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예전의 포항공대) 수석졸업생이 서울대 의대로 편입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과학고를 2년 만에 조기졸업하고 포스텍에 수석입학했으며, 대학 4년간 평점이 4.15점(4.3점 만점)을 얻을 정도로 전도양양했던 젊은 과학도가 의대로 진로를 바꾸었다는 것은 이공계는 꿈을 키우기가 어렵다는 것을 웅변한다. 그 학생은 “이공계 박사를 따도 미래가 불안한 현실이 답답했다” 취업하면 설거지나 한다“며 이공계에는 비전이 없음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소위 잘 나간다는 과학도마저 이렇게 꿈을 접을 정도이니 그 보다 못한 경우는 오죽 하겠는가.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고 10년 가까운 고생 끝에 박사학위를 따도 자리 잡을 곳이 없고 밥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이공계의 현실은 비참하다. 지난 1997~98년 두 해동안 정부출연연구소와 기업체 연구소에서 구조조정을 당한 연구인력만 1만여명이 넘는다. 자연계 석-박사학위 졸업자의 실업률은 1997년 9.8%에서 2003년에는 16.6%로 뛰었다. 선배들의 이런 모습을 지켜 본 젊은 과학도들이 꿈보다는 밥을 찾아 떠나는 것은 당연하다.
요즘 우리 경제의 최대화두는 10년, 20년 후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국민소득 1인당 2만달러를 넘어 3만달러로 도약하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업을 육성하고 지식기반산업을 확충해야 한다는 둥 여러 대안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성장동력은 이공계 종사자, 과학도들에 의해 창출된다. 천문학적인 기업가치와 수조원의 이익, 수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같은 회사는 이공계 출신들이 일궈냈다. 인류를 더욱 편하고 풍요롭게 한 산업혁명의 선두에는 언제나 예외없이 과학도들이 있었다.
우리 경제가 10위권에서 한 자리권으로 진입하려면 독자적인 기술과 우리만의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우수한 과학도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중국과 인도 등 새로운 경제강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나라들의 공통된 특징은 이공계인력을 집중적으로 키워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는 해외에 나갔던 우수인재들이 속속 귀국해 국내에 창업하는 바람에 일자리와 소비가 늘어 경제가 날개를 달고 있다. 중국은 자국인력의 육성으로도 모자라 미국에서 우수인재를 초빙해 연구인력과 연구실을 통째로 지원하기까지 하고 있다.
우리도 인재는 무궁무진하다. 과학 수학 화학올림피아드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은 상위입상을 휩쓸고 있지 않은가. 과학도들이 장래에 대한 걱정없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하면 된다. 외환위기 때 대거 정리했던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인력부터 확충해야 한다. 민간기업들도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멀리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과학도의 육성에 대한 정부의 시각도 시장원리에 맞게 경쟁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수요를 감안하지 않고 마구 쏟아내는 교육은 문제가 많다. 정부 예산의 지원방식도 정보기술 등 분야별보다는 해당연구자에게 투자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부, 기업, 국민 모두 과학기술없이 선진국 진입은 어렵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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