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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을 말한다. 광우병 최고전문가 3인의 대담. #1

국내 최고 광우병 전문가들인 정지민, 유수민, 양기화 박사 3인의 광우병 문제와 관련한 대담


본 콘텐츠는 '과학중심의학연구원(http://www.i-sbm.org)'이 제공하는 공익콘텐츠입니다. 이 자료는 국내 최고의 광우병 전문가들인 ‘주 : 나는 사실을 존중한다’의 정지민 작가, ‘과학이 광우병을 말한다’의 유수민 씨, ‘눈초의 광우병 이야기’, 'PD수첩 광우병편 방송은 무죄다?'의 양기화 박사, 세분이 PD수첩 광우병 편을 둘러싼 논란을 대담 형식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정지민 작가가 편집한 것이며 ‘주 : 나는 사실을 존중한다’의 부록으로 실렸습니다. 분량상 2부로 나누어 싣습니다.

참고로, 양기화 박사님의 대담 말씀 중에서 스코틀랜드의 광우병과 육골분 사료에 대한 부분은, 양박사님이 충분히 자료 검토를 못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비록 지엽적인 사실 오류이지만, 양박사님께서는 대담 후반부에 따로 정정 자료까지 덧붙여주었습니다. 원고를 보내주시고 게재 허락을 해주신 정지민 작가님과 세세한 오류 수정까지 해주신 양박사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대담자 :

정지민 ('주 : 나는 사실을 존중한다'의 저자),
유수민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의 저자),
양기화 (병리학 박사, '눈초의 광우병 이야기', 'PD수첩 광우병편 방송은 무죄다?'의 저자)



정지민 : 대담에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올해 들어와서 양기화 박사님의 블로그와 유수민(피카소님) 선생님의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 주장과 그 근거에 대해서, 군데군데 PD수첩의 주장 내용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수민 :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가 방영된 것이 2008년 4월 29일, 벌써 1년 반 전의 일이군요. 이런 기회를 통해 두 분과 함께 광우병 파동 때의 상황을 다시 되짚어볼 수 있다니 반갑네요. 그러고 보면 ‘PD수첩’과는 인연이 깊네요. 황우석 박사 사태 때 PD수첩이 했던 역할을 높이 평가하는 저로서는 이번에는 반대로 PD수첩을 반박하는 위치에 서게 돼 안타깝습니다.

정지민 : 예, 먼저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광우병 논란의 시발점부터 말씀 나눠주세요.

양기화 : 원래 우리는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었는데 2004년 12월 24일 미국에서 첫 번째 광우병소가 발견되었습니다. 그걸 이유로 미국의 세 번째 수입국인 우리가 수입금지 했는데, 알다시피 미국은 쇠고기 시장이 미국 중북부지역 경제의 핵심 산업이잖아요? 정치인들도 많이 개입되어 있고요.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입을 재개하게끔 하기 위해 다각적 노력을 했죠.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미 FTA를 역점사업으로 하다 보니 협상을 하는데 있어 쇠고기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협상카드였어요. 그래서 우리가 굉장히 깐깐하게 나갔어요. 결국 후에 수입재개하기로 합의했는데, 일본은 좀 더 먼저였습니다. 우리는 포장된 수입 쇠고기 상자를 엑스레이 투시기로 전수조사를 했어요. 그런데 2cm 크기 뼛조각이 발견 되서 전량을 반송했어요. 그러자 미국에서 항의하고 후에 수입을 다시 재개했는데, 이번에는 통째로 갈비뼈가 나오죠. 언론에서 SRM(specified risk material, 특정위험물질)이 나왔다고 하고… 그래서 국민들의 인식이 안 좋아졌습니다

유수민 :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광우병에 대해 모르고 있는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광우병이 유럽이 아닌 미국에서 발견됐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충격이었을 거예요. 영국과 같이 미국에도 이미 만연되어 있는 상태가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다행히 주변 소들에게서 더 이상의 광우병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양기화 : 하여간 그런 상황에서, 과학적 팩트를 떠나서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작년의 극단적인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죠. 우리나라가 엑스레이 기계로 미국 쇠고기 전수조사 할 때, 일본은 표본조사를 했어요. 예를 들어 2톤이 들어와서 상자 몇 개 열어서 문제없으면 통과하는 식이었죠. 그래도 일본에서 발견이 됐거든요. 우리 검역당국의 기준이 너무 심했죠. 아마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우리 쪽의 레버리지가 약했기 때문에 그랬으리라 봐요. 그러다 당시 이슈가 된 것들이 쇠고기, 스크린쿼터, 의약품 등이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시와의 통화 이후 다 풀어 주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쇠고기 문제를 미루다 다음 정권의 몫으로 넘긴 것은 정치적으로 도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수민 : 제가 BRIC(국가지정 생물학연구정보센터)에 광우병 관련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PD수첩 방영일 바로 다음날인 4월 30일인데요. 그 이전까지는 산발적으로 광우병에 대한 이야기가 게시판에서 오고 갔지만 별 관심을 끌지 못했고 저도 흥미 위주의 관심 말고는 없었어요. 하지만 PD수첩 방영이 나가고 난 후 갑자기 논란이 거세졌고 주변에서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걱정스러운 반응들이 증폭됐습니다. 급기야는 아이들까지도 아예 쇠고기 자체를 무서워서 못 먹겠다는 반응으로 이어졌습니다. 저 스스로도 쇠고기를 먹어야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쇠고기 혹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확인해야 됐고, 또한 마침 BRIC에 ‘광우병 집중토론방’이 개설되어 다른 의학 및 생물학 연구자들과 의견 교환 및 공동 자료 탐색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습니다. 그러니까 제 글도 처음에 어떤 결론을 가지고 접근한 것이 아니라 통계 및 연구자료 제시, 각자의 의견 개진, 반론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나가는 방식으로 전개됐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견지했던 의문은 ‘쇠고기가 과연 광우병을 걱정하면서 먹어야 할 정도로 위험성이 있는 음식인가?’라는 것이었죠.

