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어수선하지만 지방을 보면 희망의 빛이 보인다. 물론 일부 자치단체장이나 의원들이 눈쌀 찌푸려지는 일을 벌여 “아직도 멀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살기 좋은 고장을 만들기 위해 지자체들이 기울이는 노력들을 보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는 믿음이 생긴다.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어떤 정책들은 혁신을 강조하는 중앙정부가 한 수 배워야 할 정도로 참신하고 기발하다.
^울산시는 공무원의 철밥통깨기실험에 들어갔다. 업무성적이 떨어지는 공무원을 몇 명 골라 1년 동안 교통량을 조사하거나 쓰레기청소 등을 하도록 하고 있다. 아마 건국 이래 처음일 것으로 보이는 울산시의 이 같은 인사혁명의 후폭풍은 엄청나다. 우선 울산시청 각 사무실의 근무태도가 확 달라졌다. 점심 때 낮술 한잔 걸치던 것은 물론 민원이 들어오면 앞다투어 나선다고 한다. 다른 지자체들도 “우리도 한 수 배우자”며 울산시의 지도를 부탁하고 있다. 유사 이래 처음일 것 같은 울산시의 공무원 철밥통깨기가 울산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이다. 중앙부처에는 뚜렷한 보직이 없어 떠도는 소위 ‘인공위성’들이 많다. 울산시의 인사혁명은 곧 북상할 것이다. 일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공무원을 많이 뽑아 온 참여정부도 울산시에 가서 한 수 배웠으면 한다.
^날로 심해지고 있는 저출산ㆍ고령화해법도 지방에 가면 그 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경남 함안군은 재작년부터 셋째 아이를 낳으면 500만원의 장려금을 주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액수다. 2년이 지난 지금 함안군의 인구는 6만43,916명으로 1년만에 2,540명이 늘었다. 함안군은 작년 9월까지만 하더라도 거창군ㆍ창녕군에 이어 세번째였다. 그러나 이 같은 출산장려책에 힘입어 경상남도 10개군에서는 1위로 올라섰다고 한다. 정책적 구호보다는 주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게 무엇인가를 간파한 함안군의 지혜가 엿보이는 사례다. 함안군 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들도 인구를 늘리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벌이고 있다. 임산부가 출산하다 사망하면 3,000만원의 아기보험을 대신 내주는 경북 성주군, 민간인 20명으로 인구증대추진위원회를 만든 경남 남해군, 출산아이에 대해서는 5살까지 단체보험료를 지급하는 인천 옹진군 등등 산아촉진을 위한 지자체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인력의 지방이전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도 지자체를 보면 해법이 나온다. 전북 진안군은 승진시 군내 거주자를 우선시하고 다른 지역에 사는 직원들을 승진에서 배제했다. 그 파장은 즉각 나타났다. 승진에서 탈락한 직원들이 곧바로 주소지를 옮겼다. 물론 지난 달 추가승진자 명단에 올랐다. 전북 장수군은 지역에 거주하는 공무원에게 근무평점 가산점을 주고, 전남 담양군은 공무원이 주민등록을 옮기거나 이사하면 승진시 혜택을 부여하는 식으로 사람을 모으고 있다. 행정복합도시로 출근하는 공무원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KTX요금을 할인해 주는 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중앙부처의 발상과는 대조적이다.
^참여정부는 요즘 며칠이 멀다 하고 굵직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임대주택공급확대정책, 2년 일찍 일하고 5년 더 늦게 퇴직하는 정책, 기업들의 지방이전촉진정책 등 비전과 희망을 을 담을 전략들이다. 그러나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국민들의 바람은 그렇게 먼 데 있지 않다. 지자체들처럼 작지만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원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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