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달인' 박해돈 KGB 회장 "택배 성공도 자신"

  • 등록 2007.03.14 10: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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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준식기자][[초일류중기]포장이사 개척한 박해돈 KGB 회장 "종합물류그룹 꿈꿉니다"]

포장이사라는 개념도 없던 시대였다. 1986년 자칭타칭 '이사(移徙)의 달인'으로 불리던 27살의 청년 사업가, 박해돈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며 고민했다.

국내에서는 정식사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이사업을 개척해 사업력을 증명해 보였다. 하지만 시작한지 꼭 8년만에 한계에 도달했다. 시장에는 경쟁자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너도나도 고객들에게 질좋은 이사서비스를 펼치겠다고 보증수표를 날렸다.

"저들은 이미 턱밑까지 쫓아왔는데 나에겐 아직 결정적인 경쟁력의 우위가 없다. 서비스를 철저히 한다고 입소문은 퍼져있지만 차별화할 뭔가가 필요하다."

고민은 끝이 없었다.

그러던 중 한가지 기본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서비스는 끝이 없다. 아무리 이사를 잘해주어도 기존 방식으로 이사를 하다보면 이사 도중 고객의 살림살이 하나쯤에는 흠이 생긴다. 돈을 그대로 받으면서 서비스에만 집중하자니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예 단가를 좀더 놓이더라도 세간을 최대한 하나하나 포장해서 옮기면 어떨까."

◇포장이사의 개척자 = 프리미엄 포장이사의 대표 브랜드 KGB가 탄생한 배경이다. 박해돈 KGB회장은 이 발상을 토대로 1986년 고려통운을 설립했다. 1978년 이사업계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꼭 8년 만에 시장판도를 뒤바꾸고 업계가 새 영역을 개척할 수 있게 한 창조적인 발상이 이렇게 태어났다.

사람들은 당시 고려통운은 몰라도 '출근은 내 집에서, 퇴근은 새 집으로'라는 광고문구는 기억했다. 당시 개발이 막 시작되는 허허벌판이던 강남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도 행운이었다. 80년대 후반, 경제성장률이 최고치를 기록하며 서울지역 곳곳의 부동산이 아파트 등 대단위 주택지구로 개발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이사를 참 많이도 다녔다.

하지만 집을 한두번이라도 직접 옮겨본 사람들이라면 이사의 불편함을 잘 안다. 내 물건들이니 옮겨가는 과정에서 다치면 안되는데, 하나하나 신경쓰자니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다. 이사를 두번 이상하면 잉꼬부부의 금실도 갈라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상황에서 박해돈 회장이 주창한 포장이사라는 개념은 단순히 고객의 물건을 소중히 다룬다는 고품질 서비스를 뛰어넘은 것이었다. 박 회장은 이사를 맡기는 고객이 그 과정에 전혀 참가하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서비스를 꿈꿨다. 무엇보다 이사라는 단어가 주던 심리적인 부담을 고객들이 덜게 해주자는 게 목적이었다. 그리고 이 개념은 대히트를 쳐 오늘날 이사업계의 1위브랜드이자 택배업계의 중견강자, KGB를 만들어 냈다.

◇"이사의 달인이 되겠다" = 사실 성공의 비결을 포장이사라는 창조적인 발상 하나만으로 압축한 것은 드라마틱한 얘기는 될 수 있지만 본질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외연의 성공이 있기까지 도약의 기반이 된 노력들이 무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을 위한 박해돈 회장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다. 맏이에 치이고 막내에 들볶이던 5형제의 셋째, 소년 박해돈은 중학교 진학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밀양을 뛰쳐나왔다. 13살 소년이 대담할 수 있던 것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졸업전 교과서에서 본 '큰 바위 얼굴'을 동네뒷산에서도 발견한 아이는 자신을 이야기 주인공을 삼았다.

서울에서 무일푼이었던 시절, 몸만이라도 어떻게 의지할 곳이 있다면 마다치 않던 그는 건설직업훈련원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빠지지 않았다. 공짜로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배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우직한 믿음이 강했다. 자동차 정비를 배우면 먹고살수는 있다는 조언을 새겨들었다.

그러다 정착하게 된 삼성동 정비소 맞은편에서 이후 30년의 인생을 투신할 천직을 만나게 됐다. 이삿짐센터였다. 주말에 쌈짓돈이나 벌어보자고 시작했던 아르바이트가 '세상'을 알게 해주었다.

사람들은 정말 다양했다. 집안을 꾸며놓은 것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이사를 하다보면 집주인의 성격도 금세 파악됐다. 짐을 나를 때 지켜보는 표정만으로도 집주인이 조급한지 느긋한지, 꼼꼼한지 대충대충인지 알게 됐을 때 비로소 "이 것을 내 업으로 삼아야 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고객의 성향에 따라 만족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라면 1등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30년이 흘러, KGB는 이사업계의 1위 브랜드가 됐다. 국내에서 1년에 이사를 하는 200만 가구 중 KGB는 10% 수준인 20만 가구의 이사를 전담한다.
KGB는 대기업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게릴라식 브랜드 전법을 만들었다. KGB이사는 30평 이상 주택의 포장이사를, 예스2404는 30평 이하 중 단거리 이사를, 예스 2424는 중장거리 이사를 맡는다.


◇"이사 잘하면 택배도 잘한다"이사업계의 최강자, KGB가 2005년 3월 택배업에 진출한 것은 그만큼 물건을 나르는 것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KGB가 택배업을 시작한 것은 이보다 5년 빠른 2000년이다. 당시 이사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회사로 설립한 R택배와 2년후 게릴라식으로 다시 설립한 Y택배 등도 KGB의 일원이었다. 하지만 사람 좋은 박 회장의 인심은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스스로도 인정하듯 빈틈이 있었다.

믿고 맡긴 택배 자회사를 박 회장 밑에서 일을 배운 직원들은 '독립'이라는 명분으로 빼앗아 가버렸다. 하지만 비정함을 느끼면서도 박 회장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최근들어 대기업에 인수되고, 적자에 시달리는 그들이 "KGB와 연계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미 지난일"이라는 단언이다.

대신 재작년부터 시작한 KGB택배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첫해 3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KGB택배는 지난해에는 100% 성장한 600억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0년까지는 현재 대기업들이 점령한 택배시장에서도 물량으로 당당히 맞서겠다는 의지다.

박해돈 회장은 직원들에게 "택배잘하는 회사가 이사를 잘하기는 어렵지만 이사잘하는 회사는 택배를 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까다로운 고객들의 구미를 만족시킨 저력이 있기 때문에 택배도 그만큼 잘할 수 있다는 지론이다. 이삿짐센터에서 시작한 노하우로 생활의 편의를 높이는 물류그룹을 키워낸 인물의 자신감이다.
박준식기자 win0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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