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이어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관방부장관의 군대위안부 관련 `망언'으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 답변 과정에서 군대위안부 문제와 관련, '광의의 강제성'은 있었지만 '협의의 강제성'을 뒷받침할 증언은 없었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시모무라 부장관은 이어 지난 25일 "종군 간호사와 기자는 있었지만 종군위안부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위안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나는 일부 부모들이 딸을 팔았던 것으로 본다"고 강변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이 나온 이후 국제사회는 공분했다.
중국의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은 지난 6일 "일본 정부가 역사적 사실을 시인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베 총리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고 프랭클린 에브달린 필리핀 외무장관 대행 역시 5일 즉각 "이 중요하고도 민감한 사안에 대해 필리핀 국민은 과거 일본 지도자와 관료들이 사과했던 언어와 논조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정부는 6일 정원찬(鄭文燦) 행정원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깊은 유감과 항의의 뜻을 표한다"고 말하고 "일본은 당사자들의 감정을 존중해 인도적 입장에서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 역시 지난 13일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호주에서도 민감한 문제"라고 지적, 정부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일본 측에 신중한 대응을 당부했고 싱가포르의 리셴룽(李顯龍) 총리도 지난 15일 위안부 문제는 "역사적인 사실로, 많은 역사가들이 연구를 통해 충분한 증거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자바 포로 수용소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현재 호주에 거주하는 얀 러프 오헤른(84) 할머니의 모국인 네덜란드도 지난 17일 네덜란드 주재 일본대사를 초치해 일본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도록 요구했다.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장관은 23일 한 토론회에서 "성노예 문제는 인륜에 반하는 것이고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저버리는 행위"라면서 "강제성에 무슨 협의가 있고 광의가 있나"고 아베 총리의 발언을 반박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베 총리의 태도도 바뀌었다. 그는 2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어려움을 겪었던 분들에게 동정을 느끼며 그들이 당시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에 대해 총리로서 지금 당장 사과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당연히 그것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었다. 결정타는 미국이 날렸다.
일본과의 관계를 감안, 위안부 문제는 관련국간 알아서 할 일이란 입장을 보이며 거리를 둬온 미국의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이 26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분명히 일본이 이 문제를 계속 다루길 바라며 저질러진 범죄의 중대성을 인정하는 솔직하고 책임있는 태도로 이에 대처하길 희망한다"고 강조,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짐작케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가 이뤄진 것을 평가한다"면서도 일본 정부의 솔직하고 책임있는 대처를 기대한다는 입장도 함께 표명했다.
일본 고위 관리들의 위안부 관련 발언에 따른 파장이 단 기간내 가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31일부터 제주도서 이틀간 열릴 한일 외무장관회담에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위안부 동원에 대한 일본내 움직임과 관련, 강한 유감의 뜻을 전달하고 일본 지도자들의 신중한 언행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말로 예정된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에서도 위안부 문제는 아베 총리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 의회는 아베 총리가 미국 체류 기간 공식 석상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클 혼다(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은 22일 아베 총리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겠다며 결의안 표결을 "그가 미국에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내에서는 이와 함께 일본이 북핵 6자회담에서는 10여명에 불과한 자국인 납치문제에 강경 대응하면서 정작 일본이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너그럽다는 비난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이 "방향성을 너무 잘못 잡고 있는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dhsuh5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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