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강기택기자]"박용성 전 회장이 ICC(국제상공회의소) 회장을 했습니다. 앞으로 100년 내에 한국인 중에서 ICC 회장 안 나옵니다. UN 사무총장이 앞으로 100년 내에 한국에서 나오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 경험을 활용해야 합니다"
지난달 22일 두산그룹 홍보실 김진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김 사장은 이날 박 전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등기이사 선임과 관련해 "대주주는 해외 M&A 등 글로벌 경영의 큰 그림만 그릴 뿐"이라며 '등기이사 선임=오너체제로의 회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 전 회장의 경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주력하느라 7월 4일까지 국내에 거의 없을 것"이라며 "68세 되는 분이 혼자, 장기간 외국을 다니는 것이 쉽지 않다"고도 말했다. 그만큼 국가를 위해 스포츠외교에 올인하고 있는 충정을 이해해 달라는 것이었다.
김 사장이 이처럼 오너 일가의 등기이사 선임에 대해 설득도 하고 양해도 구하며 여론정지 작업을 벌였지만 두산그룹을 보는 여론이 그리 곱지는 않다. 법적 사면이 도덕적 사면은 아니며 등기이사 선임은 퇴진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는 논리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사익추구를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영진이 퇴출당하는 관례를 확립하겠다"며 의결권 대리행사 등 등기이사 선임 저지를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두산그룹 역시 이 같은 정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와는 달리 오너 일가의 등기이사 선임 포기는 없을 것이라는 점도 두산그룹은 분명히 하고 있다. 도덕적 명분을 따지기에는 글로벌 경쟁이 너무 냉혹하다는 것이다.
실제 두산 오너들이 등기이사가 되든 안 되든 간에 계속 자신들의 역할을 하려고 들 것이므로 '등기이사 선임'은 일종의 상징투쟁일 뿐 실질적인 의미는 없어 보인다. 지분구조상 시민단체가 등기이사 선임을 막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두산그룹은 오너들의 등기이사 추천 이후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경제에 이바지하겠다고 했다. 정녕 그렇게 하고자 한다면 '미스터 쓴소리' 박 전 회장을 비롯한 두산 오너들이 최근에 쏟아져 나온 세상의 '쓴소리'를 주총 이후에도 두고 두고 새겨 둬야 할 것 같다. 쓰되 좋은 약일 것이므로.
강기택기자 ace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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