정지민 :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은 얻으셨습니까?

유수민 : 여러 통계 자료와 연구 자료 등을 종합해 볼 때, 현재 상황이 변함없다는 전제 하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고기를 섭취하는데 있어서 이전과 달리 더 광우병을 걱정하고 먹어야할 만한 어떤 근거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누군가 자살 목적으로 쇠고기를 선택했다면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죠. 아마 지나친 육류 섭취로 인한 동맥경화성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더 높을 것입니다. 이 의미를 잘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혹여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든 소의 뇌를 구해 매일 먹는다고 해도 수백만 마리 당 한 마리 정도 문제가 있을뿐더러, 게다가 그 중에는 감염성이 없는 경우도 있음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억지로 인간광우병에 걸리기도 어려운데 현실에서는 다우너 소가 걸러지고 있고, SRM 제거를 통해 걸러지고 있고, 광우병 검사를 통해 걸러지고 있죠. 즉 통제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지민 : 미국에서 발견되었다는 광우병 소들의 경우도 추적을 한 자료가 공문으로 남아 있더라고요. 정확히 추적해서 연령은 물론이고 캐나다 출생 소라는 것까지도요. 눈 가리기식 추적이 아니고 정말 철저하게 했더라고요. 그리고 주변으로 전염이 된 사례가 아니라는 것도 확인이 되었고요. 다 설명이 되더라고요. 그걸 보면 그 개별적인 사례를 갖고 수입 금지를 하는 것에 대해 미국 측에선 많이 당혹스러워했던 것이 설명이 되더라고요.
 



양기화 : 설명이 됩니다. 2004년 12월 워싱턴 주에서 발견된 그 광우병 소는 캐나다에서 어렸을 때 수입됐다는 것이 추적이 되었으니까요. 대개 광우병의 변형 프리온이 몸 안에 들어오는 시기가 6개월 정도 시점입니다. 최종적으로 뇌로 이동하게 되는데, 문제는 거기서 확산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해요. (다른 소들로) 전염이 되지 않았다는 거죠. 결국 그건 싱글 케이스였고, 후에 두 마리가 더 발견되는데, 그 두 마리는 비전형(atypical) BSE(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m 광우병)에요. 즉 영국은 1985년 이전 어느 시점에 발견된 BSE가 사료를 통해 증폭이 되면서 86년에 첫 케이스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이후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되었죠. 영국정부에서는 집단도축까지 해야만 했던 반면 미국은 단발이었죠.

정지민 : 광우병 소가 몇 년 전에 발견되었었다는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를 믿지 못한다는 말이 아직까지 많습니다. 광우병 위험이 미국산 쇠고기의 문제일까요? 물론 어디서나 발견될 수 있는 비전형 BSE의 문제는 남아 있겠지만요.

유수민 : 광우병의 발병 자체는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왜냐하면 말씀하신 비전형 BSE, 즉 오염된 육골분 사료에 의한 광우병 말고도 희박하게나마 자연적으로 발병하거나 혹은 유전적으로 발병하는 광우병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발견된 3마리의 광우병 소 중 가장 마지막으로 발견된 2006년 2월 27일 앨라배마 농장의 10년 된 암소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가 최근 발표됐는데 흥미롭게도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었습니다. 프리온 유전자 211번째 코돈 염기서열이 정상은 GAA/GAA인데 이 소가 GAA/AAA였어요. 이것은 사람의 프리온 유전자 200번째 코돈 GAG/GAG가 GAG/AAG로 바뀌어 발생하는 유전성 CJD와 흡사한 돌연변이입니다. 이것이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유전성 CJD의 가장 흔한 형태거든요. 사료 오염 없이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은 광우병이 어느 나라 어떤 소에서든 항시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이런 경우는 발병 시기가 전형적인 광우병보다 훨씬 늦어 100개월이 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이탈리아에서 발견된 두 마리 비전형 광우병 소는 각각 132개월, 180개월, 미국은 120개월, 144개월, 프랑스에서 발견된 13마리도 모두 100개월이 넘습니다.) 최근 유럽에서 ‘30개월 기준 완화’라는 권고가 나온 배경에는 일단 급속도로 줄고 있는 광우병 발병률이 한 몫을 한 것이고, 어차피 SRM은 기존 방식대로 제거하고 있기 때문에 드물게라도 48개월 이하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문제가 안 되리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양기화 : 만약에 우리나라에 BSE, vCJD가 생기면 다시 한 번 시끄럽게 될 확률이 높죠. 검역시스템을 유럽이나 일본식으로 하면 우리나라에서도 BSE가 발견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유수민 선생님이 언급한 이태리, 프랑스, 미국 그리고 일본 등에서 발견된 비전형 BSE 사례가 되겠지요. 국내에서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은 있다고 봐요. 왜냐하면 인간광우병 환자 중 유일한 아시아인이 일본의 47세 남자인데 그 케이스를 일본정부에서는 환자가 영국을 여행 했고 유럽 몇 개국을 여행했다면서, 그게 원인이라고 했어요. 여행 기간은 총 28일밖에 안 돼요. 그런데도 이건 우리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을 하더라고요. 제 생각에 이것은 변명이고 일본 자국 내 감염의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미국에서 발생한 두 건의 BSE는 비전형인 것으로 조사되었고, 그 결과는 BSE 위험군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였기 때문에 나온 것이죠.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도축되는 전체 소의 극히 일부만을 대상으로 BSE 검역이 이루어진다고 문제 삼고 있죠. sCJD의 원인을 모르는 것처럼 비전형 BSE도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런 비전형 광우병의 경우는 유사 이래로 있었을 거라고 여겨지는데 우리나라도 역사적으로 보면 확인할 수 있어요. ‘누구네 집 소가 어느 날 갑자기 미처 날뛰다 죽었다’는 말 하잖아요? 이것도 광우병이죠. 다만 그때는 왜 죽었는지 잘 몰랐던 거고, 죽은 소로 동네잔치를 했던 겁니다. 일본에서는 2003년 발견 이후, 자국 내에서 도축되는 소에 대하여 BSE 검사를 전수조사로 했는데, 지금까지 35마리 발견되었어요. 그건 전수조사를 해서 발견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묻혔을 일입니다. 우리나라도 전수조사를 하자고 하는데, 만약 그렇게 하면 우리도 BSE 발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30개월 미만의 소는 광우병에 걸렸더라도 검사를 통해서 광우병 여부를 알 수 없다고 하는데, 어차피 부검을 해야 확진이 가능하죠.

