편 일본 언론은 미일 정상회담의 성과와 관련, 대체로 양국동맹 강화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일부 언론은 대북 압박 등에 있어서는 미국과 기본 입장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언제 공조의 틀이 깨질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 언론은 북한이 핵 폐기를 위한 구체적 조치에 들어갈 경우 대북 강경론을 고수하는 일본과 유연한 대응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 사이에 불협화음이 발생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도쿄신문은 "북한이 핵 폐기에 응하는 반면 납치문제에는 진전이 없을 경우에도 미국으로부터 대북압박이란 협력을 계속 받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도 북한이 핵 폐기에 응할 경우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 중유지원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일 양국간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회담은 연출은 기가 막혔지만 이제 그 내실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번 회담으로 양국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동맹관계'를 재확인했다"며 "(북한의 움직임에 따라) 미일 양국간 정책조정이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양국이 긴밀히 연대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연대노력'을 부각시켰다.

(도쿄=연합뉴스)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