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달 야스쿠니(靖國)신사의 춘계대제 기간 참배를 하지 않는 대신 신사에 '내각총리대신' 명의로 화분을 보내 공물 봉납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미국 방문을 전후해 2차대전 당시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성 발언을 여러차례 했음에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낸 것은 일련의 발언들의 진실성을 또다시 의심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월 공개된 일본 국회 도서관 자료에서 야스쿠니신사에 위안부를 운영했다가 전범재판소에서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사망한 사람까지 합사된 것으로 드러난 상황이어서 그에 대한 안팎의 비판여론도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 20년만의 야스쿠니 공물 제공 = 현직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낸 것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 이래 20년만의 일이다.
아베 총리가 보낸 것은 비쭉이나무 화분이다. 일본에서는 신성한 것으로 여겨져 신전에 바치는데 사용되는 나무다. 아베 총리가 보낸 화분은 높이 2m 크기로 야스쿠니신사 본당으로 올라가는 목제 계단 옆에 다른 화분들과 함께 배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측은 문제가 불거지자 이 화분의 비용은 개인 돈으로 지불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화분에는 '내각총리대신'이라는 공식 직함이 쓰여져 있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예년의 경우 중의원 의장이나 일본 전몰자 유족회 등이 비쭉이나무 화분을 보낸 적은 있지만 총리로서는 지난 1985년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문제가 됐던 나카소네 전 총리(1982-1987년 재임) 퇴임 이후 처음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는 본인이 직접 참배를 강행하면서 헌화한 바 있다.
◇ 공물 봉납 동기는 = 이번 아베 총리의 공물 봉납에 대해 총리실측은 야스쿠니측에서 총리측에게 춘계대체 참가 안내문을 보냄에 따라 봉납이란 방식으로 응했다고 밝혔다.
야스쿠니신사측의 한 관계자는 "총리가 돼서 참배를 삼가던 중 (아베 총리가) 마음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결국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싶지만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은 물론 미국에서조차 위안부 문제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을 둘러싼 비판적인 여론이 팽배한 점을 의식해서 공식 참배는 자제하되 공물 봉납이란 방법을 동원해 보수파들에게 속마음을 보여준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요코타 고이치(橫田耕一,헌법학) 일본 유통경제대교수는 "이번 일은 내각총리대신이란 직함으로 행한 종교적 행위다. 재판에서 곧바로 헌법위반이란 판정이 나오지는 않더라도 정교분리라는 취지에서 본다면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정치적 신조와 지지자와의 관계를 감안해 참배 대신에 무언가 해 놓고 싶다는 생각에서 공물 봉납이란 행위를 택한 것이 아닌가 본다"라고 지적했다. 요코타 교수는 상징 일왕제 및 정교분리 문제의 전문가다.
◇ 춘계대제 = 야스쿠니춘계대제는 추계대제와 함께 두 차례 치러지는 대제의 하나다.
야스쿠니대제는 1868년 보신(戊辰)전쟁 등 메이지(明治)유신 전후의 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의 전몰자 위령과 평화 기원 취지를 내걸고 매년 봄과 가을에 열린다.
야스쿠니신사의 전신에 해당하는 도쿄쇼콘샤(東京招魂社)가 창립된 1869년 이래 계속 실시돼 왔다. 신사의 의식으로서는 8월 15일 일본의 '종전기념일' 보다 더 중요시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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