유수민 : 일본의 비전형 광우병 소 2마리 모두 사료금지 조치 이후 탄생한 소들입니다. 23개월 령은 영국에서 발견된 것과 다른 비전형 스트레인(atypical strain)이었으며 21개월 령은 영국에서 발견된 것(classical strain)과 동일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둘 모두 뇌의 연수 부위에 변형 프리온이 다른 광우병 소들에 비해 적었고 감염력 실험에서도 타 개체로 전파시키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만큼 30개월 이하에서는 위험성이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이런 측면도 있어요. 실제 이 부분에 대해서 역학 조사가 이루어졌는데요. 소들이 광우병 병원체에 감염되는 시기는 생후 평균 6~18개월이었습니다. 정점을 이루는 시기는 12개월이었구요. 나이가 많은 소일수록 새롭게 감염되는 확률은 떨어진다는 다소 아이러니한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러니까 나이가 많은 소는 이런 면에서 모 아니면 도입니다. 그때까지 걸리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면 더는 광우병에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광우병은 미국의 비전형 광우병 소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나이가 많을수록 더 잘 발생합니다. 조금 복잡하죠.

양기화 : 일본에서 2006년에 미국과 협상하면서 20개월 미만 소만 수입하겠다고 조건을 제시할 때 내놓은 데이터가 일본에서 21개월과 23개월 소에서 BSE가 발견된 사례였어요. 그런데 그 소의 뇌를 다른 동물의 뇌에 접종 실험했는데 발견되지 않았죠. 즉 전염력이 입증되지 않았죠. 그것도 비전형 BSE로 기억됩니다.

정지민 : 비전형이니까 일본에서 그런 사례를 협상에서 의미 있게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었겠네요.

양기화 : 쇠고기 수입재개협상을 할 때 미국에선 30개월까지는 수입하라고 요구한 거죠. 그런데 일본은 전수조사라는 사전 투자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제시했죠. 그렇게 하지 않고는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고, 미국도 일본이 최대 수입국이었기에 그 요구를 받아들였던 거죠. 우리는 왜 일본처럼 20개월 미만만 사오겠다는 말을 못하냐고 하는데, 우린 그런 노력이 없었어요. 일본의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도 그렇게 해 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결국 우리는 비싼 수업료를 치루었죠. 작년에 그 난리를 쳤으니까요. 검찰 백서에는 촛불시위로 인한 피해금액이 3조 7천억 이상이라고 했다죠? 그런 비용을 들여서 30개월 미만 추가협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정지민 : 30개월 이상 고기를 못 들여오게 한 것이 안정성, 안전성에 있어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십니까?

유수민 : 1990년대 중반 이후 30개월 이하 광우병 발병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통계 자료를 보면 실제적으로 60개월 이하에서의 발병도 매우 적습니다. 30개월은 실험적으로 그리고 통계적으로 광우병이 발생할 확률이 극히 적은, 그리고 혹시 발병했더라도 그 고기를 섭취했을 때 인간광우병에 걸릴 위험성이 극히 적다고 판단되는 기준 같은 것이죠. 30개월 령 이상의 도축된 소에 대한 적절한 처치가 이루어졌는지 아닌지가 중요한데, 유럽이나 미국이나 모두 월령에 따라 SRM을 제거하고 있습니다. 부위에 따라 12개월~30개월까지 다양하게 분류해 제거합니다. 실제적으로 오염된 육골분 사료에 의한 광우병이 사라져가고 있고 자연발생하는 광우병도 200만~300만 마리당 1마리씩 발병하는 것에 비추어볼 때 너무 과도한 조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양기화 : 그렇죠. 실질적으로 30개월이냐 아니냐가 안전성 문제에 있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30개월이 가지는 과학적 의미가 잘못 전달된 것입니다.

