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상호출자 해당하는 출자관계 맺었을 때"]
상호 경영권 방어를 위한 그룹간 '백기사'(우호주주) 조약이라도 사실상 상호출자와 다름없는 경우 '탈법적 상호출자'로 간주해 규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동규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은 21일 "2개의 대규모 기업집단이 모종의 협약을 맺고 사실상 상호출자에 해당하는 출자 관계를 맺는다면 탈법적 상호출자로 보고 규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A그룹과 B그룹이 서로 '백기사' 조약을 맺은 뒤 A그룹의 모회사(A1)가 자회사(A2)에, A2가 B그룹 B사에, B사가 다시 A1에 출자한 'A1→A2→B→A1'식의 출자 고리는 탈법적 상호출자로 해석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 법상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호출자금지 대상 그룹에서는 자회사가 모회사에 직접 출자하는 것이 '상호출자'라는 이유로 금지돼 있다.
특히 다른 그룹 계열사가 가진 모회사 지분의 의결권이 사실상 자회사의 의사대로 행사된다면 상호출자로 간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모회사에 출자할 자본을 사실상 자회사 측이 제공했고, 의결권도 사실상 자회사 측이 행사한다면 상호출자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포스코와 SK텔레콤를 예로 들어보자.
포스코는 현재 SK텔레콤의 지분 5.1%를, SK텔레콤은 포스코의 지분 2.9%를 보유하며 서로 '백기사' 노릇을 해주고 있다. 만약 포스코가 SK텔레콤의 모회사 SK㈜의 지분을 매입한 뒤 그 의결권을 SK텔레콤에 맡긴다면 '편법적 백기사'에 해당한다.
이 사무처장은 "환상형 순환출자는 금지하지 않기로 정부 내에서 합의했지만, 이 경우는 한 그룹내 계열사간 출자가 아니기 때문에 환상형 순환출자로 볼 수 없다"며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이같은 사례를 상호출자의 탈법적 형태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행령은 내년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마련되는 만큼 남은 시간 동안 충분히 검토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편법적 백기사 조약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경우 그룹간 순환출자 방식의 백기사 동원은 사실상 금지된다. 이밖에도 그룹간 다단계 출자에 앞서 신중한 법적 검토가 요구되는 등 기업들의 백기사 동원 전략에 상당한 제한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안정주주협정'(Stable Shareholding Arrangements) 형태의 상호 백기사 조약이 일반화돼 있다. 신일본제철도 포스코와 상호 백기사 조약을 맺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3년 SK㈜, 2004년 대한해운 등이 타그룹의 백기사를 동원해 외국계 자본의 경영권 공격을 막아낸 바 있다.
한편 김병배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상호출자 금지 규정을 교묘히 회피하는 사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적극 규제할 것"이라며 "특정금전신탁이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이용하는 사례처럼 명백한 상호출자의 탈법행위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상배기자 p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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