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민당이 12일 시안(西安)사변 70주년을 맞아 장쉐량(張學良)과 함께 장제스(蔣介石)를 체포한 주역으로 비밀리에 처형됐던 양후청(楊虎城) 장군에 대한 `재평가'를 거부했다.
이는 중국이 12일 시안사변 70주년 기념식에서 양후청을 `중화민족의 천년 공신'
으로 격찬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시안사변은 1936년 12월12일 당시 만주에서 동북군을 이끌고 있던 군벌 장쉐량
과 국민당 장군 양후청이 장제스를 체포 구류함으로써 국민당의 공산당 소탕전을
중지하고 공산당과 국민당이 힘을 합쳐 일본에 투쟁한다는 제2차 국공합작의 계기
를 만든 사건이다.
장쉐량은 이후 장제스에게 구금을 자청, 대만에서 오랜 연금생활을 하다 지난 2
001년 하와이에서 천수(天壽)를 누리고 타계했지만 양후청은 재판 절차도 없이 옥
고를 치르다 살해됐다.
국민당 당사관 주임 사오밍황(邵銘煌)은 12일 "국민당은 (비밀처형에 대해) 책
임을 져야 하지만 양후청과 시안사변에 대해 재평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안사변후 유럽에 파견돼 시찰중이던 양후청은 항일 전쟁기간에 중국으로 돌아
왔다 12년간 구금된 뒤 1949년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이주하기 직전 비밀리에 처
형됐다.
양후청의 손자 양한(楊瀚)은 2.28사건 기념활동 당시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주
석에게 양후청에 대한 재평가와 복권을 요청했었다.
사오 주임은 "장쉐량과 양후청은 국민당 장군으로 홍군 소탕에 적극적으로 나서
지 않은데다 `군사 쿠데타' 같은 유례없는 수단으로 군 통수권자를 협박했다"며 "이
는 오늘날 어디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사건으로 복권 문제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
다.
사오 주임은 그러나 "양후청이 재판도 없이 구금되고 비밀리에 살해된 것은 인
권과 법치를 위배한 것"이라며 국민당은 이에 대해 응당 책임을 지고 사과할 것이라
고 밝혔다.
한편 중국공산당은 1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자칭린(賈慶林) 인민정치협상회
의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인 시안사변 70주년 기념좌담회를 열고 시안사변의
역사적 의의와 장쉐량, 양후청의 공적 등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최근 중국이 시안사변 뿐 아니라 장제스 및 국민당의 항일전쟁까지 재평가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민진당 주도의 대만은 오히려 장제스 정부
의 공적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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