유수민 : 거기에다가 현재는 다우너 소 도축을 전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정기적으로 광우병에 대한 검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조치들이 없어도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희박하지만 생명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 확률을 더 희박하게 만들려는 노력입니다. 또한 새로운 광우병 스트레인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미리 조심하는 것이죠.

정지민 : 30개월 연령 이상 된 소는 “광우병 위험이 높다,” 나아가 “고도로 높다… ”는 단순하면서도 자극적인 방식이 지금도 표현되고 있는데, 일상적 용어로 치환하는데 있어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양기화 : 촛불시위사태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측에서 굉장히 자극적인 표현을 쓰는 경향이 있었어요.

정지민 : 아까 언급이 잠깐 되었었는데, 실제로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의 연령은 굉장히 높지 않았나요?

유수민 : 미국에서 발견된 3마리 광우병 소 중 1마리는 6년 6개월짜리 젖소였고 , 나머지는 각각 10년 령과 12년 령이었습니다. 통계적으로 광우병 소의 대부분이 6세, 즉 72개월 안팎에서 발병합니다.

정지민 : 30개월 이상일 경우 위험이 높다는 인식의 가장 큰 근거는 무엇입니까?

양기화 : 소가 어렸을 때 오염된 사료를 통해 변형 프리온을 먹게 되면, 그것이 뇌에 도달하는 시간이 33개월 정도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거죠. 그런데 그걸 갖고 30개월이 되는 즉시 극도로 위험해지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겁니다. 30개월 이상 된 소를 도축한 기구로 30개월 미만도 도축하는데 광우병이 그걸로 옮는다, 또 뭐 도마에서도 옮는다는 등, 듣기 에 얼마나 섬뜩한 이야기입니까. 미국도축장 시스템이 30개월 이상과 미만을 도축하는데 쓰는 기구가 분리되어 있다고 해요.

유수민: 영국식품기준청(FSA, Food Standards Agency)에서 해면상 뇌증(spongi­form encephalopathy) 자문위원회(SEAC, Spongiform Encephalopathies Ad­visory CoMMittee)의 권고를 받아들여 광우병 검사 대상 소의 월령 수를 30개월에서 48개월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 권고가 EU 15개국에도 동일하게 전달됐죠. 그동안 고위험군 소에 대해서는 24개월 이상부터, 건강한 소는 30개월 이상부터 광우병 검사를 해왔는데 SEAC에서 그동안의 광우병 발병 사례를 검토한 결과 48개월 이하의 소가 광우병에 걸린 사례가 극히 드물며 실제 60개월까지로 월령 수를 높여도 인간광우병 위험도에 미치는 영향이 극미하다고 분석한 것입니다.

양기화 : 일본도 금년부터 전수조사 안 하고 30개월 이상 소만 하는 것으로 상향조정했어요. 전체적으로 보면 BSE는 인간의 통제 아래 들어와 있다고 보는 거죠. 그런데 계속 위험하다고 떠들고 국민들을 호도한 것은 잘못된 거죠. 과학자로서 그런 식의 여론몰이에 나선 이들이 있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전혀 위험하지 않느냐고 묻는데, 어느 식품이나 그렇듯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죠. 다만 거의 제로에 가깝고 우리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 다시 말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작년 5월 2일 보건복지가족부와 농림수산식품부 합동기자회견이 있었고, 바로 이어 있었던 과학기술한림원 토론회에서 광우병의 위험에 대해 “얼마나 위험하냐, 아주 제로로 안전하냐” 등을 논의했죠. 그때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관한 내용보다 근본적 문제로서 광우병 자체의 위험성을 논의했는데,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두 그룹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어요. 위험하다/대중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로 갈린 거죠. 위험하지 않다는 그룹에서는 “분명 위험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 정도가 극히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한 반면, 위험하다는 분들은 상당히 단편적인 자료를 갖고 와서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는데, 얼마나 위험하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지민 : 양기화 박사님께서 언급하신 토론회에서도 그렇고… 광우병 위험을 강조하는 주장에는 어떤 것이 있었나요.

양기화 : 예를 들어 수돗물이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왜 그런지는 말하지 않는 식이에요. 영국에서 광우병으로 도축된 소가 18만 두인데,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도축된 소는 그것의 몇 배라고 해요. 그 소들을 도축하는 과정에서 씻은 물이 내려가서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이야기로 해석되는데 오염된 물로 광우병이 전파되었다면 영국 사람들은 살아있는 사람이 없어야죠. 그런데 “상수도 위험하다. 쓰레기를 태워도 살아남는다. 600도로 태워도 죽지 않는다”, 이런 식이었죠. 논문을 읽을 때는 논문 저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썼는지, 그 해석이 타당한지 다른 해석은 가능하지 않은지 검토해야하거든요. 600도로 태워도 프리온의 감염력이 살아남는다는 논문도 그래요. 단백질을 600도로 가열하면 타고 없어지지만, 다만 변형 프리온을 담고 있던 뇌 조직에 남아있을 중금속은 타지 않죠. 프리온 단백의 조합에 들어가 있던 중금속이 온도를 높여도 안타고 남아서 정상 프리온에 작용했을 때, 정상프리온의 구조를 바꾸는데 일정부분 영향을 준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지, 프리온 단백이 변하지 않고 남아서 다른 동물에게 광우병을 전파시킨다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요.

