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제를 살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들 하지만 지도자가 생각만 바꾸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스웨덴과 일본은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스웨덴의 중도우파 연정을 이끌고 있는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총리는 올 봄 예산안 심의때 부유세를 폐지하는 안건을 의회에 제출해 올해 안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연립정당의 다른 당수들도 이에 적극 찬성하고 있어 평등국가지향을 위해 스웨덴 부유세는 사라질 가능성이 확실하다.
스웨덴의 부유세는 부의 편중을 바로 잡는다는 명분으로 지난 1932년 이후 9년을 빼고 65년동안 집권했던 사민당의 핵심정책이었다. 미혼자의 경우 150만크로네(약 2억원), 결혼했거나 동거중인 남녀는 300만 크로네를 넘는 순재산에 대해 세금을 물어야 한다. 세율이 올해부터 0.75%(과거 1.5%)로 내리긴 했으나 그로 인한 폐해가 이만저만 큰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무거운 세금 때문에 부자들은 물론 기업가들까지 국내에 투자하기보다는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일에 몰두했다. 그 규모가 연간 2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번 돈을 소비하거나 투자하지 않고 해외로 빼나가니 고용과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경제도 잘 돌아갈리가 없다.
스웨덴정부는 결국 국부유출을 막고 기업투자의욕을 북돋우기 위해서는 부유세를 폐지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반세기 이상 유지해 온 국가정책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복지보다는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스웨덴 정치지도자들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경제활력을 회복하기 위해 수십년동안 고집해 온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한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리더십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고이즈미는 신사참배와 역사왜곡문제 등으로 우리의 심기를 끊임없이 불편하게 한 장본인이지만 그가 추진한 규제혁파조치는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고이즈미는 일본정부가 수십년동안 금과옥조처럼 고집해 온 정책을 과감히 뜯어고쳤다. 일본 경제가 10년불황의 터널을 뚫고 호황가도를 질주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은 그의 과감한 규제개혁에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1949년 대도시의 인구밀집을 막기 위해 도입된 ‘공장 등 제한법’을 2002년에 폐지했다. 53년만의 일이다. 2006년에는 공장의 대도시집중을 막기 위해 공업지역을 재배치하는 근거였던 ‘공장재배치촉진법’도 없앴다. 법을 도입한 지 34년만이다. 내년에는 공장의 녹지면적을 의무화한 ‘공장입지법’(73년 제정)도 바꿔 녹지면적비율을 낮춘다.
이렇게 고이즈미 정부는 2001년 이후 대기업ㆍ노동ㆍ창업 등의 분야에서 총 1,500건의 규제를 완화했다. 규제완화후 일본 경제는 순풍에 돛을 단 듯 쾌속순항하고 있다. 해외에 나갔던 기업들도 속속 국내로 유턴하고 있다. 규제와 비싼 노임 때문에 중국 말레이시아 등으로 나갔던 전자업체는 물론 전형적인 개도국형 산업으로 꼽히는 봉제업체까지 일본으로 돌아오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굳이 여러 말이 필요 없다. 스웨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여유있는 계층들은 국내에서 살기가 몹시 불편해졌다. 평생동안 모은 재산이 집 한 채인 사람조차 단지 집값이 비싸졌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보유세를 물어야 한다. 세금 때문에 먹고 입는 것조차 줄여야 할 처지다. 앞으로 소비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것을 판단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기업가들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사업해 재산을 모아도 너무 높은 세금 때문에 자식에게 대물림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당대에 사업을 정리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해마다 상속ㆍ증여세납부액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오래 가지 않아 일할 직장이 줄어들 것이 뻔하다. 그 뿐인가. 수도권공장입지는 왜 그렇게 까다로운지. 대기업은 대한민국 수도에서 기업할 엄두를 내서는 안된다.
사람과 자본, 물류가 모두 갖춰져 기업하기 좋은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은 국제적인 추세다. 선진국들은 이런 추세를 감안해 수도권 규제를 과감히 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정반대로 가고 있으니 기업의 투자의욕이 살리 만무하다. 기업투자가 일어나지 않으니 생산이 늘리 없을 것이다. 공장이 돌아가지 않으니 고용이 늘어날 리 없을 것이고 소득과 소비가 늘어날 리는 더욱 만무하다.
지난 4년동안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5%)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균 4.2%성장에 그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올해도 아시아개발은행(ADB) 회원국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성장전망치가 지난해보다 낮게 나오는 나라로 꼽혔다. 경제가 위축된 까닭은 여러가지다. 그러나 성장의 파이를 키우지는 않고 복지만능주의에 빠져 분배에만 주력한 탓이 크다.
스웨덴과 일본, 한국의 예는 국가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가지도자들이 국민과 기업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 풀어나갈 때 그 나라는 흥하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은 나라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8개월 후면 국가지도자를 새로 뽑는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최근 “5%의 성장잠재력에 국민의 사기와 희망을 북돋워 1~2%포인트를 추가해 연 6~7%의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다음 국가지도자는 국민의 사기와 희망을 북돋우고 기업활력을 부추길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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