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3월12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일자리 창출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지난 2월 발표했던 ‘근혜노믹스’에 살을 붙여 매년 60만개씩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3대원칙과 7대전략’을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인지라 박 전 대표가 기업에게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주문하고, 특히 청년실업자, 여성, 고령자, 저임금근로자, 영세자영자, 장애인 등을 위한 맞춤법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약속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일자리 전략의 타당성은 그 목표가 아니라 그 방안에 의해 판단된다. 박 전대표의 일자리 방안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명분아래 우리나라 사회경제 토대를 망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서민에 매력적인 상품을 약속하지만 그 실현방안이 없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더 심각한 정책을 내걸어왔던 한나라당식 사업을 다시 선보이고 있다.
나는 박 전 대표의 60만 일자리 전략에서 다음 여섯 가지의 ‘위험한 맹점’을 확인한다. 이는 일자리 정책의 한계와 부작용에 그치지 않고 한국경제와 서민에게 독이 될 것이기에 무척 심각한 것이다. 이에 박 전대표의 일자리 전략에서 확인되는 여섯 가지 맹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비정규직 노동자, 불안정한 일자리가 빠진 일자리 대책의 맹점이다. 박 전 대표는 현재 일자리의 문제를 83만명의 실업자(실업율 3%대), 취업준비생 53만명, 구직단념자 12만명 등 148만명으로 파악한다. 이들에 대한 대책은 매우 시급한 게 사실이며, 일자리 총량의 문제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있는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아울러 파악해야만 제대로 된 일자리 대책이 나올 수 있다. 박 전 대표에게 비정규직 문제, 노동시장의 과도한 유연화 문제 즉 ‘고용의 질’은 빠져있다. 월소득 119만원에 일자리마저 불안한 비정규직노동자가 845만으로 전체 노동자의 55%에 이른다. 박 전 대표는 노동시장에서 차별받는 이 845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어떻게 ‘괜찮은 일자리 노동자’로 전환할 지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둘째, 사회서비스부문 일자리에 대한 인식 부족의 맹점이다. 박 전대표는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는 숫자도 한계가 있고, 재정부담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박대표는 출산, 보육, 장애지원, 요양서비스 등 생애주기별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회가 책임지는 한국사회를 원하지 않는가? 진정 원한다면 최소한 외국만큼은 공공부문이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여야하지 않겠는가?
정부자료를 보면, 2004년 기준 한국의 사회서비스부문 고용은 전체 고용의 12.7%로 OECD 평균 21.7%의 절반에 불과하고 규모로는 약 91만개 일자리가 부족하다. 민주노동당은 앞으로 5년 동안 보육서비스 일자리 약 42만개, 요양서비스 일자리 약 32만개, 장애보조인 18만명 등 사회서비스부문에서만 총 1백만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제안할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기업에게 일자리를 명분으로 온갖 특혜를 베풀기 전에 사회서비스 일자리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
셋째, 기업관계의 비민주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맹점이다. 박 전 대표는 ‘좋은 일자리는 경쟁력 있는 기업만이 제공할 수 있다…. 중소기업에 상속세 과세를 유예하고…. 중소기업 최저한세율을 인하 하겠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현재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핵심 문제가 세금이라고 생각하는가?
2005년 현재 신고법인 333,313개 중 무려 1/3인 109,982개 법인이 한 푼의 이윤(과표소득)도 남기지 못해 과세 대상에 끼지 못하고, 고작 연 1천만원 이하 이윤을 얻은 기업도 140,712개에 달한다. 이 두 집단을 합치면 중소기업의 3/4인 25만개 기업이 실제 법인세와 무관하게 고통을 받고 있다. 지금 중소기업이 진정 고통을 받고 있는 이유는 비민주적인 원하청관계에서 비롯된다. 이제부터라도 중소기업과 공정거래를 하라고 재벌대기업에게 주문하는 것이 박 전대표가 해야 할 일 아닌가?
넷째, 감세효과에 대한 인식 부족의 맹점이다. 박 전 대표는 감세를 통해 일자리 만들기를 유도하겠다며 ‘상속세 과세 유예, 최저한세율 인하, 임시투자세액공제율 인상, 연구 및 인력개발비 세액 공제 확대’ 등을 약속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4년간 한나라당의 막강한 후원아래 노무현정부에서 진행된 감세정책을 면밀히 보기 바란다.
노무현 정부 자신도 인정했듯이 감세가 투자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가설은 미신에 불과하다. 오히려 이를 빌미로 이윤기업들이 감세이익을 독점하여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정부의 재정 세수만 줄어들었을 뿐이다. 기업도 이윤을 올리면 그만큼 세금을 내야하고, 정부는 그것을 재원으로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정도이지 않은가?
다섯째, 한국사회 공공성에 대한 인식 부족의 맹점이다. 박 전 대표는 주장한다. ‘경제특구를 확대하겠다. 수도권 규제를 풀겠다. 출자총액제한을 폐지하겠다, 특목고 설립을 자유화하겠다,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허용 하겠다.’ 그래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발상이다. 과연 그 결과는 무엇일까? 경제특구를 명분으로 국내 사회정책제도가 허물어지고, 수도권에선 환경 훼손, 주거교통난, 경제력 집중화가 심화되고, 재벌대기업의 독과점 경제권력은 강화되며, 돈벌이 학교와 병원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날 것이다. 최소한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 더욱이 사람중심 경제를 내세우는 사람은 알아야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기본 공공성이 지켜져야 된다는 사실을.
여섯째, 노동권과 노사관계제도에 대한 인식 부족의 맹점이다. 지난 2월 박 전 대표는 불법파업을 막으면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가량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모든 것을 성장률로 환원하는 상상력도 그렇지만, 헌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기본권리나 우리나라 노사관계에 대한 편향된 사고가 두렵기조차 했다.
박 전대표가 정말 불법파업을 걱정한다면 노동자의 헌법적 권리인 단체행동이 노사관계법에 의해, 정부의 행정개입에 의해 불법으로 딱지가 붙여지는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 박 전 대표는 왜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정부에게 ‘파업의 불법화’를 조장하는 법제도를 바꾸라고 요구하는 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대다수 일하는 사람들은 노동자다. 노동자의 기본권리를 이해하지 못하고서야 어찌 자본주의사회를 통치하고자 하는가?
일자리 전략에서 확인되듯이 박 전 대표는 하나를 추구하되 여섯이 결핍되어 있는 맹점을 안고 있다. 어제 박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판 대처’를 자임했다. 대처는 전 세계적으로 사회양극화를 안겨준 신자유주의의 추동자였다. 노무현 정부 아래서도 신자유주의가 강화돼 양극화가 심화됐으며 그 결과 일자리문제가 악화됐다. 우리 서민은 ‘인식 결핍’을 안은 지도자, 신자유주의를 강화해 ‘양극화’를 심화시킬 지도자를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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