유수민 : 공기로 전파된다는 주장도 있었죠. 이 주장은 비강 내에서 변형 프리온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 것인데요. 콤 켈러허의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라는 책에서 인용된 후 그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확대 재생산 됐죠. 하지만 공기로 전파가 될 정도면 최대 피해국인 영국의 사망자 수가 200여 명뿐이라는 것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인간광우병 환자의 가족들이 모두 멀쩡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과장된 주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지민 : 광우병 위험을 과장한 소위 전문가들은 항상 그런 식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분야가 달라도 이과 쪽 논문의 경우 명료한 언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실험방법과 조건을 보면 일상에 어느 정도로 의미를 갖는 실험결과인지 알 수 있거든요. 그런데 항상 그런 식으로, 일상에서 발생할 확률이 정말 희박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토대로 하는 실험을 갖고 일상에 그대로 적용하더라고요.

양기화 : 그렇죠. 그런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잘못한 사람들이 있었던 거죠.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광우병 전문가로 나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 광우병은 아직도 사람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했던 우희종 교수의 경우 수의면역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 분이 광우병에 관한 연구를 얼마나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2004년 식약청에서 발주하여 류종석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은 과제에 연구원으로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된 것 아닌가 싶어요.

정지민 : 그 기획을 하면서 광우병 전문가라고 불릴 근거가 생겼다고 볼 수 있나요?

양기화 : 그 연구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우희종 교수가 광우병에 관해 쓴 글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유수민 : 아마도 2008년 5월 광우병 사태가 촉발되기 전까지 집중적으로 광우병에 관심을 갖고 자료를 수집하거나 연구를 해왔던 그룹은 국내에서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이 병이 희귀병이고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점차 영향력이 미미해져가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국내 발병소나 발병자가 없는 상황에서 누구든 큰 관심을 가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겠죠. 저 역시 근골격계 질환이나 신경계 질환을 다루고 있지만 인간광우병이라 불리우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너무 생소한 질환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물밀듯 터져 나오는 광우병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필터링할 수 있는 어떤 기관이나 전문가가 없었던 것이 사태의 확대와 장기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정지민 : 과학적 문제이기 이전에 정치적인 것으로 보다보니… 가령 미국과 캐나다의 문제도 이상한 식으로 해석이 되었었죠.

양기화 : 미국 캐나다 멕시코는 3국간에 일정한 규정을 충족시키면 생우 수입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어요. 미국 내 육우업자는 캐나다산을 수입해서 팔면 이익이지만, 농장주나 축산업자는 경쟁자니까 반대할 수밖에 없죠. 그런 그룹간의 갈등을 “미국 국민도 반대하는 광우병이 발생한 캐나다에서 수입한 소가 도축되어 우리나라로 수입된다”는 식으로 주장했죠. 휴스턴 클로니클이라는 미국 신문기사를 인용한 경우도 있었어요. 기자가 목장주를 만났더니 농무부 광우병 소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목장주 입장에서는 규제가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투덜대던 목장주가 “광우병이 의심이 되면 총으로 쏴 죽이고 묻어버리겠다”고 한 기사가 나왔었죠. 그걸 “미국에서 광우병소가 실제로 나왔고 목장주가 쏴 죽였다”고 해석하는 식의 오보가 나오기도 했죠.

정지민 : 최근 찾아본 PD 수첩의 2부인가 에서도 나왔던 것 같네요. 아예 정정보도도 하지 않은… PD수첩에 우희종 씨 외에도 우석균, 박상표 씨도 많이 등장한 것 같네요.

양기화 : 우석균 씨의 경우 예방학을 전공하고 사회운동을 하는 분이죠.

정지민 : 0.1g의 위험물질로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 이런 말이 PD수첩에서 나왔는데요, 검찰에 기소된 후 우석균 씨가 도와준다고 나서서는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한 어떤 실험결과를 내밀더라고요.

양기화 : 그렇죠. 그 실험은 여기 유수민 선생님도 언급한 건데, 그 실험에서 1g 10g 100g씩 소의 골을, 정상 소에게 먹이는 실험을 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모든 소가 광우병에 걸린 거예요. 그래서 그보다 적은 양을 먹이는 실험을 하게 됐죠. 더 아래로 내려서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골 0.1 0.01 0.001 0.001g을 다른 소에 먹였더니 0.001g을 먹인 15마리 가운데 1마리가 걸렸어요. 이 실험결과로부터 후추씨보다 작은 양을 먹어도 광우병에 걸린다고 이야기하게 된 거죠. 하지만 그 실험은 소의 골을 소가 먹은 경우죠. 결국 사람은 얼마나 먹으면 광우병에 걸리느냐를 알아봐야 하는데 사람에게 실험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영장류인 침팬지에게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골을 먹이는 실험을 했어요. 침팬지에게 5g을 먹였는데, 2마리 중 1마리에게서 광우병이 발생했어요. 논문 저자는 원숭이의 경우를 고려해서 사람이 광우병에 걸리려면 소의 뇌를 150g정도 먹어야한다고 결론 내렸죠.

정지민 : 그 결과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는 것 아닌가요.

양기화 : 그렇죠. 어떻게 2마리를 상대로 한 실험으로 결론을 내리냐고 비판을 받았죠.

