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채원배기자][-부동산시장 '랜덤워크 시대'<3·끝>-]
"부동산거래소시장을 만들 생각까지 했다. 시장이 왜곡돼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수 밖에 없다."(정부 관계자)
"부동산대책으로 포장된 부동산정치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정부가 시장을 때려 잡겠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시장 왜곡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건설업체 임원)
두 사람 모두 시장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지만 생각은 정반대다. 부동산시장이 망가진데 대해 서로 네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시장은 있지만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시장. 부동산 랜덤워크 시대의 현 주소다.
지난해 '11·15대책'이전에는 순식간에 수억원이 올랐다가 올들어서는 다시 억대가 빠지고 있다. '억'(億)'때문에 억장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강남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동안 강남 인기지역의 경우 매수를 희망하는 사람이 10명만 있어도 집값이 며칠 사이에 수억원이 올랐다"며 "반대로 팔겠다는 사람이 지금처럼 10명만 있어도 억대가 빠진 급매물이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10명만 움직여도 그 지역의 집값이 수억원 왔다 갔다 한다는 것.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건설업체와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중개업소, 아파트 부녀회 등 시장 관계자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시장 교란행위로 시장 매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게 됐다는 것.
반면 시장 사람들은 "부동산시장을 인정하지 않고 냉온탕식 정책을 쏟아낸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참여정부의 '1·31대책'까지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대책은 50건, 이 가운데 32건은 투기억제, 18건은 건설 및 부동산경기 활성화가 목적이었다.부동산대책이 냉탕과 온탕을 오간 셈이다. 경기가 침체국면일 때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고,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 투기억제책을 내놓았던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지난 2004년7월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을 제외하고는 부동산 대책이 모두 규제 일변도였다. 하지만 '부동산정책의 완결판'이라고 강조했던 8·31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불패 신화는 지난해 10월까지 계속됐다.
참여정부는 다른 역대 정부와 달리 냉.온탕 정책이 아닌 일관된 부동산대책을 추진했다고 자랑(?)하고 있으나 시장 왜곡만 더 심화시켰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집부자와 무주택자' '강남 대 비강남' 등 대립 구도의 부동산정치만 했다고 비판한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강화' '분양원가공개 및 분양가상한제' '투기지역내 주택담보대출 1인당1건 제한' 등 참여정부는 취할 수 있는 규제를 모두 다 내놓았다. 규제완화 및 개방을 외치면서도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의 강도를 높였다.
하지만 시장 원리에 어긋난 대책은 불확실성만 더 키웠고, '갈지'(之)자 집값을 낳았다.
부동산시장의 랜덤워크가 계속된다면 집값의 급등과 급락이 반복될 수 밖에 없고, 이는 앞으로 우리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등 부동산시장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부동산시장을 살리면서 문제가 있는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부동산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부동산시장을 살리지 않으면 집값은 앞으로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밖에 없다"며 "현재 기존주택의 거래는 양도세 강화로 막혀 있고, 신규주택 공급은 분양가상한제 및 원가공개로 막혀 있는데, 부동산거래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무조건 규제를 하기보다는 시장이 원하는 지역에 공급물량을 늘려주면서 수급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며 "정부는 민간의 보충역할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체의 고위관계자도 "정부가 강도높은 규제를 계속 내놓으면 집값이 단기적으로는 안정되겠지만 시장을 외면한 대책은 가격 결정 구조를 왜곡, 부작용을 낳을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자원의 희소성이 부각될 수 밖에 없는 부동산시장. 하지만 그 속에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시장을 때려 잡기 보다 우선적으로 시장을 살려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관치의 대명사였던 금융시장이 시장 중심으로 바뀌면서 한층 성숙해졌다는 점을 정부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채원배기자 cw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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