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진우기자][운신 폭 좁아 리더십 한계..'현장 경영자'역할 위축 불가피]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지나간 일들을 깊이 성찰하면서 지금까지의 경영을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5월 임직원들에게 보낸 '옥중서신'에서 영어의 몸이 된 자신의 처지를 '멈춤과 고난의 시기'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일한 나머지 각계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못한 점이 많았다"며 "현대차그룹이 새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겠다"는 반성과 다짐을 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이후 법원의 보석결정으로 두 달 여간의 수감생활에서 벗어나 사실상 경영에 복귀한 이후에도 과거와 같은 특유의 'MK식 리더십'을 발휘하진 못했다.
구속에서 벗어나면서 '멈춤'의 시기는 벗어났지만 '고난'의 세월은 그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법원의 최종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경영행보는 (여러 오해가 있을 수 있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작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정 회장의 본격적인 경영행보는 법원의 선고공판 이후가 진짜 시작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그러나 법원이 5일 그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함에 따라 앞으로도 상당기간 'MK 리더십'의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정 회장은 단순한 '오너'가 아니라 경영현장과 의사결정을 관장하는 '현장 경영자'라는 점에서 법원의 이번 판결은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지만 그룹이 환율과 유가 등 대외악재와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노조 문제 등으로 글로벌 전쟁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더욱 부담이 크다.
그룹 안팎에서는 당초 정 회장이 집행유예 등을 선고 받으면 조만간 임원인사 등을 통해 분위기를 다잡는데 이어 올들어 첫 해외 현장경영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영을 본격 재개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아울러 보다 자유로운 몸으로 여수 박람회 유치 후원 등 대외활동 강화를 통해 국가경제 기여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왔다. 게다가 추후 특사 등을 통해 사면까지 받게 되면 이 같은 행보는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실형 선고로 그룹 경영이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확실한 체제로 전환되지 못하고 대외적인 이미지에도 흠집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정 회장의 행보가 이로 인해 전면적인 제약을 받는 것은 아니다. 역으로 말하면 상황이 어려운 만큼 정 회장의 역할이 그만큼 더 커졌다는 의미도 된다. 앞으로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는 기나긴 여정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따라서 이번 선고공판 때문에 미뤄왔던 임원인사도 조만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몇몇 계열사 등에 대한 수시인사를 해 왔지만 '큰 틀'에서의 전면적인 인사는 아니었다. 이미 대부분의 다른 대기업들은 연초 인사를 통해 올 경영목표를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다만 당초 대세로 여겨졌던 분위기 쇄신용 대폭 물갈이를 단행할 지 여부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아직 사법적 상황이 종료되지 않은 만큼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처럼 안정 속 개혁의 시기를 좀 더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진우기자 rain@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1
2
3
4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