유수민 : 현재 얼마나 먹어야 영장류에게 광우병에서 나타나는 해면상 뇌증이 발생할 수 있는지 실험이 진행 중인데요, 최소 50mg까지 설정해서 위험 용량을 결정하려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이 먹이는 부위가 변형 프리온이 가장 밀집돼 있는 뇌의 연수 부위, 즉 우리가 실제로 먹지 않는 부위라는 것이죠. 따라서 일상적인 상황에서의 위험 용량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정지민 : 종간장벽 없이, 소의 골을 소에게 먹여서 한 실험을 그대로 일상에 적용하면서… 광우병 위험을 과장한 이들도 조금 찔렸을 텐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양기화 : 종간장벽에 대해서는, BSE(소 해면상뇌증, 광우병)는 치명적인 질환이므로 종간장벽은 1로 본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죠.

정지민 :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네요. 치명적인 것이라고 해서 발병할 확률이 높은 것도 아니고…

양기화 : 그렇죠. 위험하다고 해서 종간장벽이라는 변수를 작게 보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아요. 그렇게 일부 실험결과를 아전인수식으로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별의별 괴담이 다 떠돌았는데, 가령 0.001g 관련해서는 작년에 인터넷 뒤져보니까… 한 초등학생이 치킨을 시켰는데 후춧가루가 뿌려져 있었다며 자기가 광우병 걸리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글을 올렸더라고요. 그래서 도대체 왜 후추를 먹고 걱정하는지 보니까, 박상표 씨가 신동아에 기고한 글에서 “광우병은 후추씨보다도 작은 0.001g을 먹어도 걸릴 수 있다”라고 적었어요. 이런 표현이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다보니 그런 해프닝이 일어난 거죠. 또 가령, 광우병에 걸린 소라도 고기에는 변형 프리온이 거의 미미한 수준이라고 되어 있죠. 반대 편에서는 고기 안에 있는 신경을 통해 전염될 수 있지 않느냐고도 했는데, 그 근거가 된 논문도 쇠고기에 들어있는 신경을 ‘농축’해서 광우병에 특히 민감한 쥐에 실험을 한 거예요. 일반적인 사람이 그걸 먹고 광우병에 걸린다? 그런 표현은 어디에도 없죠.

정지민 : 그 논문 어디에도 없을뿐더러 그 실험을 근거로 그렇게 주장할 수가 아예 없는 거군요. 일상적인 위험을 분석하는데 전혀 의미가 없이, 그야말로 일상적으로는 일어날 수가 거의 없는 결과를 내는 실험이었으니까요. 걸리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인위적으로 설정한 것이잖아요.

양기화 : 네. 살코기 안에 있는 말초신경이 위험하다고 하는데, 농축해서 프리온을 뽑아낸 다음에 BSE에 감수성이 있는 유전자 변형 마우스에 주입했을 때, 감염이 되었다는 거예요. 한마디로 자연적인 상황이 아닌 거죠. 실험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능성 중의 하나에 집중해서 실험한 것에 불과하죠. 반대 편 시람들의 결정적 실수는 아예 전제부터가 이상하다는 거예요. BSE는 종간장벽을 뛰어넘기 때문에 사람에게 굉장히 위험하다면서 그 근거로 BSE는 양에서 소로 왔다, 그러니 사람으로 넘어오기 쉽다, 이렇게 주장하는데 사실이 아니에요 영국에서 1986년 광우병파동이 났을 때 구성한 역학조사팀에서 “랜더링 업계의 시스템변화가 있었다. 육골분 원료로 양의 사체가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스크래피(scrapie, 양과 염소의 뇌에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퇴행성 질환) 걸린 양이 육골분 사료로 들어갔고 그것이 광우병의 원인일 것이다”라는 가설을 내놓았어요. 그런데 바로 부정되었어요. 이미 스크래피의 프리온과 BSE의 그것이 다르다는 데이터가 있어요. 영국정부가 96년이 될 때까지 BSE가 사람으로 넘어올 확률을 낮게 본 이유는, 250년 전부터 영국에 스크래피가 있었지만 사람이 이로부터 프리온 질환에 걸린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랬죠. 그런데 96년에 BSE로부터 vCJD가 생긴 다음에는, 그럼 스크래피도 과연 안전하냐는 게 대두되었죠. 근데 양과 소는 뇌 용적 차이가 크죠. 양의 뇌를 사람이 먹을 일은… 글쎄요. 주로 양고기를 식품으로 사용했죠. 양의 스크래피도 역시 그 자체로는 위험할 수 있다고 봐요. 양의 스크래피에 대해서도 BSE 관련 SRM 기준으로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요.

정지민 : 여러 결정적인 조건들을 전부 무시하고, 일상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실험결과들을 그렇게 현존하는 위험처럼 주장하면서 언어도단의 사례가 많았던 것 같아요. 확률의 문제도 거의 무시하다시피 했고…

유수민 : 사실을 비트는 3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인데요. 가방에 파란공과 빨간 공이 들어있습니다. 이미 각 공의 위치를 들여다보고 파악한 상태에서 빨간 공만을 억지로 꺼내듭니다. 그리고 이 가방에는 빨간 공만 들어있다고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파란 공도 꺼냈는데 버려버리고 빨간 공만 보여줌으로써 가방 안에 빨간 공만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공 한두 개만 뽑아보고 우연히 빨간 공이 두 번 연속으로 나왔는데 이것을 가지고 가방 안이 빨간 공으로 가득차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비록 첫 번째 경우는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이번 광우병 사태의 확산에 기여한 전문가 그룹이라는 것이 두 번째나 세 번째 오류를 범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왜 그런 오류에 빠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정보의 부재인지 편중인지, 과학적 사고의 부족인지, 의도된 편향성인지, 아니면 어떤 2차적인 이득을 노린 것이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요. 이 문제가 우리의 건강, 생명과 관계된 것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를 방지하자, 최대한 조심하자는 부분에는 동감합니다. 그런데 거기에도 어떤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했고 그 가이드라인을 정하는데 있어서 의견이 다른 것이죠.

