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오상헌기자]
한나라당 대선 후보간 '검증' 공방의 열기가 여의도를 뜨겁게 달군 지난 15일. 평온하던 국회 브리핑룸이 오후 5시를 조금 넘어서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경선준비위원회의 이사철 대변인이 A4용지 1000장 분량의 두툼한 문건을 들고 브리핑룸으로 들어서면서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문건이 이른바 '이명박 X파일'임을 직감한 취재기자들의 눈길은 이 대변인의 입에 멈춰섰다.
잠시 후 이 대변인이 입을 열었다. "오늘 제출받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 검증자료는 1996년 선거법 위반 당시의 신문기사와 판결문이 전부입니다." "이미 수사가 종료되고 유죄판결이 확정된 것이므로 검증절차를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브리핑룸에는 실망섞인 한숨과 탄성으로 가득했다. "이게 다야?" "어이가 없네"란 말이 기자의 귓전을 때렸다. 누군가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희대의 사기극이네"라는 반응도 토해냈다.
경준위의 맹형규 부위원장은 심지어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疋·태산이 떠들썩할 정도로 시끄러웠는데 잡고 보니 쥐새끼 한 마리)이란 고사성어를 인용하기까지 했다.모두들 허탈함에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해프닝(?)'을 지켜본 기자의 머릿속은 내내 복잡했다. 이날의 한바탕 촌극이 정치권의 불법행위에 어느덧 무감각해진 우리 자화상을 드러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전시장은 선거법 위반으로 죄값을 톡톡히 치렀다. 당시 의원직을 사퇴했고 틈날 때마다 "일생 최대 과오"라며 진심어린 반성의 뜻도 수차례 밝혔다.
그럼에도 '선거법 위반' 전력을 하찮은 '흠'으로 보는 일반의 인식은 개운치 않다. '새로운 것'은 없었다지만 과거 잘못이 다시 한번 들춰졌다면 머리부터 숙이는 게 우리가 바라는 '나라 지도자'는 아닐까.
이 사건은 불과 하루만에 이 전 시장의 비서관 출신 인사가 당시 위증 등을 폭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오상헌기자 bbo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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