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룰은 공정해야 한다. 심판의 판정도 어느 한 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규정도 단순해야 한다. 규정이 복잡하면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룰이 공정하지 못하고 판정도 심판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면 그 게임은 재미가 없다. 재미가 없는 게임은 흥행에 성공할 수 없다. 결국 도태되기 마련이다.
이런 게임의 룰을 우리 경제에 한번 대입해 보자. 게임의 상대는 외국인(외국기업)이다. 국내기업은 과연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기업인들의 대답은 “아니오”다. 국내 대기업은 수도권에 공장을 지으려고 하면 일단 어렵다. 조건도 매우 까다롭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이천공장을 증설하지 못하고 비수도권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 것도 국내기업이라는 핸디캡이 크게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외국기업은 수도권 규제에 걸리지 않는다. LG필립스반도체는 같은 수도권에 공장을 지었지만 외국기업과 합작했기 때문에 규제를 넘어갈 수 있었다. 국내기업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얘기는 이래서 나온다.
제조업만 그러는 게 아니다. 금융산업도 국내기업만 유독 차별을 당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으면 언제나 당국에 불려가는 것은 국내은행들 뿐이다. 외국계 은행들은 금융감독당국의 간섭으로부터 자유스럽다. 불러도 안 들어가면 그만이다. 그러나 국내은행들은 안 들어갔다가는 나중에 무슨 봉변을 당할 지 모른다. 이른바 행정지도를 받는다. 행정지도는 은행수익과는 정반대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국내은행들이 외국계은행과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그렇다고 문제가 불거지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경영권방어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분을 해외에 대거 매각한 결과 소유지배구조가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약점을 이용해 외국투기자본들은 경영권을 쥐고 흔들어 해마다 수조원의 돈을 빼내가고 있다. 선진국들은 중요한 자국산업이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 서 여러 경영권방어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우리는 기업들이 나설 수 밖에 없다.
제대로 된 나라치고 자기나라 기업과 백성을 홀대하는 나라는 없다. 외국인에 대해서는 할 말을 제대로 못하고 내국인에 대해서만 시시콜콜 간섭해서는 곤란하다. 손과 발을 묶어 놓고 게임을 잘 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요즘 한국 경제가 재미없는 것은 바로 이런 역차별적인 관행과 규정 때문이다. 공정하지 못한 룰과 판정에 실망한 많은 기업들이 나라밖으로 빠져나갔다. 한국 경제가 재미있는 게임을 하려면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을 과감히 없애야 한다. 차기 대선 후보들은 내외국인(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해 재미있는 경제게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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