양기화 : 과학적으로 확률이 희박하다고 해서 그대로 일상에 들이대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사실 우리 생활 자체도 확률이에요. 과학적인 사실을 해석하고 일상에 적용할 때는 정말 신중하게 해야 하는 것이죠. 전문가들이 자기분야를 대중들에게 전달할 때는 언어선택이 어려울 때가 있어요. 우리끼리 하는 용어,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내놓을 때 쉽게 써 달라, 이야기를 풀어서 해달라는 요청을 언론이나 출판, 미디어로부터 많이 받게 되죠. 제가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용어들의 경우 반영하기가 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 방송은 기자가 만들다보니 재미가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PD가 하는 프로그램과 기자가 하는 것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림이나 구성, 음향 등… . 광우병에 관한 보도를 한 PD수첩에서 그 경험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기자들도 좀 자극적인 용어를 쓰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아요. 과학적 사실을 대중들에게 전달할 때는 그 파장을 고려해서 신중해야합니다. 사람들은 미리 어떤 전제를 주면 거기에 끼워 맞출 수 있는 내용만 선택하고 수용하는 경향이 있죠. 광우병은 알려지지 않은 것이 훨씬 많죠. BSE 때문에 소고기를 먹지 말아야하겠느냐, 그건 우리 국민건강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결국은 위험성과 유익함을 비교해서 결정하는 것이죠. 그런데 반대 쪽 사람들은 과학적인 팩트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거나 문제가 있다는 자료만 가지고 위험성을 주장하고, 기왕의 자료 중 그런 내용을 바탕으로 불확실한 미래의 위험을 주장하는 식이죠.

정지민 : 우희종 교수의 경우도 그렇고 박상표 씨도 최근에 제가 찾아서 보니 뉴스데스크에서 광우병이 환경을 통해서도 감염된다, 소의 소변에서도 위험물질이 있다는 이야길 했었더라고요.
 



양기화 : BSE에 걸린 소의 배설물이 다른 환경을 오염시켜서 다른 소를 오염시킨다는 증거는 아직 보지 못했어요. 그 사람들이 인용하는 것은 스크래피와 CWD(광록병)에요, BSE는 아직 증명된 건 없어요. 사실 그들은 알면서도 그러는 것이에요. 스크래피는 환경을 오염시켜요. CWD는 같이 생활하면 몸을 부비고 입을 맞추고 하는 것만으로도 전염이 되죠. 북미지역의 산악지방에서 CWD가 발병했는데, 환경을 통해서도 건강한 사슴에게 CWD가 옮겨지는 결과가 있는데, 그걸 바로 광우병에 연결하는 거죠. 양에서 소로 넘어오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확립되어 있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거예요. 영국정부가 발간한 광우병백서에도 정리되어 있는 사실이에요. 그 사람들은 자신들의 믿음을 뒷받침하는 부분만 모아서 백업하는 거예요. 그렇게 알면서도 속이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입니다.

정지민 : 사실 그런 이들이 아전인수 식으로, 또는 잘못 재해석해서 주장한 내용이 모두 맞다고 해도, 전부 “광우병이라는 병이 위험하다”는 것은 말해줄지 몰라도 미국산 쇠고기와 연결시키는 문제가 남아 있잖습니까?

유수민 : 어쩌면 문제의 핵심은 거기에 있을지 모릅니다. 즉, 광우병이 위협적이라면 모든 쇠고기가 위험한 것이지 왜 꼭 미국산 쇠고기만 위험한 것이 되어야 하느냐는 문제입니다.

정지민 : 광우병과 미국산 쇠고기를 연결시키는 고리를 제공하고자 한 것이 PD수첩이었고, 근거는 다우너 영상과 아레사 빈슨의 죽음이었죠. 한국인 유전자형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것도 파급력이 컸고요. 일단 MM형 유전자가 전체인구의 94%라고 해서 발병률이 94%라는 보도가 있었죠.

양기화 : 그렇죠. 그 주장의 근거가 되었던 논문은 질병관리본부의 연구비를 받아 김용선 교수가 쓴 것입니다. vCJD환자가 모두 MM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논문이 있었고, 일본에서 나온 논문에 일본인의 경우 MM형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논문이 나왔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데이터도 필요했던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MM형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확인되었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는 vCJD에 우리나라 사람이 위험할 수 있다는 해석을 가정의학회지에 발표하는 CJD 관련 논문에서 언급을 한 것입니다.

정지민 : CJD 논문의 끝에다가 “이 결과는 vCJD 연구에도 의미 있을 수 있다” 이런 한 줄이었군요.

양기화 : 네. 그런데 김용선 교수의 논문에는 프리온 질환에 저항하는 유전자에 대한 내용도 있습니다. 백인들에게는 없는 프리온 질환에 저항하는 유전자를 한국인들은 일본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광우병 위험을 강조하는 이들은 이 사실을 한 번도 인용하지 않았어요.

