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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신도 연상시키는 KBS의 한의학 찬양

한의학에 필요한 것은 배려나 숭배가 아닌 ‘검증’일 뿐

지난 4월 1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우리의학, 미래를 꿈꾸다’ 편은 광신도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맹목적인 한의학 찬양 방송이었다.

방송에는 한방 암치료제 넥시아를 개발한 최원철 단국대 특임부총장과 한방과 협진을 하는 병원들, 그리고 중국과 호주의 사례가 등장했다.

<시사기획 창>은 한의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의학계의 거센 공격”을 지목하면서, 한방항암제 넥시아를 개발한 최원철 단국대 특임부총장이 “우리 의학계의 풍토에선 힘들어” 외국으로 떠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작 “의학계의 거센 공격”이 어떤 내용인지,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반대측 인터뷰는커녕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었다.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한의사 편을 들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특히 “공격하는 게 아쉽고 안타깝다.”, “양방한테 이단아 취급받아 가슴 아프다.”는 등의 넥시아 복용 환자 인터뷰는 시청자들에게 문제의 본질을 등한시한 채 감정적인 반응을 유도하려는 수작으로 보인다.
 



한의학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

과학계에서 한의학에 비판적인 이유는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검증 없이 ‘전통’이라는 명목밖에 없이 벌어지는 의료행위이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성우가 최원철의 넥시아에 대해 “모두 반겨야 할 일일 텐데 왜 환영받지 못하는 일일까요?”라고 말하던데, 그렇다면 왜 비판적인 입장의 전문가를 찾아서 직접 들어보지 않았냐고 되묻고 싶다. “의학계의 거센 공격”이라며 넥시아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 충북대병원 한정호 교수의 블로그 화면을 잠깐 비추고 지나갔는데 왜 직접 물어보고 인터뷰를 싣지 않았는가?

의학계에서 넥시아를 환영하지 못하는 의사들이 사용하는 항암제와 달리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도 거치지 않은 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넥시아가 항암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판명되어 환자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면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약국에서 구입한 약의 설명서를 보면 어떤 이상반응이 발생할 수 있는지 적혀있다. 항암제처럼 독성이 강한 의약품뿐만 아니라 가벼운 진통제나 감기약에도 이렇게 임상시험을 통해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있다.

효과에 대해 말해보자. 최원철 측은 넥시아를 복용하고 암을 치료한 환자가 많다고 주장한다. 어떤 때는 말기암 환자 200명을 고쳤다고 하고, 어떤 때는 70명을 고쳤다고도 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많을 수도 있겠지만 그 숫자는 아무것도 의미하지 못한다.

단팥죽과 넥시아의 사례

그런데 똑같은 이야기를 대학병원 앞에서 단팥죽을 파는 노점상인도 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앞에서 단팥죽을 파는 사람이 “우리 단팥죽을 먹고 암에서 회복된 사람이 수천 명이다”라고 했을 때, 그 말이 사실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단팥죽이 암에 대한 치료효과가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굳이 해외학술논문이나 해외전문지 기사까지 찾아보지 않더라도 효과를 어떻게 주장해야 하는지 쉽게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4월 2일, KBS <뉴스광장>은 “‘가족 면역세포’로 혈액암 치료…“생존율 7배 ↑””라는 보도를 통해 면역세포 치료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전했다. 이 보도는 “생명공학연구원과 서울아산병원이 가족의 골수를 이식한 난치성 급성 혈액암 환자 41명에게 면역세포인 NK세포를 2차례 투여했더니 놀랍게도 5%에 불과하던 환자의 생존율이 35%로 7배나 높아졌기 때문입니다.”라며 항암 치료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은 넥시아의 경우 넥시아를 복용하고 생존한 사람들이 있다고만 주장했을 뿐 객관적인 검증의 무대에 세운 적이 없다. 15년이 넘도록 사용했으면서 아직까지 넥시아를 처방했을 때 과연 치료율이 높아지는지, 몇 %나 증가하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최원철 측은 수년전 넥시아를 신약으로 개발한다며 “AZINX75”라는 신약후보물질이 임상2상에 들어갔다고 여러 차례 언론에 자랑했다. 그러나 임상시험결과에 대한 보고 없이 더 이상의 단계를 진행하지 않고 중단해 신약 허가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다.

최원철 팀은 임상시험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지금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최원철 팀의 한방항암제가 객관적으로 효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검증을 통과한 적이 없고 그래서 의학계와 과학계의 불신을 사고 있다는 원인은 싹 감춘 채, “의료계의 거센 공격”이라고 왜곡시키면서 최원철 총장에게 ‘우리나라의 의학계에서 핍박받아 해외로 떠나는 성자’이미지를 씌우는 것은, 공영방송 주도의 ‘제 2의 황우석 신드롬’ 같은 사회 문제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

양-한방 협진 논란

방송에서는 또 둔산혜화의원, 소람한방병원 등에서 행해지는 통합진료의 모습을 보여주며 의사와 한의사가 서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들을 인터뷰했다.

“서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 말은 양쪽이 서로 인정하지 않는 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의사도 아프면 병원에 가야하지만, 의사는 아파도 한의원에 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결국 의사가 한의사를 인정하지 않는 현실을 두고, 의사에게 한의사를 인정해달라는 소리다.

