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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술로 불임(不姙)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엉터리 기사

침술이 불임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으므로 한방 측의 상술에 유의해야


본 콘텐츠는 '과학중심의학연구원(http://www.i-sbm.org)'이 제공하는 공익콘텐츠입니다. 이번 글은 미국의 대표적인 사이비의료 비판 전문가이자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해리엇 홀(Harriet Hall)의 글 'Acupuncture, Infertility, and Horrible Reporting'를 번역한 것입니다. 서범석 과학중심의학연구원 홍보특보가 번역하였으며, 황의원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원장이 편집하였습니다



‘클릭온 인 디트로이트(ClickOn in Detroit)’라는 웹사이트에 ‘미시간 의사가 대체의학으로 불임을 치료하다(Alternative treatment helps Michigan doctor beat infertility.)’라는 제목의 기사(관련 뉴스 동영상도)가 하나 실렸다. 제목부터가 엉터리일 뿐 아니라 기사 자체도 과학적 보도라고는 보기 힘든, 형편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실제 불임이었나?

문제가 되는 여성은 33살 된 가정의학과 의사로 자신이 불임이라고 믿었다. ‘불임’의 의학적 정의는 ‘피임을 하지 않고 1년 동안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그녀는 불임에 관한 이 정의에 들어맞지 않는다. 단 6개월 정도의 임신 시도, 두 달 정도의 추가적인 약물 - 그 정체가 불분명한 - 치료를 받은 끝에 마침내 불임시술의사에게 상담을 받으러 간 것이다. 그 의사가 그녀에게 ‘난포(卵胞) 자극 호르몬(FSH / Follicle-Stimulating Hormone)’ 수치가 높아서 임신할 수 없다고 말했던 듯 하다. 그 후 그녀는 ‘혼자 조사를 좀 해본 끝에’ 침술이야 말로 자신의 불임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리고 한 침술사에게 불임 치료를 받았다.

‘난포 자극 호르몬’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난포 자극 호르몬’ 수치가 높다는 것은 ‘폐경’, 혹은 빈약한 ‘난소 반응성’을 의미한다. ‘체외 수정(IVF / In Vitro Fertilization)’으로 불임 치료 시, 월경 주기 3일 째 되는 날 측정한 ‘난포 자극 호르몬’ 수치를 보면 해당 ‘체외 수정 주기’ 내에서 임신이 될 지 안 될지를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불임을 진단하는 경우는 다르다. 수치 하나로 불임이냐 아니냐를 판정하는 것은 불충분하다는 말이다. 연구실 마다 측정이 다르고, ‘난포 자극 호르몬’ 수치는 스트레스나 앓고 있는 질환에 따라 변동성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난포 자극 호르몬’ 검사 결과에 근거해 불임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이것은 그녀가 부적절한 진단을 받았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침술 치료를 받는 동안, 그녀의 ‘난포 자극 호르몬’ 수치가 떨어졌다. 침술 치료 덕분에 떨어진 것일까? 스트레스 완화 같은 다른 이유로 떨어졌던 것은 아닐까? 전혀 아무 치료도 받지 않았어도 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 모르는 일이다. 그녀는 침술 덕분에 임신했다고 하고 있지만, ‘단순 선후관계를 인과 관계와 혼동(post hoc ergo propter hoc)’하고 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침술 치료

침술로 치료 받은 지 6개월 만에 그녀는 임신에 성공했고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었다. 환자를 전인적(全人的)으로 치료하며 여성의 건강한 생식 주기를 ‘최대한 자연에 맞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회복시켜준다고 주장하는 침술사가 그녀의 치료를 담당하였다. 이 침술 치료의 큰 틀은 다음 두 가지 - 침 시술 및 정체 불명의 보충제 복용 - 로 이루어졌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는 의사도 아니고, 의사인 척 하려는 것도 아니며, 의사들이 가진 진단 도구도 가지고 있지 않다.”
과학적 근거

한 ‘문헌 분석(literature review)’을 보면 침술이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 / PolyCystic Ovarian Syndrome)’ 치료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이 여성은 갖고 있지 않는 질환이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수행된 ‘대조군 연구’를 들여다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 실험에서 진짜 침술이나 가짜 침술이나 치료 효과에 아무 차이도 나지 않았던 것이다. 부분적 남성 호르몬 결핍 증상이 있는 남성 노인들을 상대로 중국에서 행한 어느 실험을 보면, 이들을 침술과 약물로 병용 치료하였을 경우 ‘난포 자극 호르몬 -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서도 분비됨 -’ 생성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침술 단독으로만 치료하였을 경우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다.

