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반대있다니까!"..롯데의 날치기주총?

  • 등록 2007.03.09 1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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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백진엽기자][소액주주 반대의견 무시...일사천리(?) 진행으로 모든 안건 통과]

"주식공개 이후 처음 열리는 주주총회…"

9일 열린 롯데쇼핑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철우 대표이사가 꺼낸 첫 말이다. 이 말처럼 롯데쇼핑의 주총은 진행과정이나 절차 등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의안결의에 있어서는 어느 회사보다도 더 프로다움(?)을 과시했다.

롯데쇼핑의 주총의 조용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주총 전부터 어느 정도 짐작돼 왔다. 공모 이후 한번도 공모가를 넘지 못하는 주가로 인해. 특히 경쟁사인 신세계의 주가와 비교하면 너무도 초라해 보이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다 보니 주총에서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가능성은 높았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롯데쇼핑은 장소섭외부터 고수들이 주로 애용하는 '외진 곳 선택'이라는 수를 택했다. 접근성이 좋은 시내의 본사나 다른 건물들을 피하고 영등포구에 있는 롯데마트 영등포점에서 주총을 개최한 것. 회사측은 "본사 등에는 많은 주주들을 수용할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고 해명하지만 주주들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한 변명으로 들렸다.

롯데쇼핑의 프로다움은 의안 결의 때 본격적으로 발휘됐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2006년 대차대조표 등 사업보고서 승인, 신격호 회장의 이사 재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 3개였다.

첫번째로 이 사장이 사업보고서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 후, 한 주주가 발언권을 얻어 동의를 했다. 여기까지는 여느 주총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뒤에 있던(자리가 없어서 주로 뒤에 서 있던) 주주들 위주로 이의가 제기됐다. 공모가 이하의 주가로 인해 손해를 본 주주입장에서 안건을 승인해 줄 수 없다는 것.

주총장 뒷부분 여기저기서 "안건 하나도 승인할 수 없다" "이의있다" "반대다" "발언권을 달라"는 고함이 빗발쳤다. 반면 앞부분에서는 동의가 있고 재청하니까 빨리 통과시키고 다음 안건을 진행하자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이 사장은 반대쪽에는 발언권을 주지 않고 "동의와 재청이 있기 때문에 1호의안을 통과시킨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그러자 주주들의 반발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해외 주식예탁증서(GDR)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주주를 대리해서 참석한 증권예탁결제원 관계자도 외국인 주주 중 반대하는 주주가 있다고 발언권을 달라고 했지만 무시됐다.

하지만 1호의안 통과 이후 이 사장 뒤에 앉아 있던 한 임원이 이 사장에게 귓속말을 하자 그때서야 이 사장은 증권예탁결제원 관계자에게 발언권을 줬고, 이 관계자는 "시티에서 1호의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했고, 2호의안인 이사선임의 건에 대해서도 반대한 외국인 주주가 있으니 주총 의사록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날 법률고문으로 참석한 김&장법무법인의 이원복 변호사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주총의사록에 표기하겠다"고 답했다.

2호의안인 신격호 회장의 이사 재선임 건에 대해서는 주주들과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이 사장은 안건을 설명한 후 박수로 통과시키자고 제의했고, 이에 한 주주가 일어나 "오늘의 롯데그룹을 있게한 분", "청운의 뜻을 품고" 등의 형용사를 동원하며 이 사장의 제안에 맞장구쳤다.

이러자 뒤에서는 "아직도 총회꾼이 있느냐, 지금이 어떤 시절인데"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등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이 사장은 한두차례 "조용히 하세요"를 말한 뒤 결국 박수를 유도해 이사 재선임 건도 통과시켰다.

마지막 안건인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에 이르자 그동안 반대를 외치던 주주들도 지쳐서인지, 아니면 소리를 높여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서인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처럼 많은 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가지 안건을 20여분만에 빠르게 통과시킨 이 사장과 롯데쇼핑 관계자들은 주총 폐회선언을 하자마자 이사회가 있다며 빠르게 주총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롯데쇼핑 주총은 이 사장의 프로급 운영(?)으로 1시간도 걸리지 않아 모든 안건이 통과되기는 했다. 하지만 주총장을 빠져나가는 불만에 가득찬 소액주주의 표정에서 현재의 롯데쇼핑 주가가 공모가조차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진엽기자 jy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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