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임동욱기자]["비정규직보호법 따른 합리적 차별"..노조는 "비정규직 고착화"]
7월 동일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직원의 근로조건을 정규직과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각 시중은행들이 노무법인에 컨설팅을 의뢰하는 등 제반 준비작업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작 은행들은 영업점 업무분리 등을 통해 이미 정규직ㆍ비정규직간 하는 일의 구분이 분명해 이번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적용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노조 측은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이 비정규직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각 시중은행들은 다음달 1일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관련 시행세칙 검토 및 현재 비정규직 직원들의 업무분석에 착수했다. 다른 업종에 비해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이들 은행들은 법 제도가 변하더라도 조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비정규직 직원들은 대부분 영업점의 입출금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이번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시행된다고 해도 큰 틀에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복지제도는 지난 2005년부터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어 세부적인 조정 외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정규직은 상담업무를 맡고 있고 비정규직은 빠른창구의 단순입출금업무를 맡고 있는 등 이미 영업점 업무분리를 시행하고 있어 이번 법안시행으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며 "본점에서는 행내 업무분리가 명확하게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분리를) 지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인사부에서 관련 시행세칙에 대해 검토하고 있고, 정확한 업무분석을 위해 노무법인의 컨설팅을 받고 있는 중"이라며 "본점 내 일부 비정규직원들이 정규직원들과 동일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이들에 대해 같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슈"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법안 시행을 앞두고 이들의 업무분야를 축소하거나 관련 직무를 정규직원이 맡도록 업무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안은 이달 중순 경영진 보고 후 확정ㆍ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한 우리은행의 경우, 차별시정제도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청원경찰이나 운전기사의 경우 100% 파견제로서 비교할 수 있는 정규직이 없어 해당되지 않는다"며 "전문계약직은 고액의 연봉을 받는 변호사 또는 펀드매니저로 이 역시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기업은행도 한달전부터 업무분리 및 비정규직 문제를 위해 컨설팅을 받고 있다.
이같은 은행측 움직임에 노조는 대체로 냉소적인 반응이다.
한 은행 노조 관계자는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된 지난해 11월부터 급격하게 은행의 업무분리가 진행됐고 현재도 진행중"이라며 "이는 차별시정제도 도입에 앞서 '차별'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는 법안시행으로 차별시정제도가 도입된다고 해서 실제로 차별이 시정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앞으로 비정규직의 업무는 고착화 될 것이고, 비정규직 근로자가 은행을 떠나려고 마음먹지 않는 한 은행의 차별대우에 대해 소송을 걸 수도 없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다음달 시행 예정인 비정규직 보호법은 정규직과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임금과 근로시간, 휴가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처우가 금지되는 영역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근로조건인 임금과 근로시간, 휴일ㆍ휴가, 안전·보건, 재해보상 등이다. 또 상여금과 교통비, 가족수당, 자녀학자금, 경조사비 등 단체협약과 사용자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각종 수당 및 금품 지급에도 정규직과의 차별이 금지된다.
기간제, 계약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차별 대우를 받은 것으로 판단될 경우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사업주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고 1억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그러나 성과금이나 격려금 등 단체협약이나 근로계약 등에 규정돼 있지 않은 항목은 차별처우 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취업기간 및 근로기간 등에 따른 차별, 권한ㆍ책임의 정도 및 노동생산성에 따른 차별처우는 '합리적인 차별'로 분류된다.
임동욱기자 dw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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