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견해차로 사임한 듯
강경노선의 후임자로 핵 협상 난항 관측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2년여 간 이란 핵 문제의 중심에 있었던 알리 라리자니 이란 핵협상 대표의 20일 전격 사임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핵 문제를 둘러싼 견해차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강경 보수파였던 그가 아마디네자드 정권 출범과 함께 권력의 핵심에 진출했지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온건파였던 것이 `균열'의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라리자니 대표 역시 핵 문제에 대해 강경파로 분류됐지만 유럽연합(EU),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상 채널을 항상 가동하고 있었고 지난 3월에는 이란 핵 투명성 제고를 위한 일정표에도 합의하는 등 `더디지만 중단없는' 성과를 내왔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란이 서방과 대화를 통해서도 자주적인 핵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대외 협상을 벌여왔지만 종종 `판을 깨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초강경 발언이 그의 방식과 달랐다는 관측이다.
라리자니 대표가 그간 수차례 사임을 요청해왔다는 골람 호세인 엘함 이란 정부 대변인의 발표에서 알 수 있듯 20일 그의 사임이 이란 정부로선 전혀 뜻밖의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핵 협상을 진행해 오면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수차례 진통을 겪었고 결국 그의 사임 요구를 수락했을 공산이 크다.
지난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자리에 라리자니 대표가 배석하지 않은데 이어 "푸틴이 핵문제 해결에 중요한 제안을 했다"는 그의 말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즉시 부인하면서 `이상징후'가 감지되기도 했다.
이란 정치분석가 자한바크시 이자디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라리자니는 아마디네자드의 수사법에 여러차례 당황했었다"며 "그들은 외부 세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시각을 공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돌연' 사임을 놓고 국제사회의 관심은 고비를 맞은 이란 핵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 지에 쏠려있다.
모하마드 알리 호세이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1일 "라리자니 대표가 사임했다고 해서 이란의 핵 정책에 변화가 있지 않을 수 없다"며 "이란의 핵 정책과 전략은 변의 목표"라고 확대 해석을 막았다.
라리자니 대표의 후임을 맡은 사이드 잘릴리 이란 외무차관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같은 이란 혁명수비대 출신에 대학 동문 후배이기도 한 최측근 인물이다.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잘릴리 차관이 "나는 대통령과 관점을 함께한다"고 밝혔고 이란 정계에서는 외무 장관보다 그가 외무부에서 `대통령의 복심'을 잘 읽어낸다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
잘릴리 차관은 자주적인 이란 핵 주권을 누구보다 강조했고 라리자니 대표보다 더 강경한 인물이라는 게 그를 만나본 테헤란의 외국 외교관의 평가다.
국제전략연구소(IISS) 마크 피츠패트릭 핵확산 방지 프로그램 국장은 "(라리자니의 사임으로) 일말의 실용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 없어져 협상할 상대가 사라졌기 때문에 협상을 하기에 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를 종합하면 이란과 서방의 핵 협상은 라리자니 대표 시절보다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란은 핵 협상 대표 교체를 이유로 그나마 그간 이뤘던 성과도 재고하겠다고 선언할 수도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5년 8월 라리자니로 핵 협상 대표를 바꾸면서 전임 대표시절 합의했던 우라늄 농축활동 유예를 파기했고 결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두 차례 제재안을 결의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존 볼튼 전 미 유엔대사는 "라리자니 대표의 사임은 명백히 아마디네자드의 승리며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핵 프로그램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정권 중기를 넘어서는 아마디네자드 정권은 자신과 더 가까운 `색깔'의 인물을 핵 프로그램의 중심에 세워 거침없는 핵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뜻이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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