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집권 당시 740억 달러에서 1조달러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치적인 면에서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적어도 투자자들사이에선 '영웅'으로 불린다.
지난 2000년 1월 푸틴이 러시아의 대통령으로 취임할 당시 740억달러였던 러시아 증시의 시가총액은 현재 1조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 러시아 RTS지수는 71% 상승했다. 러시아 증시가 50% 이상 오른 것은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4번째다.
상당수의 펀드 매니저들은 러시아 증시의 고평가 논란, 유가 하락, 내년 실시될 대통령 선거 등 각종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증시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일부에선 법원과 의회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는 푸틴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건전한 시장 경제를 위해선 민주주의 제도 확립이 필수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지만 당분간 러시아의 민주주의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런던에서 발생한 알렉산더 리트비넨코의 독살 사건도 어느새 투자자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리트비넨코의 가족들은 이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2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러시아 증시가 푸틴을 '영웅'으로 만들고 있다며 푸틴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와 러시아 경제의 불안 요소를 자세하게 조명했다.
<b>러시아 버팀목은 유가와 푸틴</b>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푸틴의 업적이 과소평가돼 있다고 주장한다. 푸틴이 비록 거대 석유회사들을 국유화시키는 등 일부 반시장적 정책을 시행했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여전히 친시장적이라는 평가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달리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다는 점도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이다.
모스크바 알파 뱅크의 수석 이코너미스트 크리스 위퍼는 "이머징 마켓이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두가지 요소는 경제적 예측 가능성과 정치적 안정"이라며 "석유와 푸틴 덕에 이 두가지가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8년 국가부도에 처했던 러시아가 회생할 수 있었던 데는 석유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 원유수출국인 러시아는 지난 5년간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다. 오일달러의 유입은 주가 및 부동산 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러시아 회생에는 유가 뿐 아니라 푸틴의 정책도 크게 기여했다. 푸틴은 취임 당시 상처투성이었던 러시아의 재정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았다. 막대한 대외 채무를 대부분 상환했으며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쌓아 놓고 있다. 중국, 일본 등 일부 아시아 국가를 제외하면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추락했던 중앙정부의 권력도 돈과 함께 부활했다.
템플턴 애셋 매니지먼트의 이머징 마켓 투자 책임자 마크 모비우스는 "푸틴은 짧은 기간에 많은 업적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경제가 활성화 되면서 외국계 회사도 러시아 공략에 나섰다. 제너럴모터스, 토요타자동차, 씨티그룹 등 다국적 기업들이 잇따라 러시아에 진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난해 300억달러를 기록, 전년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등 투자은행들도 러시아 기업들의 해외 상장을 부추겨 한 몫 잡으려 혈안이 돼 있다.
<b>푸틴을 거스르지 말라</b>
푸틴의 경제 정책 중 가장 빈번하게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은 국영석유회사 유코스와 가즈프롬의 국유화다.
2004년 7월 유코스 위기 위후 RTS지수는 250% 가량 상승했다. 비록 유코스의 기존 주주들은 45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지만 시장 전체적으로는 실보다 득이 많았던 셈이다. 같은 기간 가즈프롬의 주가도 4배 이상 올랐다. 현재 가즈프롬의 시가총액은 2390억달러에 이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각 분야에 만연해있는 부패다. 지난해 러시아는 르완다, 베닌, 온두라스 등 제3세계 국가와 함께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지수에서 121위를 차지했다. 일부 기업인들은 푸틴 치하에서 부패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지적한다.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 경제가 석유 등 일부 원자재 관련 산업에 치중돼 있다고 지적이다. 상품 가격의 변동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올해 RTS지수는 5.7% 하락했다.
피텟 애셋 매니지먼트 글로벌 전략가 존-폴 스미스는 "올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45달러로 내려갈 경우 러시아 증시도 추락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헤미티지 캐피탈 매니지먼트 펀드 매니저 빌 브라우더는 "러시아 증시는 기본적으로 유동성 장세"라며 "당분간은 풍부한 유동성이 유지되겠지만 얼마나 지속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치도 잠재적 위험 요소 가운데 하나다. 현재로선 푸틴의 후계자가 2008년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 확실시 되지만 대선이 끝날 때까지 이 문제는 증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불안 요소에도 불구하고 푸틴을 거스른 투자자들은 항상 후회의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전체 자산의 25%를 러시아에 투자하고 있는 알티마 파트너스의 펀드 매니저 알렉산더 슈워르츠코프는 "연초마다 러시아 증시 수익률이 30%를 넘을 수 없다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했지만 나의 예측은 항상 빗나갔다"고 토로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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