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둘러싸고 검찰이 들끓고 있다. 친윤 검사들이 법무연수원을 중심으로 집단 반발에 나섰고, 수사권 박탈에 불만이 쌓여 있던 비친윤 검사들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한동훈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정성호 법무장관을 향해 "국민 상대로 사기 치냐"며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한동훈에게는 항소포기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폭탄이 터졌다. 법무부가 11월 5일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2022년 7월 19일부터 20일 사이 한동훈의 운전기사와 수행비서가 총 14시간의 초과근무를 했다. 청담동 술자리가 벌어진 바로 그날이다. 한동훈이 항소포기 이슈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청담동 술자리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친윤 검사들의 집단 반발, 법무연수원이 진원지
검찰 내부가 요동치고 있다. 법무연수원에 있는 친윤 검사들이 집단 반발의 선봉에 섰다. 명태균 수사를 맡았던 정유미 검사가 대표적이다. 뉴탐사가 취재한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정유미는 이번 항소 포기 집단 항명의 선동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법무부 장관과 차관이 반대했다고 들었다"는 글을 올렸다. 친윤 언론들은 이 글을 인용하며 법무부를 압박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노만석 대검 차장검사는 "항소 포기를 하는 데 있어서는 용산과 법무부의 관계를 고려했다"고 말했다고 보도됐다. 대검 연구관들이 노만석에 대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뉴탐사가 취재한 검찰 관계자는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친윤 라인을 떠나서 사실은 민주당이 너무 세게 한 거다. 수사권 분산으로 가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렇게 하고, 경찰이 완전히 다 떠넘겨 버려서 지금 검사실은 완전 경찰의 머슴이 되어버렸다." 검찰에 쌓여 있던 불만이 항소 포기를 계기로 터져 나온 것이다.
이 관계자는 "친윤 라인뿐만 아니라 비친윤 라인 검사들도 '이게 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울고 싶은 놈 뺨 때려준 격"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그러면서도 "당초 예상보다는 검찰 내부의 반발 수위가 지금 높아지고 있지만, 과연 과거 추미애 장관 때 윤석열이 항거할 때만큼의 조직적인 반발로 이어지느냐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어제까지 싸늘했던 분위기가 오늘은 끓고 있지만, 결국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대장동 1차 수사팀 "우리는 동의 안 해"…검찰 내부도 갈등
검찰 조직 전체가 하나로 뭉친 것은 아니다. 대장동 1차 수사팀은 2차 수사팀의 항소 포기 반발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1차 수사팀은 문재인 정부 말기에 대장동 수사를 했던 팀이다. 윤석열 정권 출범 후 친윤 검사들로 교체된 2차 수사팀이 지금 항소 포기에 반발하고 있다.
1차 수사팀 관계자는 "결국 윤석열, 한동훈이 심어 놓았던 수사팀의 의견일 뿐"이라며 "애당초 이 사건을 수사했던 우리 1차 수사팀한테는 의견도 물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태도도 갈렸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번에 검찰 비판에 나섰다. 과거 추미애 장관 시절 윤석열 항명 파동 때는 검찰 편에 섰던 것과 다른 태도다. 한겨레는 "검찰의 선택적 반발에 비판이 폭주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경향신문은 "윤석열 구속 취소 항소 포기 때는 왜 가만히 있었냐"고 지적했다. 반면 정의당은 검찰 편에 서서 비판에 나서 논란이 됐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때도 찬성표를 던졌던 정의당이 또다시 민주당과 다른 입장을 취한 것이다.
