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지난 26일 구속된 장민호 씨의 자택 및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메모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 메모에는 같은 날 체포된 최기영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의 이름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의원 보좌관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6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안당국은 또 장씨가 과거 학생운동권 출신 386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해왔던 점을 중시, 메모에 적힌 이들을 중심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공안당국은 장씨가 작성한 메모가 이번 수사를 진행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단서라고 보고 압수수색 및 체포영장에도 이 메모의 존재를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메모에 이름이 적혀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공안 사범'으로 몰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씨도 "메모에 적힌 인사들은 접촉 대상일 뿐 간첩 활동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장씨가 일방적으로 이름을 적어 넣었을 가능성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선 검찰은 장씨와 함께 북한 공작원을 만난 혐의를 받고 있는 손 모씨에게 민주노동당 관련 정보를 장 씨에게 전달했는지와, 최 사무부총장과 관련된 보고를 장씨에게 전달했는지를 추궁했다.
이는 메모 말고도 손 씨가 뭔가 장 씨를 위해 활동을 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물증을 공안당국이 이미 확보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향후 공안당국의 발표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장씨는 1989년과 98년, 99년 등 최소 세 차례 북한을 다녀 왔다. 장씨는 89년~93년 사이 대남공작 부서에서 밀봉교육을 받고 김일성 부자에게 충성 서약을 한 뒤 조선노동당에 입당했다.
장 씨는 이때부터 10여 년 간 한국과 미국, 중국, 북한을 넘나들며 국내 기밀을 북측에 유출해 왔다는 게 공안당국의 설명이다. 장씨는 1981년 성균관대에 입학했다가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가 미군에 입대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이번 수사의 핵심으로 민주노동당 간부 2명을 중시하고 있다. 당 사무부총장 최기영 씨와 전 중앙위원 이정훈 씨가 그들이다.
공안당국은, 이들이 청와대와 여권에 포진한 핵심 인사들과 폭넓은 인맥을 맺어 왔고, 이들을 통해 각종 고급 정보들이 북으로 새나갔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간첩 혐의로 구속된 장민호씨의 메모에 옛 여당 의원 보좌관 등 이른바 '3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적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열린우리당 소속 386 정치인들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 386 정치인들은 공안 당국이 사건의 실체를 조속히 밝혀 386 전체에게 덧씌워진 '누명'을 벗어야 한다며 조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주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수사 초기단계라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체포되거나 구속된 이들도 전대협 세대와 교분도 없어 정치권에 깊숙이 관여할 만한 이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 역시 "지금은 공안당국의 타겟이 민주노동당이지만, 386 정치권 전체로의 확대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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