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은 것은 경험, 잃은 것은 돈]
외환은행 매각 실패는 거래의 당사자였던 국민은행과 론스타, 거래 대상이었던 외환은행, 거래를 지원했던 자문사들까지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다. 이들은 이번 매각작업으로 '경험'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얻었지만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8개월 동안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리딩뱅크'라는 행복한 꿈에 빠져 있던 국민은행은 당장 미리 조달해 뒀던 인수자금 처리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국민은행은 7조원에 달하는 외환은행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올 상반기에 1조9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 5.7%의 높은 이자를 주고 조달한 자금이지만 외환은행 매각협상이 성사되면 곧바로 론스타에게 건네야 하기 때문에 국민은행은 이 자금을 수익성이 낮은 유가증권에 운용, 역마진을 감수해 왔다. 덕분에 국민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0.04~0.05%p 하락하고 BIS비율이 15%에 달할 정도로 자본금이 무거워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왔다.
물론 만기는 아직 5년 정도 남아 있지만 금융감독당국의 승인을 받는다면 조기상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자금상황에 따라 (조기상환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조기상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자산으로 운용처를 변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매각작업을 도왔던 국민은행과 론스타펀드의 자문사들도 당장 타격을 입었다. 재정자문사(회계법인), 법률자문사(법무법인)들과 달리 통상 IB(투자은행)들은 거래의 성공 여부에 따라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기본 수수료를 일부 받기도 하지만 소액에 불과하다"며 "거래 성공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면 거래가 성공하지 못한 이상 수수료는 한푼도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매각처럼 규모가 큰 거래일 경우에는 전체 거래금액의 0.5~1.0% 정도를 성공보수로 책정한다는 점에서 국민은행의 자문사였던 메릴린치와 삼성증권, 론스타의 자문사였던 씨티그룹 등은 최소 수백억원의 수익이 한순간에 날아간 셈이다.
계약을 파기시킨 장본인, 론스타에게도 깊은 상처가 남았다. 당장 4조원에 달하는 매각이익 실현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하는 경제적 손실도 문제지만 투기자본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져 앞으로의 투자활동에도 지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피해자는 외환은행이다. 장기간 계속된 매각작업 때문에 직원들의 영업력이 떨어졌고 경영진과 직원들간 갈등도 깊어졌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당장 어수선했던 조직을 추스려 영업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매각계약의 파기됐다고 투쟁을 멈추지는 않겠다고 밝혀 노조와 경영진과의 갈등이 쉽게 수습되기도 힘든 상황이다. 김지성 노조 위원장은 "매각중단 투쟁은 마감됐지만 대주주 지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한 3단계 투쟁을 곧바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영업력과 내부조직을 다시 강화해 영업에 매진할 것"이라는 현 경영진의 노력이 직원들에게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김진형기자 j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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