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기후변화' 문제 공론화할 때">

  • 등록 2007.03.04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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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EU.캐나다 공관장들 좌담회서 한 목소리로 강조

(서울=연합뉴스) 서동희 기자 = "온실가스 감축 논의에서 종전처럼 감축 의무를 회피하는 것에는 한계가 따를 것입니다. 우리도 이제 국력이 커진 만큼 거기에 상응하는 국제적인 '도덕적 책무'를 감당할 시점이 왔습니다."
조창범 주호주대사, 정우성 주유럽연합(EU) 대표부 대사와 신길수 주몬트리올 총영사 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대사는 급변하는 국제사회 내 기후변화 대처 움직임을 감안, 온실가스 감축의 공론화 필요성과 시급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2007년도 재외공관장 회의에 참석차 일시 귀국했던 이들은 최근 시내 프라자 호텔에서 좌담회를 열어 "'환경외교' 역량 강화를 위해 국내적으로 일관성 있게 환경친화적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병욱 엘지 환경연구원장의 사회로 이뤄진 좌담회에서 대사들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한 각국의 인식 ▲이를 기반으로 한 국제사회 내 논의 동향 ▲한국의 입장에 대한 각국 정부의 인식을 주재국 현지에서 느낀 그대로 생생하게 전했다.
좌담회 시작에 앞서 이 원장은 호주, EU 및 캐나다의 선정 배경과 관련, "EU는 선도자로서, 캐나다는 기후변화 협약 당사자이지만 최근 입장을 선회한 경우로, 그리고 호주는 협약 당사국이지만 교토의정서 비준을 하지 않은 나라로서 모두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둘러싼 각국의 인식은 상당히 높았다.
조 주호주대사는 "호주는 지리적 여건상 오존에 직접 노출돼 피부암 발병률이 가장 높고 최근 5년간 가뭄이 잇달아 하천의 바닥이 마르고 큰 산불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면서 "시민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최근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전반적인 인식이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조 대사는 이어 "호주 대륙을 관통하는 머레이-달링 강과 관련해 그간 각 주(州)별로 관리하던 것을 연방정부로 일원화하고 100억달러(호주)를 예산으로 책정하는 등 수자원 절약을 위해 강도높은 조치를 취하고 있어 국민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고 오는 10월 총선에서 국내 정치적 쟁점으로 크게 대두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 EU 대표부 대사는 EU가 "'인류의 당면한 환경 현안'이라는 시각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여론을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EU는 교토의정서에 따라 1990년 대비 8% 감축 목표를 갖고 있고 최근에는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0%를 자체적으로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정 대사는 EU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다른 나라들이 참여하면 30% 선까지도 줄일 용의를 밝혔다면서 "실제로 발전소와 같이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곳 1만1천500개를 지정해 실천에 들어간 상태"라고 소개했다.
선진국에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과한 교토의정서 가입국인 캐나다에 대해 신 총영사는 "지난 해 보수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토의정서 상의 의무 부담 대신 장기적.자발적 감축을 강조하는 아.태 파트너십(APP)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최근 캐나다에서 타르 모래(Oil Sand) 산업에 경제성이 생기면서 급격히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총영사는 이어 "캐나다는 영토 일부가 북극권이라는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부터 심각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초기단계부터 전 국가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면서 "시민사회가 높은 관심을 갖고 정부에 대해 항상 적극적으로 문제에 대처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해당국 산업계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조 대사는 "호주는 기후변화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동 대처'라는 대원칙에는 공감하나 국내산업의 경쟁력 유지라는 또 다른 목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방법을 놓고 고민 중"이라며 "풍부한 천연자원을 수출하는 호주에서는 산업계 압력이 상당해서 국내산업의 보호 차원에서 아직 법적인 의무를 질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또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등 실질적인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고 그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바른 길이라고 호주 정부와 학계는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정 대사는 "일부 산업계와 산업정책 담당 부서에서 국가별 온실가스 할당제에 따른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 대책'이나 '항공부문의 배출권 거래제' 편입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 대사는 그러나 "환경 문제가 인류의 당면한 문제이기 때문에 급진적인 정책들이 제안.채택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며 산업계의 입장보다는 '대처해야 한다'는 쪽에 힘이 더 실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당연히 참석해야 한다고 보고 (EU가)그런 압력을 넣고 있다"면서 "최근 EU는 선진국, 개도국도 아닌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된 개도국' 이라는 제 3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공식 문건에서 널리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사는 또 "최근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는 등 미국 내 여론 변화에 따라 미국도 2012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하게 되면 EU는 미국과 같이 보조를 맞춰 개도국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 압력 을 넣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논의 동향과 관련, 한국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청정개발 기술을 개도국에 이전할 의무까지 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전략과 관련, 신 총영사는 "정부는 기후변화협약 체제와 APP를 환경 외교 영역에서의 양대 축으로 삼고 있으며 두 축에 균등하게 참여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조 대사는 "APP는 교토체제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적인 기능을 한다고 본다"면서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 개발 및 이에 대한 투자가 활발한 호주의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사는 "한국은 이미 온실가스 배출가스 순위로 세계 11위"라고 지적하고 "국력에 상응하는 국제적인 '도덕적 책무'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감당하기 위해 제 3의 길을 모색하고 선진국과 개도국간 교량 역할을 해서 범세계적인 `21세기 중요한 도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총영사는 "교토 의정서 불참은 미국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대표적인 사례로 분석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한국이 이 문제를 피해가기보다는 국제적.전지구적 환경보호 노력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욱 원장은 "한국이 그간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아 법적인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이고 개도국에 대한 청정개발기술 이전 의무까지 지게 될 가능성이 있어 대책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2012년이면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체제가 형성된다"고 소개하고 "유엔환경계획(UNEP)측이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기후변화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하는 등 올해는 이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국제사회에서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dhsuh5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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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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