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권성희기자]노무현 대통령이 설 연휴가 시작되는 지난 17일 청와대브리핑에 '대한민국 진보,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진보진영에 대해 교조적인 태도를 버리고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9일 "참여정부가 실정(失政)해서 보수진영에 정권을 내주게 생겼다는 진보진영 내부의 비판에 대해 정리하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에서 글을 쓰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진보진영에서 세미나가 많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참여정부 때문에 전체 진보진영이 비난을 당하고 한나라당에 정권을 바치게 됐다'는 비판이 단골메뉴로 올랐다"며 "이런 비판이 정설로 굳어져가고 있는데 대해 좌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실 참여정부가 정치, 경제적으로 몰매 맞을 정도로 잘못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양극화, 부동산, 청년실업은 대통령도 가장 가슴 아파하는 3가지인데 이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진입할 때 다른 선진국에서도 나타났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참여정부가 공교롭게도 시기적으로 과도기에 걸린 것뿐인데 이를 두고 이념 성향의 얼치기 386들이 실정했다고 치부하는데 대해 야속함이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국정운영 지지도, 대통령 지지도가 20% 이하로 내려간 것으로 계속 나오는데, 어떤 자리에서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때 지지자들이 대통령을 옹호하고 변명할만한 거리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라며 "대통령의 이번 글은 그 부분에 대한 준거틀을 제공해준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진보진영 내부 논쟁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특히 대다수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은 물론 별다른 관심도 없는 진보진영 내부 논쟁에 대해 대통령이 민족의 명절인 설날 연휴 첫날 직접 나서 비판한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노 대통령은 글 말미에 "진보진영의 논쟁이 서로가 책임을 다하는 범위 안에서 애정과 이해를 가지고 냉정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며 진보진영 내부 논쟁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기까지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 문제는 진보진영 내부의 담론이 되고 있어 결코 협소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대선 때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지지했던 그룹 말고 여러 상황 판단과 학문적 토대를 가지고 지지했던 그룹들에게 노 대통령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진보진영이 대표적으로 비판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이라크 파병인데 노 대통령은 이 문제도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지지그룹으로부터 비난 당하는 것을 감수하면까지 추진했다"며 "일종의 구국의 결단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이 설 연휴 첫날 대다수 국민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진보진영 내부의 논쟁을 의제화, 공식화시킨 것이 적절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유구무언"이라고만 답했다.
노 대통령의 진보진영 비판에 대해 반박이 나오면 재반박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반응에 따라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에서 할 수도 있고 청와대브리핑을 통해서 할 수도 있다"고 말해 진보진영 내부 논쟁에 대해 적극 개입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권성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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