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대통령 임기 종료를 앞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대통합' 이라는 명분하에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가자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것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현재 수감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통합을 핑계로 한 '내 식구 봐주기'가 이루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였다.
대통령 취임시에 특별사면 등이 이루어진 경우는 있으나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수감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사면은 그 취지가 어떻든 경계와 감시의 눈초리가 따라다닐 수 밖에 없고, 이대통령도 쉽게 결단할 수 없는 사안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만약 이상득 전 의원이나 이 대통령의 측근을 제외한 사면이라면 어떨까? 아마 야당이나 일반 시민들도 큰 반대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역대 정권에서도 대통령 사면은 흔히 있던 일이며 권력형 비리나 흉악범이 아닌 이상 국민들도 크게 반감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의 경제사범 '허영중'의 한국 이송
헌데 모든 언론이 특별사면을 이상득 전의원과 관련해서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사회의 기억으로부터 잊혀지나간 일본발 뉴스가 하나 떠오른다. 2012년 12월 15일자로 일본의 교도통신이 보도한 "‘이토만 사건’ 재일교포 허영중 씨, 한국 이송" 이라는 짤막한 뉴스였다.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한 이 보도는 며칠전 산케이신문의 보도로 다시 주목을 받게 된다. 일본에 수감되어 2014년에야 석방예정이었던 재일한국인 '허영중' 이 극비리에 한국으로 이송되었으며, 그것은 2013년 한국 대통령 취임시 특별사면을 노린 계획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였다.
일본에서는 범죄를 일으켜 수감된 외국인 수감자의 경우 형량이 2년이 남았을 경우에 고국으로 이송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의사소통이 안되고, 식습관이 다른 일본의 교정시설이 아닌 고국의 형무소에서 남은 형기를 보내게 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허영중의 한국 이송은 이 ‘제도’와 한국의 ‘대통령 특별사면’을 노린 계획적인 행동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화제가 된 '허영중'이란 인물은 누구인가? 1947년 오사카 태생의 재일한국인 허영중은 일본에서 전후 최대의 경제사건이라 불리는 '이토만 사건'으로 버블 경제 폭락으로 휘청거리는 일본 경제계에 다시 한번 큰 타격을 입힌 주인공이다.
야쿠자는 물론, 일본의 역대 수상, 정치인, 경제인들과 두터운 인맥을 가졌고, 한국에도 전두환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 대우그룹 회장 김우중, 전 IOC위원 김운용 등과도 '연줄'이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 허영중은 한 때 한국에도 수 천 억원대의 엄청난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거물중의 거물이다.
한국에는 단순히 '재일한국인 실업가'로 알려져 있지만, 일본에서 허영중의 이미지는 '경제 야쿠자' 그 자체다. 불법적인 거래와 사기로 많은 기업의 파산, 관련자들의 의문사 등 나쁜 이미지의 뉴스들이 늘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이 우려하는 것은 한국에서 특사로 풀려난 허영중인 일본으로 밀입국하여 다시 일본 경제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외국으로 이송된 범죄자는 일본의 재입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는 이미 수배중이던 1997년 서울에서 자취를 감춘뒤 2년 후인 일본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경력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일본으로 밀입국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반일무죄'의 분위기에 대한 우려
산케이 신문은 한국 사회에는 재일동포가 '피해자'라고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경제사범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허영중에 대한 동정심, 반일감정을 배경으로 그가 특사로 풀려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도했다. 특별사면에 대한 한국 사회의 모든 관심이 '대통령 측근'에만 쏠려 있는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기도 하다.
얼마전 야스쿠니에 방화를 저질렀던 중국인 용의자를 한국이 일본에 인도하지 않은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양국간에 신경전이 벌어진 바 있었다. 일본이 범죄자의 인도를 요구했으나 한국이 그것을 거절하고 중국으로 송환해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일본에 반대하고, 일본의 요구나 요청을 거부하는 것이 애국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여지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이번에도 유사한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까 일본 언론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통령 또는 차기 대통령인 박근혜 당선자가 허영중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한일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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