한동훈, 항소포기로 정성호 공격…진짜 급소는 따로 있다
한동훈은 항소포기 이슈를 기회로 삼아 정성호 법무장관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대장동 수익금 몰수하는 것은 민사에서나 가능하다"는 정성호 장관의 발언에 대해 "국민 상대로 사기 치냐"고 공격했다. 친윤 검사들의 집단 반발을 배경으로 정성호 장관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도 친윤 검사 출신이다. 이진수 차관이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에게 항소 포기를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친윤 검사들은 이를 부당한 외압이라고 주장했다. 정성호 장관은 대장동 사건이 1심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기계적인 항소보다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동훈의 공격은 거세지만, 정작 그에게는 항소포기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이슈가 있다. 바로 청담동 술자리다. 법무부가 11월 5일 정보공개 이의신청을 인용하며 공개한 사실이 그것이다. 한동훈의 운전기사와 수행비서가 2022년 7월 19일부터 20일 사이에 총 14시간의 초과근무를 했다. 청담동 술자리가 벌어진 바로 그날이다.
법무부, 한동훈 14시간 초과근무 공개…3년 은폐 무너지나
정보공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처음 청구했을 때는 차량 운행일지와 업무일지가 '부존재'한다는 답변이 왔다. 초과근무 수당 지급 여부도 '개인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비공개 결정했다. 법무부는 은폐하려 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동일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공개한 사례를 들어 이의신청을 하자, 법무부는 결국 공개 결정을 내렸다. 한동훈의 운전기사와 수행비서가 2022년 7월 19일부터 20일 사이에 총 14시간의 초과근무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3년간 은폐해온 진실의 첫 조각이 드러난 것이다.

14시간을 두 사람이 나눠 쓴다면 1인당 7시간이다. 퇴근 시각인 오후 6시부터 계산하면 새벽 1시까지다. 공무원 초과근무는 보통 오후 7시부터 계산하고 식사시간 1시간을 제외한다. 그렇다면 오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근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19일과 20일 각각 초과근무를 했는지, 연속해서 근무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추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될 예정이다. 만약 19일 저녁부터 20일 새벽까지 연속으로 근무했다면 청담동 술자리와 시간이 정확히 일치한다.
한동훈이 2022년 10월 24일 국정감사에서 "3시 이후에 내가 어디 있었다고요?"라고 했던 발언이 새롭게 해석된다. 청담동 술자리는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3시간 동안 이어졌다. 술자리 장소는 논현동이다. 한동훈은 "반경 1km 안에 있었으면 뭐 걸겠다"고 했는데, 논현동은 청담동 1km 밖이다. 한동훈은 '3시 이후'와 '청담동 1km 밖'이라는 표현으로 교묘하게 빠져나가려 했다.
수행비서와 운전기사가 초과근무를 했다는 것은 한동훈도 함께 있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7월 19일 한동훈의 공식 일정은 오전 국무회의 단 한 개뿐이다. 오후 6시 이후 공식 일정이 없다. 수행비서와 운전기사의 초과근무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였는지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한동훈은 2022년 10월 24일 국정감사에서 격렬하게 부인했다. "저는 술을 못 마십니다. 술자리를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저 자리에 제가 갔던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이세창 총재라는 사람하고 스쳐본 적도 없어요." "저는 다 걸게요. 의원님, 뭐 거시겠어요?" "제가 저 자리 내지는 어떤 술자리 같은 데에서 그 시간 내지는 그 반경 몇 킬로 안에라도 있었으면 저는 다 걸겠습니까?"
첼리스트의 발언들…1심은 왜 외면했나
첼리스트는 친오빠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이랑 한동훈이 왔다"고 명확히 밝혔다. 큰오빠에게는 도와달라고 부탁하면서 울먹였다. 옷가게 언니에게는 "한동훈 때문에 첼로를 못한다"고 말했다. 하모 작가와의 통화에서는 국민의힘에서 입다물라고 하고 돈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모든 증거에도 1심 재판부는 첼리스트의 경찰 진술만 믿고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 진술은 강압에 의한 것이라는 정황이 많다.
항소심에서는 오빠와의 통화 내용, 옷가게 언니와의 통화 내용을 모두 증거로 제출했다. 운전기사 박종현에게 전화를 걸자 "모른다고 그래"라는 운전계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동훈에게 문자를 보내자 전화기 전원을 꺼버렸다. 진실을 숨기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포착된다.
