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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 가능성이 매우 낮은 메르스 바이러스

메르스 바이러스의 감염 특성으로 살펴봤을 때 일상생활에서 전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질병관리본부가 국내에 유행하는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특별한 변이 없이 중동지역의 메르스 바이러스와 거의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이례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바이러스 자체의 특성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감염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숙주세포의 DPP4 수용체에 결합하면서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투해 시작된다. DPP4 수용체는 주로 폐와 신장의 세포에 많이 분포하기 때문에 폐렴을 일으키고, 혈관을 타고 신장으로 이동하면 급성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상기도(코, 목)에 감염하지만 메르스는 폐에 감염한다. 상기도에 감염하는 바이러스는 쉽게 전염이 되고, 증상이 심각하지 않은 특징이 있는 반면, 폐에 감염하는 바이러스는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고, 전염은 쉽게 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코에서 코로 전염되기는 쉽지만 깊숙한 폐에서 다른 사람의 폐로 전염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계절성 인플루엔자는 상기도에 감염해 전염이 잘 되고 치사율은 낮은 반면에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폐에 감염해 높은 치사율을 보이고 사람 간에 전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메르스의 전염 양상을 보면 병원 또는 가족 간 감염으로 나타난다. 감염된 사람이 병원이나 집안에 드러누워 있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만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수 있기에 충분한 양의 바이러스를 배출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메르스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달라붙는 힘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달라붙는 힘의 1/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져 있다[Barlan et al. 2014].

바이러스가 숙주에 감염하기 위해서는 감염이 가능한 특정 세포들을 만나야만 하는데 (메르스의 경우 DPP4 수용체를 가진 세포) 바깥 환경은 바이러스에게 가혹해 활성을 잃기 쉽고, 인체도 바이러스 감염을 저지하는 여러 면역 물질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세포에 침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메르스처럼 인체 감염에 특화되지 않은 바이러스는 인체에 접촉하더라도 세포에 감염하지 못하거나 적은 양의 바이러스가 감염을 하더라도 금세 소탕당할 가능성이 높다.

언론에서는 메르스 때문에 난리가 난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봤을 때 평범한 사람들이 메르스를 걱정해야 할 수준은 아니다. 메르스가 치사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미 건강상태가 나빠서 병원에 있던 사람들 위주로 발병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끔찍하게 무서운 바이러스라고 여길 필요도 없다.

만일 메르스 바이러스에 변이가 생겨서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들처럼 폐가 아닌 상기도 세포에 친화력을 갖도록 진화한다면 전염성은 강해지겠지만 병원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의 전염 양상을 볼 때 메르스를 전염시킬만큼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사람이라면 집 밖으로 못 나오거나 병원에 누워있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접촉할 정도의 건강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메르스를 전염시킬 가능성은 희박하다.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쓰면 감기도 예방할 수 있으니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만 과도한 두려움은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참고문헌

Barlan, A., Zhao, J., Sarkar, M. K., Li, K., McCray, P. B., Perlman, S., & Gallagher, T. (2014). Receptor variation and susceptibility to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infection. Journal of Virology, 88(9), 4953–61. http://doi.org/10.1128/JVI.00161-14

Zumla, A., Hui, D. S., & Perlman, S. (2015).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Lancet, 6736(15). Online First http://dx.doi.org/10.1016/S0140-6736(15)60454-8


글쓴이인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수석이사는 생명과학자로서 인플루엔자 연구를 전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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