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펀드 비과세 검토" '천기누설'되기까지

  • 등록 2007.01.22 16: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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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펀드의 양도차익에 대해 3년간 비과세 혜택을 주겠다. 그러나 해외에서 설립된 것(역외펀드)은 다르다"(권오규 경제부총리, 1월15일 오전)

# "역외펀드에도 비과세 혜택을 줄지 검토해 신중히 결정하겠다"(김성진 재정경제부 차관보, 1월16일 오후)

# "역외펀드 비과세 검토, 그냥 내뱉은 말 아니다. 심각하게 검토 중이다"(재경부 관계자, 1월19일 오후)

# "역외펀드 비과세 검토는 하지만, 아직 결정된 것 없다.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으니 좀더 기다려달라"(재경부 고위관계자, 1월22일 오전 10시)

# "재경부가 역외펀드 비과세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에반 해일 피델리티 한국·중국·홍콩·싱가포르 총괄대표, 1월22일 오전 11시30분)

역외펀드의 양도차익 비과세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이던 재경부는 22일 해일 대표의 발언에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역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결정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두개가 아닌터. 설익은채 터져버린 '천기누설'(天機漏洩)에 할말을 잃은 모습이다.

<b>◆비과세 해줄래도 쉽지가···</b>

물론 재경부 역시 내심으론 역외펀드 비과세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었다. 청와대 등 윗선의 기류도 '비과세 혜택' 확대 쪽이다. '유동성 밀어내기'와 '환율안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과세 기술상'의 걸림돌. 펀드 수익에서 양도차익만 따라 떼어내기 위해 필요로 하는 자료들을 어떻게 건네받느냐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펀드 수익에 대한 과세자료만 80여개에 달한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별도의 전산망을 구축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재경부는 자산운용협회가 관련 자료를 취합해주길 바랬지만, 협회 쪽에서도 난색을 표하는 상황. 협회 관계자는 "재경부 쪽에서 우리 협회를 통해 과세자료를 취합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모양인데, 다소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역외펀드에 대한 비과세가 확정되려면 이같은 과세자료 제출 방식의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하는 셈이다. 재경부가 이날 해일 대표의 발언에 대해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집행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해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b>◆형평성 vs 금융허브</b>

재경부가 고민하는 지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첫째가 형평성 문제. 지난 15일 토종 해외펀드 비과세 방침이 발표된 직후 역외펀드를 주로 판매하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미국계 운용사 피델리티의 경영진들은 직접 재경부를 찾아갔다. "역외펀드만 비과세 혜택에서 제외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얘기였다. 과세자료가 필요하면 책임지고 제공하겠다고 했다. 템플턴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역외펀드에 대한 '대량환매' 사태와 토종 해외펀드로의 '갈아타기' 현상이 본격화될 것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재경부가 역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문제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토종 해외펀드에만 비과세 혜택을 줄 경우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이머징마켓) 펀드로의 '쏠림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도 재경부의 걱정거리다.

토종 해외펀드 가운데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에 투자하는 펀드의 비중은 73%(설정액 기준)에 달한다. 특히 중국과 인도가 핵심. 만에 하나 중국 또는 인도 주식시장 급락할 경우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외국계 운용사들이 굴리는 역외펀드들의 경우 선진국펀드의 비중이 적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전한다는 평가다.

반면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하면서 외국에서 설정된 펀드에까지 혜택을 주는게 타당하냐는 문제도 걸린다. 한 재경부 관계자는 "금융허브가 되려면 외국계 운용사들이 국내에서 직접 펀드를 만들고 운용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국내법상 설립된 펀드에 혜택을 주는게 맞다"고 했다.

이런저런 고민에 재경부가 쉽사리 결단을 못 내리자, 보다 못한 피델리티가 사고를 친 셈이다.

재경부 입장에선 발칙한(?) '천기누설'이지만, '괘씸죄'를 이유로 피델리티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 '해외펀드 비과세' 발표(15일)에 앞서 역외펀드 문제를 일찌감치 결론내지 못한 원죄에서 재경부 역시 자유롭지 않은 까닭이다.


이상배기자 p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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