‘펍 메드(PubMed)’를 찾아보아도 불임 그 자체에 침술이 효능을 발휘한다는 신뢰성 있는 근거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근거중심의학의 최상위 기법인 체계적 문헌고찰을 동원한 연구에서는 배이식(胚移植, 자궁 내의 태아를 외과적 수단으로 다른 자궁으로 옮기는 것) 말고는 불임에 침술이 효과가 있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체외 수정(IVF)’과 관련한 다수의 논문이 있을 뿐이다. 근거중심의학의 최전선기지인 코크란연합에서의 연구에서는 의학적 도움을 받은 배이식(胚移植) 임신에 관한 실험 논문들을 검토한 후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침술은 정상 출산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근거로 봤을 때 이것은 플라시보 효과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으며 해당 실험들에는 소수의 여성들만이 참가했다는 문제점이 있다. ‘무작위 대조군 임상 실험’으로 시술해도 괜찮다는 충분한 근거가 모이기 전까지는 일반적으로 임상에서 ’황체기(黃體期, 여성의 월경 주기에서 황체가 형성되어 프로게스테론을 분비하는 기간)’에 침 시술이 이루어져서는 곤란할 것이다.
한 연구에서는 불임 환자들의 스트레스를 지수를 측정한 결과 침술이 완화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밝혔다. 필자는 ‘체외 수정’시 침 시술에 관한 한 연구를 검토한 후 이것이 효과가 없다고 쓴 적이 있다. 해당 실험 연구자들이 불임 환자들은 양질의 배아를 가질 수 없다고 그들에게 책임을 돌렸던 것이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침술을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회의주의자 사전(Skeptic’s Dictionary)’ 홈페이지에는 불임 침 시술과 관련해 발표된 근거들이 개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과학중심의학의 주창자 중 한 사람인 ‘스티븐 노벨라(Steven Novella)’는 ‘보완대체의학’을 활용할 경우 오히려 임신성공률이 낮아진다고 밝힌 바도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요약해 보면, 그녀가 조사를 혼자 어디서 했는지 당최 모르겠으나 나로서는 침술이 불임 치료에 효과가 있다거나 ‘난포 자극 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리는 데 효과가 있다는 그 어떤 신뢰성 있는 근거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침 시술이 불임 환자를 편안하게 만들어 근심∙걱정∙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등의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 외에는, 불임 치료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그 어떤 타당한 생리적 메커니즘도 발견하지 못했다.

기사 내용

저 기사는 독자들이 딱 속기 쉽게 작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팩트를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지도 않고 상반되는 정보나 의견은 한 줄도 들어가 있지 않다. 추가 정보를 얻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서 링크 두 개를 걸어놓고 있긴 하지만, 두 링크 모두 지극히 편향되고 잘못된 정보들로 독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첫 번째 링크는 다른 대중 매체의, 역시 질 떨어지는 보도 기사로 연결된다. 두 번째 링크는 ‘앤 아버 침술 센터(Acupuncture Center of Ann Arbor)’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이 홈페이지에 ‘부신생성 생식호르몬(DHEA / dehydroepiandrosterone)’ 치료법이니 ‘바이오아이텐티컬 호르몬(bioidentical hormones)’ 치료법이니 하는 미심쩍은 치료법들이 수두룩하게 널려있다는 것은 말해 무엇 하랴.
 



저 기사에는 침술에 대한 회의론자들의 의견이나 불임 치료를 위해 침 시술을 받았지만 임신하지 못했던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눈곱만큼도 없다. 논란이 많은 내용을 기사화할 때 으레 싣게 마련인 ‘양 쪽’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식의 시늉조차 내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바람직한 과학 저널리즘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실을 말하자면, 아예 과학 저널리즘이라고 볼 수 조차 없다. ‘앤 아버 침술 센터’를 무료로 광고해 주고 있는, 무책임한 선정적 스토리에 불과한 것이다.

결론

이 여성이 불임 치료를 시작한 시점과 상황을 보면, 실제로 ‘불임’의 범주에 든다고는 볼 수 없다. 그저 자연스런 임신 과정 중에서 임신을 했다고 생각할 이유는 많아도, 침술이 무슨 효과를 발휘해서 임신했다고 생각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해당 뉴스 보도나 기사는 졸렬하기 짝이 없는 내용으로 차 있을 뿐이다. 디트로이트 주민들은 더 나은 치료를 받아야 마땅하다.


역자 프로필 :

퇴몽사(退蒙士) 서범석

현재 모 고등학교에서 입학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사회기여활동으로서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의 ‘홍보특별보좌관’도 겸임하고 있다. 경희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성균관-조지타운 대학교 TESOL 과정을 수료했다. 20년 넘게 중증 아토피로 고생하며 여러 대체 의학을 접했지만, 그 허상에 눈을 뜬 후 사이비 의‧과학 속에 자리잡고 있는 ‘몽매주의’를 퇴치하는 번역 및 집필 작업에 뛰어들었다.

저서: Q&A TOEIC Voca, 외국어영역 CSI(기본), 외국어영역 CSI(유형), 외국어영역 CSI(장문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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