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상배기자][자동차 원산지 기준·개성공단 역외가공지 등 놓고 '본게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끝나고 4일 분야별 최종협상 결과가 공개됐다. 하지만 세부 적용기준에 대한 협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를테면 품목별 관세철폐 기간에 대한 원칙적 합의는 이뤄졌지만 원산지 기준, 이행조건 등에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한 탓이다. 이 과정에서 한·미 FTA의 실질적인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동차=원산지 기준 문제가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다. 원산지 기준에 따라 미국에서 생산된 일본차나 유럽차가 관세면제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가 가려지는 까닭이다. 품질경쟁력을 가진 토요타·혼다·BMW 등이 관세 혜택까지 받을 경우 그 파괴력은 미국산 차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대개 원산지를 따지는 기준으로는 △순비용으로 역내 부가가치를 계산하는 '순원가법' △역외 재료비를 빼고 계산하는 '공제법' 등이 쓰인다.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은 순원가법을, 한국은 공제법 사용을 주장했는데 결국 각자 선택해 사용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미국산 차에 대해서는 공제법이 적용돼 미국산 부품 사용비율에 따라 관세 혜택 여부가 판가름난다. 문제는 미국산 부품을 몇% 이상 사용해야 미국산 차로 인정하는가다.
아직 이 기준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정부 내부적으로는 50~60% 안팎을 기준으로 삼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미국에 의견을 물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 답변이 늦어지는 것은 미국계 자동차 '빅3'인 GM·포드·크라이슬러에게 가장 유리한 기준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칫 미국산 토요타·혼다·BMW 등에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어서다. 미국계와 일본계, 유럽계 모두 미국에서 부품 현지조달 비율은 50~80% 수준으로 비슷하다.
만약 한국이 원산지 기준에서 현지부품 비율을 80% 이상으로 잡으면 미국계 자동차까지 관세 혜택에서 제외될 수 있다.
다만 원산지 기준의 현지부품 비율을 60% 정도로 잡을 경우 미국산 토요타·혼다·BMW 중 비인기 차종은 관세면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비인기 차종의 경우 상대적으로 현지부품 비율이 낮은 사례가 많다"고 했다.
◇쇠고기=미국산 '뼈있는 쇠고기'의 수입재개 문제도 변수로 남아 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권고를 존중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방하겠다"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약속한 사안이다.
하지만 농림부의 견해는 약간 다르다. "미국산 뼈있는 쇠고기는 OIE 총회에서 미국이 '광우병 통제국' 판정을 받는지 지켜본 뒤 수입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원산지 문제도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도축국'을 원산지 기준으로 삼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멕시코에 태어난 소도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미국에서 100일 이상만 키우면 미국산 쇠고기로 취급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잠복한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보완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개성공단=개성공단의 원산지 특례 인정문제는 양국간 시각이 엇갈리는 사안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일 대국민 담화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그런 조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양국의 공식 합의는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를 설치하고 △한반도 비핵화 진전 △노동·환경기준 충족 등의 조건을 만족할 경우 역외가공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들 조건에 대한 양국간 눈높이 차이가 이견의 주된 이유다. 한 예로 현재 개성공단의 노동기준은 미국이 생각하는 잣대에 미치지 못한다. "개성공단 근로자가 실제로 임금을 모두 가져가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언급이 단적인 예다.
이밖에 금융분야에서 현지법인 또는 지점 설립을 일부 예외만 빼고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개방키로 한 것도 그 효과를 예단하기 힘든 대목이다. 미리 법령에 예외규정을 두지 않는 한 미국의 어떤 금융사가 한국에 둥지를 틀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지 알 수 없는 탓이다.
이상배기자 p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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