만약 한동훈이 실제로 청담동 술자리에 참석했는데도 국정감사에서 "갔던 적이 없다"고 위증했다면, 무고죄와 위증죄 등으로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운전기사와 수행비서를 불러 진술을 받으면 진실은 금방 드러난다. 청담동 술자리는 간단한 문제다. 대장동이나 대북송금 사건처럼 복잡한 조작 수사를 밝히는 것보다 훨씬 쉽다.
윤석열도 그날 밤 움직였다…10시 44분 공지의 의미
윤석열도 그날 밤 움직였다. 대통령 메시지 공지가 출입기자 톡방에 올라온 시간이 밤 10시 44분이다. KF21 초도 비행 성공 치하 메시지였다. 행사는 그 전 주간에 있었던 것으로, 이 늦은 시간에 공지할 이유가 없다.
친윤 단체인 새희망결사단의 장철호 본부장이 청담동 술자리 고발인으로 나서며 경찰에 제출한 2022년 7월 19일자 대응 보고서가 있다. 보고서에는 "10시 45분경 대통령께서 집으로 돌아오시는 길에 지지 모자를 흔들어 보내드리고 야간 대기에 들어갔다"고 기록돼 있다. 장철호는 이후 자유총연맹 사무부총장을 지냈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단체 인사가 제출한 보고서가 역설적으로 윤석열의 그날 밤 동선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 것이다.
차량이 10시 45분에 용산 대통령실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10시 44분 공지, 10시 45분 귀가. 청담동 술자리는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였다. 30분 전후로 술자리가 끝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석열이 술자리에 있는 동안 통화가 안 되다가, 술자리가 끝났다는 얘기를 듣고 컨펌을 받으려고 전화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10시 44분에야 메시지 공지가 나간 것이다.

대통령경호처는 당시 경찰의 사실조회 요청에 "해당 시간대에는 외부 일정이 없었음을 확인한다"고 답했다. 외부 '공식' 일정이 없었다는 것이지, 사적인 일정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그날 밤 "사무실에 계신 걸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나 10시 44분 공지와 10시 45분 귀가 기록이 이를 부정한다.
당시 대통령실 대변인이었던 강인선에게 전화를 걸어 질문했지만, 전화를 받은 뒤 답을 하지 않았다. 진실을 숨기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여기서도 포착된다. 대통령경호처에도 수행부장과 경호부장의 초과근무 수당 지급 여부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이들의 동선이 곧 윤석열의 동선이다. 법무부에서 은폐하려고 해도 경호처 자료가 나오면 국면이 또 달라질 것이다.
항소포기 공세 뒤에 숨은 진짜 급소
한동훈이 항소포기 이슈로 공세를 취하고 있지만, 정작 그에게 치명적인 것은 청담동 술자리 14시간 초과근무 공개다. 항소포기는 한동훈에게 기회다. 친윤 검사들을 결집시키고, 정성호 장관을 압박하고, 민주당을 공격할 명분이 된다. 조중동과 친윤 언론들이 대동단결해 검찰을 선동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청담동 술자리는 피하고 싶은 이슈다. 3년간 은폐해온 진실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이 2022년 국정감사에서 "다 걸겠다"고 했던 발언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수행비서와 운전기사가 14시간 초과근무를 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법무부가 정보공개로 확인해줬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제 한동훈에게 "2022년 7월 19일 당신이 어디 있었는지 밝히라"고 자신 있게 물어야 한다. 더 이상 청담동 술자리 울렁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동훈의 물타기에 휘둘리면 안 된다. 한동훈이 그날 무슨 공무를 수행했는지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 운전기사와 수행비서가 14시간 초과근무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 국회에서 물어야 한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계엄 정당화 문건 작성을 검사에게 지시한 사실도 특검 수사에서 드러났다. 박성재는 12월 3일 국무회의 참석 후 법무부 과천청사로 돌아오면서 검찰과장과 통화했고, 이를 통해 법무부 파견 평검사에게 계엄 정당화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 계엄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머리' 역할을 한 것이다. 친윤 검사들은 항소 포기에는 반발하면서 계엄 범죄에는 침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