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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유네스코 등재에 대한 오해

한방을 병원이 아니라 박물관에 보존하라는 뜻


이따금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의 의미가 왜곡되어 전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의미가 동의보감의 의학적 가치를 인정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일본의 가미카제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시도에 분개하기도 한다.

유네스코는 1995년에 인류의 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유산인데도 훼손되거나 영원히 사라질 위험에 있는 기록유산의 보존과 이용을 위하여, 기록유산의 목록을 작성하고 효과적인 보존수단을 강구하기 위해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사업의 목적은 세계의 기록유산이 훼손되거나 유실되지 않고 미래세대에 전달되거나 원하는 사람들이 방해받지 않고 접근할 수 있도록 보존하는 데 있다.

“인류의 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유산”의 의미는 그것이 긍정적이라거나 훌륭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그 당시의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가치가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 승정원일기 등 11개가 등록돼 있다.

일본의 가미카제 등재 신청이 분개할 일일까?

등재된 기록물 중에는 어두운 역사를 담은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아래 노예에 관련된 문서들은 당시의 노예 제도나 노예들의 이주 같은 기록들을 담고 있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 노예 세례 기록부(1636~1670) / Book for the Baptism of Slaves (1636~1670) - 도미니카 공화국

● 영국령 카리브 해 지역의 노예 명부(1817~1834) / Registry of Slaves of the British Caribbean 1817-1834 - 도미니카 연방

● 1821년~1834년 버뮤다의 노예 명부 / Registry of Slaves of Bermuda 1821~1834 - 세인트키츠네비스

이렇게 보면 일본의 가미카제 기록물도 ‘자살특공대’라는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특이한 문화와 어두운 시대상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미래 세대에 전달할 의미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 가치에 대해서는 유네스코에서 판단할 일이다.

독자들의 분노를 즐기는 국내 언론들은 화를 돋우며 뉴스를 전했지만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과민반응이다. 가미카제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다고 해서 훌륭하다거나 찬양할만한 문화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 등재는 병원이 아니라 박물관에 보존하라는 뜻

어쩌면 동의보감 같은 우리나라에서 등재된 기록물을 너무 자랑하다보니 오해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한의학계에서는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의심 없이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이 세계기록유산은 동의보감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거나,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효과에 대한 검증이나 우수성 등을 고려하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등재시킨 세계기록유산의 목록을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는 동의보감 이전에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직지심경’, ‘조선왕조 의궤’, ‘해인사 고려대장경판(팔만대장경)과 경판들’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켰는데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같은 것들이 현대인에게 유용하게 쓰일만한 지식을 담고 있어서 등재되었겠는가?

동의보감에 적힌 뱃속에 있는 태아의 성별을 바꾼다거나 투명인간이 되게 한다는 황당한 처방이나, 납이나 수은 같은 독성 중금속의 약효를 유네스코가 인정했으니 믿고 사용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저 박물관에 정성스럽게 보관하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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