한의사에게 물어보면 서로 인정하자고 할 것이다. 의한방 통합진료를 하는 병원의 의사들에게 물어보면 서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정해진 수가대로 진료해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없는 현대의학적 치료와는 달리 한방 치료로 값비싼 한약을 팔아서 큰돈을 벌고 있는 의사들에게는 한의사가 고마운 존재 아니겠는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방송에 등장한 소람한방병원이다. 이곳은 2011년 4월 9일 SBS <뉴스추적>, 2013년 7월 7일 JTBC <뉴스맨>, 2013년 9월 11일 <사이언티픽크리틱스> 등에서 산삼약침 사기 문제를 지적당한 곳으로, 어떻게 KBS에는 모범 사례로 소개되고 있는지 의아하다. (산삼약침에 산삼 성분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현재는 면역약침으로 슬쩍 이름을 바꿨다.)

의한방 협진을 하는 병원에서는 값비싼 한약 판매로 높은 매출을 올릴 수도 있겠지만, 대개의 병원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양심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한방병원과 협진하는 의사실태 조사’ 연구보고서에도 협진에 대해 우려하는 의사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돼 있다. 한방병원이 함께 있기에 한의사의 수준을 잘 알고 있는 경희의료원의 의사들을 익명으로 인터뷰해보면 좀 더 공정하고 재미있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한방의 과학화? 황당한 주장일 뿐

방송에서는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방의 과학화의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는데 이것도 황당한 주장이다. 무당이나 점쟁이가 과학장비를 들여놓는다고 해서 점을 치는 일이 과학화가 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방 치료가 과학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보완하라고 지적해야 옳을 것이다. 한의학의 효과를 테스트하는데 현대의료기기가 필요하다면 현대의료기기를 올바로 다루고 판독할 능력을 갖춘 의학자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면 될 일이다.

한방의 과학화의 걸림돌은 <시사기획 창> 방송과 같은 무조건적인 한의학 숭배에 있다.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잘못된 이론을 수정·폐기하고, 치료법의 효과를 이중맹검 임상시험으로 평가해 효과가 없는 치료법을 버리고 효과가 있는 방법만 남겨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런 작업은 커녕, ‘한의학은 무조건 안전하고 효과가 뛰어나다’는 결론을 멋대로 정해놓고 과학이라는 포장을 씌우자는 분위기다. “성경 말씀대로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다”고 답을 정해놓고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창조론과 흡사하다. ‘한의학의 과학화’는 과학의 발전 방식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사이비과학의 모습이다.

한방의 표준화는 과연 가능할까

한방의 표준화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한의사들이 환자들에게 한약을 처방했을 때 조제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약재를 얼마만큼 사용했는지, 그에 따른 부작용은 어떠한지 실태 조사가 한방에서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약 부작용으로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나, 한약 때문으로 의심되는 간 또는 신장 손상 환자에 대해서 의사들이 원인을 파악하고 학계에 보고하면 좋을 텐데, 한의사가 조제내역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한 집계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국립한국한의학연구소의 이명수 박사팀은 작년 WHO 가 발간하는 Bulletin of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에 우리나라의 한의학 부작용의 실상과 제도적 결함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에서는 2010년 한 해에만 13,420건의 심각한 부작용을 포함에 95,620건의 중의학(중국전통의학) 부작용이 집계된 반면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2010년까지 11년간에도 9,624건에 불과했다. 부작용 집계가 미흡한 이유는 보건당국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저자들은 지적했다. 소비자원이 7,352건, 한의사협회가 2,264건을 보고하는 동안 식약청은 단 8건의 부작용을 감시하는데 그쳤다.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은 문제는 한방 부작용에 대한 감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지,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아니다.

방송에서는 중국은 중의학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이 우리보다 많고 의료기기 사용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호주에서는 중의학의 인기가 늘고 있다며 우리도 한의학을 육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나 호주 같은 나라의 분위기가 우리보다 현명하다고 볼 이유가 있을까? 서양에서 한의학(중국전통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중국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에서도 한의사의 위상이 우리나라만큼 높지 않다. 그 나라들의 전체 의료비 중 한의학이 차지하는 비율과 우리나라에서 비율을 비교해보면 어떨까? 우리나라도 그들 나라에 맞추자고 한다면 최소한 지금보다 90% 이상 줄여야 할 것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접근이 필요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한의학의 올바른 방향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조건 “우리 것이 좋다”, “우리 것을 지켜야 한다”는 식의 태도는 버려야 한다. 의료는 국민이 질병을 상대로 싸우는 전쟁과도 같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지고 부작용이 우려되는 방법을 배려할만한 한가한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방송 말미에 한의학 덕분에 “두 가지 관점”으로 질병을 바라볼 수 있어 좋다는 한의학전문대학원생의 발언이 있었다.

조상의 묘자리 때문에 병이 생겼다는 관점, 귀신이 씌어서 병이 생겼다는 관점, 수맥 때문에 병이 생겼다는 관점 등 질병에 대한 관점은 수십개가 될 수 있다. 그 중에 근거가 입증된 것이 현대의학적 관점인 것이다. 아무리 연구해도 근거를 찾을 수 없이 옛날 책에 적혀있는 폐가 어쩌고, 간이 어쩌고, 기혈 순환이 어쩌고 하는 관점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지동설과 천동설 두 가지 관점으로 태양계를 연구하면 더 효과적일까? 지구가 둥글다는 현대 과학적 관점과 지구가 편평하다는 고대인들의 관점을 동시에 가지면 지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환자들이 거부해서 쇠퇴해가는 한방을 '전통'이라는 이유로 억지로 살려내야 한다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 일인가? 외국인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전통의학은 정말 위대하구나'라고 생각을 할까, '저게 무슨 미개한 짓이람'이라며 코웃음을 칠까?

한의학에 필요한 것은 배려나 숭배가 아니라 의료현장에 남길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검증이다. 검증을 통해 한의학이 의료로서의 가치가 없다면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으로서 인간문화재 지정과 민속박물관을 통해 계승시켜야 할 것이다.

강석하 사이언티픽크리틱스 편집장
황의원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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