유수민 : 저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자료란 자료들을 다 뒤져봤는데 동아시아인들에게 특별히 인간광우병이 더 발병한다는 어떤 근거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vCJD가 아닌 일반 CJD에 대한 발병률 통계치를 봐도 세계 평균과 다른 점이 없었습니다.

정지민 : 또 어차피 한국 전체인구의 94%가 MM형이니까 한국의 CJD 환자의 100%가 MM형이라는 건 의미가 없는 내용인 것 같은데요.

양기화 : 그렇죠. 지난 정부에서 미국과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는 협상을 할 때, 우리는 한국인이 광우병에 위험하다고 말하기 위해 온갖 자료를 모아 미국에 제시했어요. 그때 우리 쪽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되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미국 측 과학자들을 이해시킬 수는 없었죠. 물론 김용선 교수는 프리온 질환 관련해서 한국인 94%가 MM형을 가지고 있지만, 유전환경적인 요인을 감안해서 해석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나중에는 합니다. 유전학 전공자들은 MM형 건과 관련해서 여러 사례가 발생해서 통계적으로 돌릴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그 유전자의 발병 인과관계가 설정될 수 있다고 해요. 거기다가 MM형이 광우병 환자 중에 많다는 것도 특히 변형 프리온에 감수성이 있다는 건 아니고, 다만 잠복기와 관련된 것이라는 논문도 나왔어요. 유수민 님 책에 보면 사람의 유전자변형 쥐를 세 그룹으로 해서 MM/MV/VV로 나누고, BSE에 걸린 소의 뇌와 vCJD 환자의 뇌를 각기 주입했는데, MM형 쥐가 vCJD에 가장 빨리 감염되었죠. MV는 조금 뒤, VV는 가장 나중에… 그러던 가운데 실험이 종료되었고요. 정지민 씨처럼 광우병이 창궐할 당시 영국에 가서 살고 있던 아시아인이 한두 명이 아니에요. 영국인이 그렇게 많이 걸렸지만 MM형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안이 걸린 사례는 일본인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없어요.

정지민 : 그러게요. 만일 MM형 유전자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면 영국에서 나온 광우병 환자의 대다수가 아시아인일 텐데…

양기화 : 식습관 차이라고 봐요. 영국인들도 쇠골을 먹거든요. 기계적 골발육이라는 고기는 고압으로 물을 쏴서 뼈에 붙은 살을 뜯어낸 것인데, 그 고기는 햄버거 고기로 주로 사용한다고 해요. 그런데 이 고기가 잘 뭉쳐지지 않으니까 소의 뇌를 섞어서 패티로 만들었다는 거죠. 밀가루보다 맛도 좋고 모양이 금방 나오니까요. 영국 전통음식 중에 소의 뇌가 들어가는 파이도 있어요. 햄버거는 대게 애들이 입에 달고 사니까..,.영국의 애들이 많이 감염된 거죠. 결국 식문화 때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다시 말해 유전형질을 가지고 논할 수는 없다는 거죠. 광우병 백서를 보면 광우병 사망자들 실명이 나오는데, 다 백인이고 흑인도 별로 없어요. 대한민국이라는 커뮤니티 전체를 놓고 보면 MM형이 많은 게 역설적으로 다행일 수도 있어요. 변형 프리온이 들어오면 빨리 나타나서 아웃되어야 커뮤니티가 안전하기 때문에요.

정지민 : 네. 잠복기간이 짧아서 광우병 증상이 빨리 드러날 테니까요. 그런데 아직까지 발견된 환자가 없고요. 아직도 일부 사람들은 잠복기가 10년 이상이니까, 수입 재개한 시점으로부터 10년 기다려봐야 안다는 식으로 나오거든요. 마치 한국에서 광우병 환자가 나오기를 고대하는 것 같습니다. 유수민 광우병의 잠복기가 4~6년, 인간광우병의 잠복기가 평균 13~16년으로 보니까 기다려본다면 그럴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첫 광우병 소 발견 이후 그 빈도가 증가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게 일파만파로 퍼지려면 당연히 광우병 소가 여기저기서 나와야 하거든요.

정지민 : 최소한 90년대에 미국산 쇠고기를 대량 수입한 것 때문에 인간광우병에 걸린 사람들이 있었다면, 발견이 되었겠죠. 한국인의 광우병 취약성을 주장한 사람들은 MM 유전자형이 특별히 더 취약한 게 아니라 잠복기간이 짧다는 것을 정말 몰랐을까요?

양기화 : 알고 있었을 거예요. 과학이 정치에 의해 휘둘린 겁니다. 김용선 교수의 경우도 자신의 연구결과가 우리국민이 광우병에 위험하다는 단정적인 주장에 인용되는 것을 우려했던 것 같아요. 과학기술한림원 토론회에서도 쟁점이 됐던 것이 한국인의 인간광우병 발병률 문제였어요. 한 가지 유전자형의 표현률을 단순히 비교해서 발병률이 몇 배 하는 식으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유전학자들의 견해에요. 왜냐하면 한 가지 형질을 나타내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도 여러 개라는 거죠. 유전자 상호간 작용뿐만 아니라,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복합적이므로 한 가지 유전자의 표현률이 마치 발병률인 것처럼 나타낸 것을 단순 비교한 것이 PD수첩의 결정적인 오류입니다. 물론 이 부분은 나중에 인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부에서 계속 : 광우병을 말한다. 광우병 최고전문가 3인의 대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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