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구속영장 신청, '필요 최소한'의 경계를 묻는다

  • 등록 2026.04.13 10: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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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잇=유용욱 주필 | 한국사 강사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1인 미디어 시대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 잡은 전한길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단순한 가십(gossip)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시대 공론장의 온도를 측정하는 시험대이자, 국가 권력이 표현의 자유를 대하는 '민낯'의 기록이다. 누군가는 그를 “가짜뉴스의 유포자”로 규정하고, 또 누군가는 그의 주장은 “정권에 불편한 목소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평가 이전에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전한길 씨가 지금 형사 구금의 문턱에 서 있다는 점은, 한 개인의 몰락 서사로만 보기는 어렵다. 이 장면은 오히려 우리 사회가 표현의 자유를 어떤 방식으로 다뤄 왔는지에 대한 집단적 초상(肖像)에 가깝다. 더 나아가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형사 절차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에 대해 대한민국자유유튜브총연합회(이하 ‘대자유총’)는 즉각 “반헌법적 과잉수사”라는 표현으로 반발했다. 대자유총의 논리는 단순하다. 전 씨는 그간 수사에 성실히 응해 왔고, 주거와 신원이 분명하며, 문제 된 발언은 모두 공개된 영상으로 남아 있다. 도주 우려도, 증거 인멸의 가능성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구속은 예외’라는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조치는 지나치게 앞서 나간 인신 구속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특히 문제의 핵심은 혐의의 성격이다. 명예훼손, 그것도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관한 사안은 전통적으로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었다. 표현의 진실성 여부는 재판 과정에서 다툴 문제이지, 수사 단계에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만큼 긴급한 위험을 내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비교 가능한 유사 사례와 견주어 볼 때 전한길 씨에 대해서만 ‘구속’이라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동원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자연스럽게 “본보기를 보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정반대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이언주 의원은 “왜 이제야 구속영장을 청구했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허위·왜곡 정보로 인해 국민의 판단이 흐려지고, 정치적 의사결정이 잘못될 수 있으며, 그 피해는 개인을 넘어 국가 전체에 미친다는 주장이다.

 

물론 허위·왜곡 정보의 사회적 해악을 우려하는 문제의식 자체는 가볍게 볼 수 없다. 실제로 전 씨는 이재명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와 관련해 논란이 큰 의혹들을 제기했고, 해당 발언들이 사실과 다르다면 비판과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민주주의는 가장 어려운 시험을 받는다. “해악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특정인의 의사표현을 형사 구금으로 다스릴 수 있다면, 그 기준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정하는가.

 

오늘은 보수 유튜버의 발언이 문제 되고, 내일은 진보 성향의 칼럼이나 시민 발언이 같은 논리로 다뤄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표현의 자유는 ‘마음에 드는 말’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권리가 아니다. 불편하고, 거칠고, 심지어 틀릴 수 있는 말까지 감내할 때 비로소 그 의미를 갖는 것이다.

 

구속은 단순히 여러 가지 다양한 수사 기법 중 하나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폭력에 가깝다. 그래서 형사사법(刑事司法)은 오래전부터 그 기능 수행에 있어 언제나 “필요 최소한”이라는 원칙을 쌓아 올려 왔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 구속은 언제나 마지막에 남겨두어야 할 카드였다. 그 질서가 무너질 때, 법은 정의의 방패가 아니라 권력의 도구로 오해받기 쉽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제 이 사건이 남길 ‘학습 효과’다. 특정 발언이 구속영장으로 이어지는 전례가 만들어지면, 1인 미디어 창작자와 언론인, 그리고 평범한 시민들까지 스스로를 검열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 말이 혹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공론장(公論場)을 지배하는 순간, 공론장의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로 인해 민주주의의 활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이런 침묵은 형벌로부터는 안전해지지만, 사회는 급격히 빈혈 상태로 빠져들어간다.

 

성경에도 간음한 이유로 잡혀 온 여인을 향해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법 집행을 멈추라는 말이 아니다. 누군가를 향해 돌을 들기 전에, 그 무게와 방향을 스스로에게 먼저 물으라는 경고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전한길이라는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지금 우리가 집어 들고 전한길 씨를 향해 던지려는 이 돌은 정의의 판단인가, 아니면 성급한 응징의 쾌감인가를 돌아보아야 한다.

 

지금 전한길에게 구속이라는 돌을 던지기 전에, 이 사회는 한 번쯤 멈춰 서서 생각해야 한다. 오늘 우리가 용인한 수사 과잉은, 내일 우리 모두가 다 같이 감당해야 할 기준이 된다. 그리고 그 기준이 무너진 자리에서, 가장 먼저 다치는 것은 언제나 민주주의 그 자체였다는 역사의 교훈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때이다.

 

 

□ 유용욱 주필

 

- 1993년 KBS 공채 19기
- KBS 전략기획실 성과평가부장
- KBS 법무실장
- KBS N 경영본부장
- 현) 인싸잇 경기 편집국장 및 공동발행인

 

유용욱 주필 macgyvery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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